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야 내일의 아이돌!
숨 참고 러브 다이브!
지금은 한 겨울. 밖에는 며칠 전에 내린 눈이 아직 녹지 않아 동네가 하얗다. 물놀이철도 아닌 요즘 웬 다이브냐… 면…그 유명한 아이브의 러브다이브 되시겠다.
우리 집에 내일의 아이돌이 산다.
어린 시절부터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다. 여느 아이들처럼 동요를 불렀고, 유치원에 다니자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을 읊었다. 내 새끼가 최곤줄 알았지만 유치원에서의 동요 발표대회에 다녀온 후 가수는 안 되겠네.. 싶었다. 하지만 네 실력이 부족하면 어떠랴. 네가 노래 부르는 동안 행복하면 되었다. 그러다 알라딘 영화를 보고 온 후 아이는 더듬더듬 한글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유치원생이 speechless를 부르는 게 아니겠는가. 착각 속에 산다는 유치원생 엄마였던 나는 또다시 김칫국을 한 사발 드링킹하며 우리 딸이 천재인가! 영어를 이렇게 잘하다니!라는 착각 속으로 빠져 들었다.
코로나 덕에 집에서 티비만 본 탓일까. 아니면 게을렀던 내 탓일까. 그것도 아니면 아이들의 성장 과정 속의 자연스러운 현상이었을까. 가정 보육을 하던 1학년때부터 티비 시청시간이 늘어나고 그것이 유튜브 시청으로 이어지며 아이는 자연스럽게 k pop에 빠져 들기 시작했다.
2학년 말, 듣기만 하던 k pop에서 이제는 안무를 가미했다. 안무라고 하기엔 좀 민망하고, 오히려 귀여운 율동에 더 가까웠다. 아직은 볼록한 뱃살과, 오동통한 볼살이 귀여운 저학년. 공부는 좀 부족하면 어때. 천천히 가면 되지, 아직은 뭘 해도 귀여운 나이다. 걸그룹 언니들의 춤을 따라 하는 걸 보고 있자니 ‘오구구 내 새끼.’ 인자한 미소가 내 얼굴에도 피어 나온다.
하지만 그것은 그다음 해부터 본격적으로 이어져, 반에서 기호가 맞는 친구들끼리 3학년 1반 걸그룹을 결성하기에 이르렀다. 난 장원영, 넌 안유진, 가을도 있고, 이서도 있다. 춤을 좋아하지 않는 친구에게는 친절하게 매니저라는 직위도 주었다고 했다. 집에서도 그렇게 춤을 추더니, 학교에서는 본격적으로 시작했나 보다. 게다가 아이들이 귀여웠던 선생님은 점심시간이면 3학년 1반 아이브를 위해 무대도 열고,, 노래도 틀어 주셨다. 멍석을 제대로 깔아주신 것이다.
분명 네 꿈은 제빵사라고 하지 않았니. 유치원 때부터 장래희망을 물으면 항상 제빵사라고 답했다. 알지는 못하지만 만화 속에서 언니들이 예쁜 옷을 입고 화려한 케이크를 만드는 것을 보았겠지. 그래도 꾸준하게 제빵사라고 답하는 아이가 기특했다. 빵집 차리면 엄마 알바시켜 준다고 했었다. 벌써부터 노후 일자리 보장도 된 듯 든든했는데 빵을 좋아하지 않던 아이는 꿈을 단번에 아이돌로 바꾸어 버렸다.
사람이 간사하게도, 결혼 전 강사하던 시절에 학생들에게는 꼭 꿈을 가지고 있으라고 조언했었다. 게다가 꿈은 불법, 남에게 해하는 일, 외계인 정복 같은 너무 허무 맹랑한 이야기만 아니면 뭐든 상관없다, 대통령이고, NASA 과학자가 여기서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겠니!라고 강력하게 얘기했었다. 그런데 이게 내 자식 이야기가 되고 보니 ‘그래, 너 아이돌 해라! 오디션도 보고, 열심히 해봐.’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성공을 하기까지 너무 어려워 중간에 좌절하고, 탈락하는 아이들도 많고, 성공을 해도 힘들고. 그리고.. 무엇보다 객관적으로 보기에 내 아이는 내 눈에 귀엽긴 하지만 아이돌 상이 아니다.
엄마가, 아빠가 무어라 하면 어떠랴. 내가 아이돌이 되고 싶다는데! 아이는 오늘도 체육 수행평가를 핑계로 열심히 춤에 매진한다. 오늘의 무대는 비록 우리 반 체육수업이지만 미래의 내 무대는 MAMA다.
“엄마 내가 아이돌 되어 성공하면 우리 집 다 책임질게.”
우와.. 우리 딸 패기 하나는 끝내준다! 거기다 효심까지!
그런데.. 그 효심 그냥 지금 공부하는데 조금만 쏟아주면 안 되겠니? 엄마 그때까지 못 기다리겠어. 엄마 아빠는 그냥 우리끼리 소박하게 잘 먹고 잘 살게;; 나중에 가족들 책임지지 않아도 되니까 그냥 밀린 숙제나 해주면 좋겠다.
어차피 듣지도 않겠지만 허공에 외쳐본다.
너 아이돌상 아니야! 미안해!! 공부하는 게 더 쉬울 수도 있어!!
오늘도 울려 퍼진다.
숨참고 러브 다이브 우우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