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아이의 말말말

by 행복한나


찐만두를 먹다가

“엄마, 감자 찌거 머거~감자”

감자? 감자가 어디 있다고? 아.. 간장! 간장이 감자로 순간 변신.


콜록콜록… 말썽쟁이 둘째가 감기에 걸렸다.

자꾸 김치가 나와.. 콜록콜록. 김치

기침과 김치. 받침ㅁ 이 한 칸 옮겨졌을 뿐인데 이렇게도 의미가 바뀐단 말인가. 참으로 오묘한 한글이다.

by pixabay


얼마 전 가족모임 후 한 잔 한 남편을 대신해 내가 운전해서 돌아오는 길. 남편이 보조석에 앉을 때는 운전하는 나도, 앉아있는 남편도 긴장이다. 핸들의 위치가 잘못되었다. 브레이크를 잡아라. 왜 차선을 이쪽으로 붙냐는 등 남편의 잔소리는 끊이질 않는다. 내가 이럴 줄 알고 운전 연수를 비싼 수강료를 내면서 전문 선생님에게 받았지. 아마 남편에게 받았다간 지금쯤 우리는 부부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 긴장상태로 주차장에 들어설 무렵.

“엄마 거의 다 왔어!! 힘내”

주차장에 주차를 하니

“엄마 운전 최고다! 주차 다 하고 1등이야!”


어화둥둥 내 새끼. 누구 아들이 이렇게 말도 예쁘게 하는지. 그동안 시어머님 아들의 잔소리에 화가 바짝 올라갔지만 내 아들의 한마디 덕에 화가 와르르 녹아내린다.

아들 키우기는 쉽지 않다. 아니 난이도 상. 그냥 걸어가도 될 길을 이리저리 기웃기웃. 궁금한 것도 신기한 것도 많다. 그러니 장애물이 없어도 넘어지기 일쑤. 이제 일어서는 것은 일도 아니다. 형아니까 툭툭 털고 없던 일처럼 시치미를 뚝. 아직 난이도 최상은 아니라 다행이지만 순간 체력이 달리고 아이가 내 맘 대로 되지 않을 때는 화가 울컥울컥 올라오는 것도 사실이다. 아들은 내 생에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절대 둘 이상은 필요 없고, 감당도 안된다고 주의사람들에게 호소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둘째는 언어 능력을 타고나는 것인지. 한참 장난치고 도망 다니고 고집을 부리다가 갑자기 “엄마 사랑해”라며 씽긋 웃는다. 이럴 때 쓰라고 나온 말인가 보다.


심쿵


지난가을 막둥이가 아빠와 동네에서 도토리를 두세 개 주워왔다. 솔방울, 단풍잎, 도토리… 주워오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건만 아이에겐 그토록 신기하고, 소중한 보물들. 갑자기 도토리를 만지작 거리다가 아빠에게 간다. 조용히

“다람쥐가 도토리 가지러 우리 집에 오면 어떠케?”

엄마 아빠는 웃긴데.. 아이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

by pixabay

"걱정 마. 다행히 공원에 남은 도토리들이 많을 거야. 다람쥐가 우리 집에 올 일은 없어. "

대답을 듣고 나서야 아이의 표정이 밝아졌다.

역시 귀여운 것.


육아가 처음은 아니기에 이 시기는 곧 지나가고 머지않아 질풍노도의 시기가 올 것이라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러기에 지금의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하고, 귀하다. 나중에 싸울 땐 싸우더라도 많이 사랑해 줘야지. 그리고 다른 이들에게도 예쁜 말을 많이 할 수 있도록 사랑스러운 아이로 키워봐야지.


하원 후... 샤우팅 안 하는 게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오늘의 미션은 아이들에게 소리 안 지르기로 정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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