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K. 롤링의 두 번째 세계관
The Ickabog 이카보그(2020)
by J.K.Rowling
바야흐로 지난 20년간 전 세계 해리포터 신드롬을 일으켰던 저자 JK 롤링이 해리포터 시리즈(1997~2007) 및 신동사 시리즈(2001~2016) 집필 이후 발간된 두 번째 장편 동화책. 7-9세 어린이 타깃으로 한 정치적 동화(political fairytale)로 해리포터 시리즈와 완전 별개의 세계관을 가진 내용이라고 하여 책 발매 전부터 호기심과 기대감이 발동했었다. 먼저 온라인으로 무료로 연재했다는 소식을 구글링 해서야 알았다.
아무래도 번역되기 이전이라 한국 대중문화 씬에서 덜 화제가 되었지 않았나.. + 그리고 왓챠 서비스 이후로 여전히 해리포터가 핫하니까..?
요 몇 년간 반짝 작업한 것이 아니라, 사실 훨씬 오래 전인 2003-2007년 사이에 집필하다가 성인 소설에 집중하느라 (롤링은 Robert Galbraith라는 필명으로도 범죄물 시리즈 작업도 활발히 한다!! 나중에 읽어봐야지)에 집중하느라 다락방에 처박아놨다가, 글로벌 팬대믹 사태를 맞이하여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어린이들을 위해 작년 7월까지 온라인에 무료로 풀었다고 한다. 또한 온라인 삽화 공모전을 열어 한국판 책에는 한국 어린이들의 그림이 들어가 있다.
한국판 이카보그는 12월 18일 초판 인쇄 본이라 그런지 아직 리뷰가 많이 없다! 그래서 에헴! 내가 먼저 해보겠다! 좀 자세히 정리해보고자 리뷰를 쓰기 시작했다. 일단 먼저 읽은 영어권 독자들과 그들의 미디어의 평을 찾아봤으나 약간 갈리는 편이었다. 역시나 우려한 대로?! 해리포터의 유산에서 벗어 날 수 없는 것인가.. 아님 JK 롤링이라는 네임밸류에 대한 대치가 워낙 높아서 그런가..
평론
The Times 5/5점 "cake and a monster is the escapism we all need" : 현실도피에 제격
The Daily Telegraph 3/5점 "a fun but lightweight fairy tale that lacks Harry Potter's magic" : 해리포터의 마법이 결핍된 동화
미리 스포 하자면, 나의 한 줄 평은 :
3.5/5점 "현실만큼 가혹한 운명에 그렇지 못한 행ㅋ벅한 엔딩"
등장인물 : 프레드 왕, 스피틀워스, 플래푼, 버미시 가족, 도브테일 가족, 에슬란다, 굿펠로, 헤티, 헤링본, 스크램블, 이카보그 및 이 카보 글 등.
줄거리 : 짧은 일화들로 구성된 1장~ 64장의 장편 동화로, 임의로 아래와 같이 기승전결을 나누어 보았다.
이카보그 전설 – 사소한 사건의 발단– 외부의 적과 간신들의 세상 – 반전 – 아이들의 반란 – 진짜 이카보그와 가짜 이카보그 – 시민운동의 성공 – 새로운 체제의 탄생과 행복한 코르누코피아
이쯤만 봐도 정치적인 함의와 상징성이 짙은 동화임을 눈치챘을 것이다. 새로운 세계관을 탄생시키는 롤링의 필력과 여러 소재에서 따온 특별한 이름들(고기가 유명한 지역의 텐더로인 경.. 이라던지), 고아가 되는 아이들(해리포터처럼), 초반에 발생하 우연이 소설 끝부분에서 대단한 활약을 한다던지 - 등의 특유의 쪼가 느껴지는 스토리였다.
프레드 왕이 통치하는 행복하고 유복한 코르누코피아 왕국에는 영토 북쪽 척박한 땅에 사는 이카보그라는 괴물의 전설이 내려온다. 어느 날 프레드 왕은 이웃 나라 플루리타니아 왕의 방문일에 맞춰 입을 옷을 궁중 수석 재봉사 도브 도브테일에게 옷을 맡기는데, 작업 중 과로사한다. 설정 무엇! 딸 데이지 도브테일은 어머니의 죽음이 왕 때문이라며 왕을 비난하고, 무조건적으로 왕을 찬양하던 아이들과 싸움이 붙는다. 이윽고 아이들 싸움이 반역이니 모욕 죄니 말이 나오게 되고, 습지대에서 나타난 양과 개를 잃었다는 노인 탄원자가 등장하며 민심이 흉흉해진다. 왕은 왕국의 북쪽으로 원정을 떠나 이카보그 사건을 확실히 조사한다면 얼마나 귀하고 훌륭한 일이 아닌가! 스스로 감탄하며 스피틀워스, 플래푼, 버미시와 군대를 동행하여 습지대로 원정을 떠난다.
안개 낀 늪지대에서 사고가 발생한다. 사소한 일이 이렇게 커질 것이라는 것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왕은 넝쿨에 허우적대다가 대대로 물려받은 왕좌의 칼을 잃어버리고, 칼을 꼭 찾아오라는 명령을 내린다. 늪지대로 좀 더 깊숙이 들어간 찾던 와중 넝쿨에 묶인 노인의 개를 발견하고 풀어준다. 엎치락뒤치락하는 사이 실수로 플래푼의 총에 맞아 버미시가 사망한다. 버미시 대장의 차지할 욕심, 왕의 보석 박힌 칼을 팔아 한 몫 챙기려는 스피틀워스와 플래푼은 이카보그 전설을 기정사실화 하며 정치적 야욕과 물질적 탐욕에 눈이 멀어 사건을 조작하기 시작한다. 비극의 발단...
이카보그의 공포가 전국에 퍼진다. 총소리, 갈기갈기 찢겨 죽었다는 버미시의 시체 등 모든 어색한 정황에 의심을 품은 수석 고문관 헤링본도 살해당하고, 진실을 요구한 군인들은 감옥에 갇힌다. 간신 스피틀워스와 플래푼의 정치질에 이카보그 수비대 창설 명목으로 각 가정에 새로운 무거운 세금이 부과되고, 용맹한 왕의 초상화가 걸리고 국민들은 가난해진다. 가짜 레짐을 유지하기 위해 진실을 감추느라 점점 죄수와 고아원, 묘지가 많아진다. 가족들을 협박함으로써 증인들은 위증을 하고, 그렇게 이카보그 전설은 맹목적인 믿음으로 변한다. 한번 내뱉은 조작은 점점 정교한 증거들을 필요로 했고, 목수인 도브테일은 납치되어 감금당한 채, 실제 이카보그가 존재한다는 (조작된) 증거 꾸미기용 '거대한 이카보그 발톱'을 제작하게 된다. 아버지의 급작스러운 실종에 의심을 품은 딸 데이지도 납치당해 고아원에 감금된다.
5년 후.
수도 슈빌로 들어온 우편배달 마차의 진입을 실수로 막지 못하고, 북쪽 마을의 친척과 친구들이 굶주리고 있다는 소식이 순식간에 퍼진다.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버미시의 아들 버트는 국경 수비대에 지원했다가 거절당하고 낙심한다. 죽은 아버지의 훈장과 오래전 도브테일 아저씨가 만들어준 이카보그 장난감의 발 조각을 발견하게 되는데 디테일이 마을에 찍힌 이카보그 발자국과 너무 똑같다는 데 쎄함을 느낀다. 버미시 부인은 그동안의 이상한 생각들이 급 퍼즐처럼 맞춰지고 사실을 추궁하고자 궁전에 침입했다가 지하 감옥에 갇힌다. 버트도 도망가던 길에 데이지가 있는 고아원에 감금된다. 각각 감옥에서 버미시 부인은 반란을 준비하고 데이지와 버트, 마사, 로더릭은 고아원에서 탈출하다 버려진 마차 옆에서 잠들고, 진짜 이카보그가 그들을 데려다 보살핀다.
이카보그는 실제로 존재했다!! 그런데 뱀과 괴물의 모습이 아닌 덩치 큰 초식 초록 덩굴 같은 모습으로! 이카보그는 고아원에서 탈출한 네 명의 어린이들과 동굴에서 같이 지내면서 이카보그의 탄생사(영어로 bornded)에 대한 개념과 인간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카보그는 후손을 낳으면서 죽는데 그것이 탄생사이며, 태어나면서 겪는 경험이 곧 이 카보 글(후손)의 성질이 되며, 이 전설을 담은 아름다운 이카보그 노래도 들려준다.
이카보그는 충분히 인간과 공존할 수 있으며 전설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수도 슈빌로 향해 평화 행진을 시작한다.
여로보암 마을에서 시작된 행진은 점점 커지고 , 온화한 이카보그는 행진 중 이카보글들을 낳고 탄생사한다. '진짜'이카보그가 왕에 눈에 띄면 그동안 음모가 들통날까 봐 플래푼은 총을 쏘고, 그것을 본 첫째 이카보글이 플래푼을 죽이고 포악한 성질을 얻는다. 둘째 이카보글을 데이지가 사랑으로 보호한다. 군중으로 몰려온 혁명단을 피해 스피틀워스는 도망가고 프레드 왕은 탈옥한 죄수들에게 잡힌다. 스피틀워스는 저택에 숨겨둔 금을 챙겨 망명하려다 에슬란다, 버트에 의해 잡힌다.
부패한 간신들의 정치는 전복되고, 왕은 권력을 잃고 포악한 첫째 이카보글을 돌보며 평생 봉사하며 살다 요란한 무덤 없이 소박하게 죽는다. 총리가 집권하게 된 코르누코피아는 예전처럼 평화롭고 부유한 나라가 된다.
p.199 인간이 사악하게 눈을 번뜩이던 스피틀워스처럼 악랄한 존재라고 믿느니 차라리 정말 북쪽 습지에 괴물이 산다고 믿고 싶었다.
p.319 그는 웃음이 슈빌 케이크나 실크 이불처럼 부자들만 누리는 호사라고 생각했는데 누더기를 걸친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자 겁이 났다.
p.339 ...이카보그처럼 국가도 선량한 사람들 덕에 온화하게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The song of Ickabog
‘At the dawn of time, when only
Ickabogs existed, stony
Man was not created, with his
Cold, flint-hearted ways,
Then the world in its perfection
Was like heaven’s bright reflection.
No one hunted us or harmed us
In those lost, beloved days.
Oh Ickabogs, come Bornding back,
Come Bornding back, my Ickabogs.
Oh Ickabogs, come Bornding back,
Come Bornding back, my own.
Then tragedy! One stormy night
Came Bitterness, Bornded of Fright,
And Bitterness, so tall and stout,
Was different from its fellows.
Its voice was rough, its ways were mean,
The likes of it had not been seen
Before, and so they drove it out
With angry blows and bellows.
Oh Ickabogs, be Bornded wise,
Be Bornded wise, my Ickabogs.
Oh Ickabogs, be Bornded wise,
Be Bornded wise, my own.
A thousand miles from its old home,
Its Bornding time arrived, alone
In darkness, Bitterness expired
And Hatred came to being.
A hairless Ickabog, this last,
A beast sworn to avenge the past.
With bloodlust was the creature fired,
Its evil eye far-seeing.
Oh Ickabogs, be Bornded kind,
Be Bornded kind, my Ickabogs.
Oh Ickabogs, be Bornded kind,
Be Bornded kind, my own.
Then Hatred spawned the race of man,
’Twas from ourselves that man began,
From Bitterness and Hate they swelled
To armies, raised to smite us.
In hundreds, Ickabogs were slain,
Our blood poured on the land like rain.
Our ancestors like trees were felled,
And still men came to fight us.
Oh Ickabogs, be Bornded brave,
Be Bornded brave, my Ickabogs.
Oh Ickabogs, be Bornded brave,
Be Bornded brave, my own.
Men forced us from our sunlit home,
Away from grass to mud and stone,
Into the endless fog and rain.
And here we stayed and dwindled,
’Til of our race there’s only one
Survivor of the spear and gun
Whose children must begin again
With hate and fury kindled.
Oh Ickabogs, now kill the men,
Now kill the men, my Ickabogs.
Oh Ickabogs, now kill the men,
Now kill the men, my own.’
마치 반지의 제왕에서 나올 법한 늙은 시인의 노래 같은 기분이다. 책에 한글판과 비교하면서 읽어도 흥미로울 것 같다. 왠지 The origin of Love 이 생각났다. 인간과 본성의 기원 같은 뭔가 서글프면서도 존재의 근원에 대해 고민해 보는 시간이었다. 동굴 입구에서 밖을 바라보는 데이지와 이카보그의 대화는 심지어 플라톤의 이데아까지 연상되었다.
총평에도 썼지만, 악의 없이 순진한 왕에 의해 국민들은 고통받고, 살해도 당한다. 무지의 죄, 사소한 거짓말을 덮으려다가 어마어마한 음모가 되어버린 잔혹동화. 이카보그가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가? 경험한 것에 의해 성질이 확립되는 이카보글은 AI 이루다가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그런데 7세의 어린이들이 얻은 정치적 교훈은 무엇일까? '사람은 거짓말을 하면 안 돼요', 혹은 '세금은 나쁜 것이야!' 정도? 어른들에게 더 생각할 거리를 주는 이카보그였습니다. 과연 스핀오프가 더 나올 것인가?!
..And they lived happily ever af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