같이 산다는 것에 대해
얼마 전 넷플리스에서 영화 자기 앞의 생을 보게 되었습니다.
2020년도 작품이니까 현재 93세인 소피아로렌이 86세의 나이에 이 영화를 찍었습니다.
그냥 뭐 감탄스러울 뿐입니다. 젊었을 때 소피아로렌의 모습은 여리여리하거나 다른 동시대 여배우들과는 다르게 조금 강인하고 시원시원한 중성적 느낌이 드는 배우로 기억합니다. 어렸을 땐 비비안리나 그레이스 켈리, 엘리자베스테일러에 비해 그다지 이쁘다고 생각이 들지 않아서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참으로 멋진 배우라는 것을 이 영화를 통해 다시 느끼게 되고 그녀의 필모를 찾아 오래전 영화 몇 편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86세의 나이에도 건재함을 보여주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올해로 93세라니... 부디 100살이 넘게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남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영화 자기 앞의 생을 보고 나서 문득 10년도 전에 책장에 꽂혀있는 책을 기억해내봅니다. 집에 놓여있는 책들은 언젠가 읽게 되겠지 하는 마음에 사실 잘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영화를 보고는 중간중간 울고는 싶은데 내용이 너무나 따뜻하고 가슴이 벅차올라서 슬픔보다는 뭔가 더 기쁨이 솟아오르네요.
모모와 로자 아줌마 사이에는 부모, 자식이라는 제도적 이름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둘은 서로의 마지막을 책임지는 관계가 됩니다.
로자는 모모를 '기르는' 사람이 아니라 버려지지 않게 해주는 사람이고,
모모는 로자를 '부양'하는 아이가 아니라 존엄이 무너질 때 곁에 남는 존재가 되어줍니다.
여기서의 가족은 따뜻한 식탁이나 화목함이 아니라, 떠날 수 있음에도 남아 있는 선택으로 정의됩니다.
자기 앞의 생에서는 부모란 무엇인가, 가족이란 무엇인가, 사랑은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
이렇게 대답을 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맡아지는 것이다라고. 그 맡음은 전혀 영웅적이지도 낭만적이지도 않습니다.
대부분은 지치고 반복적이고 외로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태도, 그 태도 자체가 이미 사랑이라는 것을 이영화에서 느끼게 해 줍니다.
거실 형광등과 몇 군데 등이 오래되어 깜박깜박하길래 아침부터 전구를 교체하느라 몸을 늘려보았습니다.
요즘 전등은 참으로 난해해서 벗기는데만 오랜 시간이 걸리고 다시 씌우는 건 두 배나 더 들어갑니다.
이거 여자가 하는 일이 맞나... 속으론 온갖 욕이 쏟아지다가 결국엔 슬픈 생각마저 들어 신세한탄을 해봅니다.
그래놓고도 완성하고 나면 그 뿌듯함에 힘들었던 순간을 싹 잊게 해 줍니다. 게다가 안쓰럽게 옆에서 지켜보시던 부모님이 한 마디씩 거듭니다.
"우리 딸은 못하는 게 없어." "그러게, 딸 없는 사람은 서러워서 어떻게 살지."
저로서도 고마울 뿐입니다.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일인데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네주는 가족이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