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 한번 안 먹어 본사람이 어디 있다고 딸기 몇 알에 이렇게 흥분할 일인가 싶다. 하지만 보통의 엄마라면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것 또한 딸기 일지도...
3주 전쯤인가... 과일 가게를 지나다 빨갛고 탐스러운 딸기가 쌓여 있는 걸 보았다. 첫째는 어릴 때부터 딸기 킬러. 과일을 잘 먹지 않는 아이임에도 딸기만큼은 오물오물 잘도 먹었다. 식성이 참 다른 둘째. 딸기를 좋아하지 않는 아이가 어디 있을까 싶어 딸기를 들이밀었는데 거들떠도 보지 않는다. 어랏! 이런 일이! 그런 아이가 1년이 지났다고 딸기를 사달라고 했다. 평소 식탐이 있는 편이 아니라 과일과 고기는 아이들이 달라고 할 때마다 자제시키지 않고 사주는 편인데 딸기는 좀 달랐다. 위풍당당 그 글자.
500g 한 팩 18000원.
닭고기보다, 돼지고기보다 높은 몸값을 뽐내고 있었다. 18000원이면 치킨이 한 마린데. 닭강정을 큰 것으로 한 박스 사도 남는 돈이 고, 돼지 앞다리를 두 팩을 살 수 있는 돈이다. 그런데 딸기가 18000원이라고.
둘째야... 딸기에 사연 있니.. 갑자기 안 먹다가 왜 이제야... 지금 이 순간 딸기 아니면 안 된다고 하는 거니
옆에 가지런히 동글동글 윤기 있는 귤을 추천해 본다. 지금은 귤을 먹을 계절이야. 다른 과일로 아무리 꼬셔봐도 안된다. 길바닥에서 부릉부릉 떼쓸 시동을 건다. 하.. 일단 급하니 결제. 온누리상품권을 챙겨 온 게 그나마 다행이다. 내 선택이 옳았어!
돌아와서 딸기 상자를 열었다. 새콤달콤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냄새만 맡아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향기는 매일 맡아도 좋아. 향수로도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상전 딸기님을 흐르는 물에 조심스레 씻는다. 행여 떨어뜨려도, 상처가 나서 물러져도 안된다. 아슬아슬 미션 성공!
그릇에 가지런히 담아주니 맛있다며 오물오물 잘 먹는다. 아이들이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고 하지 않던가. 보는 것만으로 배 부를 수는 없지만, 배에서 꼬르륵 천둥이 쳐도 기꺼이 참아줄 수 있을 것 같다. 인자한 엄마 모드로 변신하는 순간.
그렇게 아이들의 간식 두 번으로 딸기 한 팩은 사라졌다. 꼬다리 냄새만이 내 코 끝을 스쳐갔다. 그래.. 비싸면 어때 애들이 남기지 않고 잘 먹었으면 됐지!
일주일이 지나고 또 과일가게 앞을 지났다. 어랏! 오늘은 딸기가 13000원. 일주일사이에 5000원이나 내렸다. 지금 사면 13000원을 소비한 게 아니라 5000원을 버는 거지. 지갑이 활짝 열리며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왔다. 하교 후 딸기를 본 아이들에게 대 환영. 이번에도 역시 딸기는 내 코끝만 스쳐 아이들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역시 잘 먹을 때 제일 예쁘다. 오구오구 이쁜 내 새끼들.
얼마 전 과일가게를 지났다. 이번엔 한 팩에 만원이다. 듣기만 해도 깔끔한 가격! 수치상 3000원이 내렸지만, 체감상 8000원이 내려간 것 같다. 거의 반값 아닌가. 40퍼센트 할인! 지나칠 이가 누가 있을까. 과감하게 질러본다.
“사장님! 두 팩 주세요.!”
엄청 싼 가격은 아니지만 드디어 이번엔 내 몫이 생겼다. 돌아와서 갓난아기 궁둥이 만지듯 조심스레 씻어 꼭지를 딴다. 자신의 위엄을 자랑하듯 진하고 달콤한 향기가 코끝으로 존재감을 뽐낸다. 이번엔 너를 스쳐 보내지 않으리. 접시에 담아 놓으니 대접받는 느낌이 든다.
딸기를 하나 집어 들자 어릴 때 동생과 투닥거리며 먹던 토마토가 생각났다. 엄마가 늘 가지런히 잘라서 설탕을 보슬보슬 뿌려주면 우리는 늘 마지막 국물을 누가 차지 하느냐로 실랑이를 했다. 가위바위보를 하든, 순서를 매기든 마지막 그 국물을 차지하는 자가 승자가 되는 것이었다. 방학 때면 우리 집엔 늘 사과, 배등 과일이 떨어지는 법이 없었다. 엄마는 늘 과일을 채워 놓으셨고, 가지런히 잘라 우리에게 주셨다. 그런데 엄마가 과일을 준 생각은 나는데 엄마가 먹은 기억은 나지 않았다. 지금의 나보다 훨씬 어렸던 그때의 엄마. 어렸지만 엄마였기에 아이에게 하나라도 더 먹이고 싶었던 마음은 지금의 나와 다르지 않았던 것일까. 딸기에도, 토마토에도 사랑이 있다. 우리를 향했던 엄마의 마음과, 내 아이들을 향한 나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것. 딸기 한 알에 많은 생각이 든다. 아이들이 크면 지금의 내 마음을 알아줄까?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없다. 아이들이 딸기와 함께 행복했으면 그걸로 내 행복도 완성이다.
다음번엔 딸기 가격이 조금 더 내렸으면...
아이들에게 더 듬뿍 주어야지.
그리고 우리 엄마에게도 꼭 한 접시 대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