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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숨결 Feb 11. 2021

비대면 설, 집콕 명절이 바꾼 명절의 의미를 생각하며

사람은 비대면이지만 마음은 더 다가서는 설 명절이 되기를

비대면 설, 집콕 명절이 바꾼 명절의 의미를 생각하며


사람은 비대면이지만 마음은 더 다가서는 설 명절이 되기를


▲ 명절 차례상 ⓒ Pixbay


고속도로 정체와 귀성길, 귀경길 교통상황으로 떠들썩한 뉴스가 사라졌다. 가족들과 친척들이 모여서 북적이던 설도 이번에는 보기 어렵게 되었다. 집안 어른들이 한복을 차려입은 아이들에게 세배를 받고 덕담을 전하던 풍경도 볼 수 없게 되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골목시장의 흥성거림과 집집마다 풍기는 고소한 기름 냄새도 없어졌다. 코로나로 올해는 예전의 모습과 전혀 다른 낯선 설 명절을 맞이하게 되었다. 


솔직히 나는 명절이 불편하고 어색한 적도 많았다. 차례상을 차리기 위해 너무 많은 음식을 힘들게 만들고, 일 년에 한두 번 만나는 친척들과 어색한 안부를 주고받는 것도 불편했다. 대학입시를 준비하거나 취업을 준비할 때, 미혼일 때는 왠지 죄인처럼 주눅이 들어 명절은 피하고 싶은 연례행사였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명절 모임이 불가능해진 올해는 명절을 새롭게 생각하게 되었다.  5인 이상의 집합 금지를 가족들과 명절 모임을 논의하면서 실감했다. 지역별로 흩어져 사는 가족들과 명절에 어떻게 모일까를 상의하면서 명절 모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번 설에는 어떻게 모일까?'

'부모님을 찾아뵙지 않을 수는 없고....'

'집안 가족들이 다 같이 모이는 것이 불가능하니 어쩌겠어?'

'그럼 한 가족씩 부모님을 찾아 봬야 하나?'

'한 가족만 모여도 5인이 넘는 경우가 있잖아.'

'그럼 어쩌지?'

'그럼 가족 대표(직계 가족)만 모여서 간단하게 식사를 할까?'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어'

'명절에는 사람들이 많이 이동하고 번잡할 수 있으니 미리 모이죠.'


▲ 명절 세배 ⓒ Pixabay


결국 부모님과 직계 가족(5인 이하)만 모여서 간단히 식사를 하는 것으로 설 명절 가족 모임이 마무리 되었다. 부모님은 손주들과 영상통화를 하시고 덕담을 해주셨다. 뭔가 허전하고 아쉬운 명절 가족 모임이었다.

명절에는 여전히 시대가 맞지 않는 과도한 차례 문화가 남아 있다. 또한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차별 문화도 문제다. 하지만 여전히 명절은 가까운 사람들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되는 의미있는 날이다. 


코로나 상황에서 가까운 사람들의 건강과 안부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가 되었다. 누군가는 자가 격리나 시설 격리로 힘겹게 명절을 보낼 것이다. 의료진과 방역 관계자는 명절 동안 더 긴장하며 쉬지 못하고 방역을 이어갈 것이다. 구직을 하거나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 월세조차 밀려 있는 자영업자들은 명절이 더 고통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노숙을 하거나 농성을 하는 사람들은 길바닥에서 추운 명절을 맞게 될 것이다. 



▲ 전통시장 명절 ⓒ Pixabay


올해 내가 무사하게 설 명절을 가족들과 보낼 수 있었던 것은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애씀과 희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대면 명절이 되니 소외된 이웃들이 마음이 쓰인다. 올해는 비록 사람은 비대면이지만 마음은 어려운 사람들에게 더 따뜻하게 다가서는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모두가 힘든 시기이니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고, 잘 버텨온 지난 한 해를 격려하고, 새해의 작은 희망을 나누는 설 명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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