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타인, 우리가 시간을 대하는 방식

손끝과 공간으로 이어진 여섯 해의 고마움

by 느린손 실꽃정원

밸런타인데이에 맞추어 한 달 전부터 조끼를 뜨기 시작했습니다.

100% 양모 실을 준비하고,

이번에는 도안을 찾지 않고 스스로 디자인을 그려보았습니다.

처음 뜬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아 풀었습니다.

다시 떴지만 두 번째 역시 어딘가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세 번을 거친 뒤에야 비로소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뜨개질은 기다림을 요구합니다.

한 코 한 코는 성급함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견디는 시간이었지만,

어느 순간 그 시간은 즐기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이것은 옷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시간을 쓰는 일이구나 하고.

초콜릿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익숙한 브랜드를 사기보다는

그가 좋아할 향과 식감을 떠올리며

조금은 낯선 것들로만 골랐습니다.

천을 고르고, 오래간만에 바느질도 해보았습니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은 넘쳐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모든 것을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그는 나를 위해 온천이 있는 호텔을 준비했고,

한 달 전부터 흑백식당에 소개된 오마카세 집을 예약해 두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밸런타인 하루의 이벤트가 아닙니다.

그는 6년째,

지속적으로 이런 시간들을 내어주는 사람입니다.

나는 그것을 단 한 번도 당연하게 여긴 적이 없습니다.

당연함은 관계를 마르게 하지만,

고마움은 관계를 숨 쉬게 한다는 것을

우리는 함께 배워왔습니다.


조끼를 건네던 순간 , 그는 말없이 입어 보았습니다.

거울 앞에 선 그의 등을 보며 나는 생각했어요.

사랑은 등을 보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앞에서 확인받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을 따뜻하게 덮어주는 일이라고.


사랑의 기술 에서 에리히 프롬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능력이다.”


처음 이 문장을 읽었을 때는 조금 차갑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해합니다.

능력이란 반복할 수 있는 힘이라는 것을.

기분이 좋을 때만이 아니라,

피곤한 날에도,

익숙해진 뒤에도 여전히 선택할 수 있는 힘이라는 것을.

그는 나를 위해 하루를 준비했습니다.

나는 그를 위해 한 달을 준비했습니다.

누가 더 많이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방향을 향해 시간을 쓰고 있었을 뿐입니다.


오래 가는 사랑은 조용히 반복됩니다.

그리고 반복되는 고마움 속에서

조금씩 깊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