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을 용기를 넘어서....
직장에서 새로운 사람이 발령받아 내 옆자리에 앉게 될 때 우리는 기대감보다 걱정을 하게 된다. 누구나 직장 생활에서 불편한 상사나 지내기 힘든 동료 때문에 어려움을 겪어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사람에 대한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이라 개인적인 관계의 친밀도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
근무지를 정기적으로 옮겨야 하는 친구가 있다. 올해도 그 친구가 새로운 근무지로 발령을 받았다. 그 친구는 발령을 받고 걱정을 했다. 새로 발령을 받으면 친구가 출근하기도 전에 새로운 직장의 상사가 전 직장에 연락을 해서 친구에 대해 알아본다는 거다. 그래서 출근하기도 전에 자신에 대해 소문이 퍼진다고 한다. 그래서 지난 직장에서 동료들이 자신을 어떻게 평가했는지 걱정이 되고 혹시 자신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이 날까 봐 걱정이 된다고 했다.
"OO씨는 어떤 사람인가요?"
"일은 잘 하나요?"
"성격은 어떤가요?"
"특별한 문제는 없나요?"
직장에서 이런 질문들이 오고 간다고 했다. 새로운 발령지에 전 직장의 평판이 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좀 놀랐다. 겪어 보지도 않은 사람을 미리 선입견을 갖고 판단한다는 것이 지나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친구는 새로운 직장에서 자신에 대한 평판이 도는 것이 기분이 안 좋지만, 자신도 새로운 사람이 발령이 나면 어떤 사람인지 알아본다고 했다. 특히 새로운 사람이 부정적 평가가 많으면 조심한다고 했다. 친구의 말을 들으니 직장 생활이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느껴졌다.
▲ 직장 직장생활 ⓒ Unsplash
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지금의 직장 동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했다. 만약 내가 새로운 곳에 발령을 받아 간다면 어떤 평가가 따라올까. '조하리의 창'이라는 이론이 있다. 조하리는 한 사람의 모습을 4가지 영역으로 설명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이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조하리의 창은 크게 4가지로 이뤄진다. 자신도 알고 타인도 아는 '열린 창', 자신은 알지만 타인은 모르는 '숨겨진 창', 나는 모르지만 타인은 아는 '보이지 않는 창', 나도 모르고 타인도 모르는 '미지의 창'이 바로 그것이다. 이 네 가지의 창을 잘 이해하고 활용하면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 4가지 영역의 넓이는 우리가 살면서 계속 변화한다. 만약, 내가 상대방에게 마음을 열고 나의 마음속 깊은 이야기들을 하기 시작한다면 내 마음의 숨겨진 영역은 줄어드는 동시에 열린 공간은 늘어간다. 그만큼 상대방과 내가 공유하는 부분이 많아지고, 그 사람과는 친밀한 관계에 이른다. - 시장의 흐름이 보이는 경제 법칙 101. 위즈덤하우스. 김민주.
건강한 사람은 조아리의 창에서 열린 영역이 넓은 사람이다. 자신과 타인이 아는 영역이 넓은 사람은 개방적이고 편안하고 솔직한 사람이다. 좋은 인간관계의 비밀은 여기에 있다.
솔직한 자기 노출을 통해 타인이 자신을 이해를 수 있는 부분은 넓히는 것이다. 시시콜콜 사생활을 노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타인이 수용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이다.
직장 생활에서 우리는 저마다 사회적 가면을 쓰고 있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모두 드러내는 것은 조심스럽고 어렵다. 하지만 타인의 눈치를 보고 타인의 비위를 맞추다 보면 점점 내 자신과 다른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는 나를 드러낼 수 없는 조직 문화와 위계 질서 그리고 경쟁 관계에서 발생한다.
타인과의 좋은 관계를 맺는 또 하나의 방법은 타인의 말을 경청하는 것이다. 타인의 생각과 감정을 잘 이해하고 소통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에 대한 조언이나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누구도 자신의 모습을 거울 없이 볼 수는 없다. 우리는 타인을 통해 비춰지는 나의 모습을 있는 객관적으로 이해할 필요도 있다.
직장 생활에서 가장 불편한 사람은 동료의 말에 귀를 막고 불평만 쏟아내는 사람이다. 타인의 입장을 배려하기보다 자신의 이익을 먼저 챙기는 사람이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사람이다. 자신을 과시하고 타인을 무시하는 사람이다.
▲ 직장 직장생활 ⓒ Unsplash
나이가 들수록 꼰대가 되는 이유는 타인의 객관적 평가 즉 피드백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타인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충분한 대화로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관계는 어쩌면 불통에서 시작해서 소통으로 가는 먼 여행길과 같다. 심리학자 아들러는 <미움 받을 용기>에서 우리에게 이런 말을 전했다.
남이 나를 싫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건 내 과제야. 나를 싫어하느냐 마느냐 하는 건 타인의 과제이고, 나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나는 거기에 개입할 수 없네. - <미움받을 용기> 전경아 역. 인플루엔셜
우리는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단순히 남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말을 경청하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는 것이라면 좀 더 노력해 볼 수 있다.
내가 누군가를 쉽게 평가하거나 비난하는 것은 쉽지만 내가 누구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듣거나 오해를 받으면 억울하고 속상하다. 그래서 우리는 타인을 평가하고 비난하기보다는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동료와 힘을 모으고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이 직장생활의 소중한 동료애의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좋은 직장 동료를 얻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좋은 직장 동료가 되어 주어야 한다. 그래서 하루하루 서로를 돕는 작은 실천이 필요하다. 오늘은 점심을 먹고 동료들을 위해 커피를 사야겠다.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커피 한 잔 들고 걸으며 가볍게 웃는 그 순간이 직장 생활에서 서로에게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블로그와 오마이 뉴스에 중복 게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