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한 취업의 터널을 지나는 당신에게

30대 백수가 되어 울며 공부했던 선배가 건네는 세 가지 이정표

by 행복추구권

어느덧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 13년 차가 되었다.

첫 직장에서의 생활을 돌이켜보면, 나는 사회초년생 때부터 건설사의 조직문화에 나를 맞추는 데 어려움을 느꼈다. 불합리함을 참지 않고 자기주장을 드러낸 탓에 직속 상사와 잦은 불협화음이 있었고, 결국 첫 직장생활은 4년 8개월 만에 '퇴사 후 이직준비'로 마무리되었다.


8개월간의 백수 취준생활 끝에 중앙공기업에 경력 입사를 했고,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연수생 신분으로 두 번째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교육 중 지방공기업으로부터 추가합격 통보를 받아 또 한 번 이직을 했고, 지금까지 세 번째 직장에서 근무를 이어오고 있다.


전 편에서 대기업 퇴사 후 30대 늦깎이 취준생으로 돌아와 겪었던 고군분투기를 전했다. 가족의 말 한마디에 억장이 무너지고, 사랑하는 반려견을 떠내보내며 길거리에서 눈물을 훔쳐야 했던 그 시린 겨울의 이야기였다.

스터디카페의 앳된 얼굴들 사이에서 자격지심을 누르며 문제집에 파고들던 그때, 제 마음은 참 많이도 헐어 있었다. 아마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의 마음도 그때의 나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좁은 창틈 사이로 쏟아지는 빛조차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던 시간. 막막한 어둠 속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내일의 빛을 기다리며 오늘을 견디는 것뿐이었습니다.



그 막막하고 캄캄한 터널을 먼저 지나온 선배로서,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을 당신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들을 정리해 보았다. 부디 이 글이 당신의 내일을 조금이라도 덜 춥게 만들기를 바란다.






1. 신입이건 중고신입이건 준비기간을 너무 길게 가져가서는 안 된다.


"될 때까지 한다"는 오래전부터 내 삶의 모토였다. 하지만 당신이 대학 졸업 직후의 취준생이거나 퇴사 후 중고신입으로 재취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원하는 기업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기간에 상한선을 정하는 것이 현명하다.

취업이나 이직 준비를 시작할 때 원하는 기업 목록을 정해두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기업들만이 전부라는 생각으로 보내는 시간이 1년을 넘어가면 안 된다.

요즘 뉴스를 보면 '직장생활이 나와는 맞지 않다'며 직업을 갖지 않고 쉬는 '그냥 쉬었음' 청년들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당신이 흘려보낸 시간은 절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20대의 1~2년은 무엇보다 귀하다. 그 시간 동안 작은 기업이라도 들어가서 적어보이는 푼돈이라도 벌며 일을 배우고 커리어를 쌓아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유리하다.

내가 재취업을 위해 퇴사 후 취준기간을 가질 때, 운 좋게 8개월 만에 목표로 했던 기업에 중고신입으로 입사할 수 있었다. '운이 좋았다'는 말은 그 당시 목표로 했던 기업들이 채용을 꽤 많이 하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10명+@의 상당히 큰 문을 열고 입사한 것이다.


지금은 그때보다 채용이 많이 줄었다. 현재 내가 다니는 회사는 그 당시보다 채용 규모를 절반 이하의 수준으로 줄였고, 경기 침체가 예견된 시점에서 앞으로 기업들은 채용 규모를 더 줄여갈 것으로 예상된다. "될 때까지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취업준비기간을 장기간 이어가기엔 너무 무모한 시기일 수 있다는 말이다.

나 역시도 대기업을 퇴사한 그해에 취업에 실패했다면, 관심 밖에 있던 사기업과 중견기업, 중소기업까지 눈을 돌려 지원 범위를 넓혀갈 생각이었다.

책 2권을 추천하고 싶다. 한 권은 <타이탄의 도구들>이고, 다른 한 권은 <세이노의 가르침>이다. 만약 번번이 원하는 기업으로부터 불합격의 고배를 마시며 직업 선택을 고민하고 있다면, <세이노의 가르침>에 나오는 '이런 일은 하지 마라'와 '아무 일이나 재미있게 하라'를 반드시 읽어보기를 권한다. 어떤 기업에 취업하게 되었다면, 그 분야에서 남들보다 그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일단 최선을 다해야 한다.




2. 퇴사는 다시 한 번 더 생각하자


이직을 생각하고 있다면 '퇴사 후 재취업 준비'는 권하고 싶지 않다. 앞서 말했듯이 시기가 좋지 않다. 예견된 금리 인하와 경기 침체는 기업들이 고용과 투자를 줄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지금의 회사에서 도저히 못 견디겠고 퇴사 후 이직 준비를 하고 싶다면, 최소한의 준비는 하고 나와라. 나는 대기업 건설사 현장에 파견 중이었음에도 퇴근 이후 시간을 쪼개 공부하며 토익 900점대, 오픽 IH 등급, 쌍기사를 취득했다. 이는 당시 공기업의 기술직 한정으로 서류전형을 프리패스할 수 있는 스펙이었다.

주말이면 집으로 돌아와 취업 스터디에 참여하며 NCS와 전공시험 준비를 병행했다. '조금만 더 몰입하면 승부를 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을 때 비로소 퇴사를 결심했다.

만약 목표 기업으로부터 면접은커녕 서류전형조차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면, 냉정하게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니 퇴사 후 재취업 준비는 꿈도 꾸지 마라.




3. 스스로의 마음을 잘 살펴라


마음을 챙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퇴사 후 8개월의 준비기간은 외롭고 고단했다. 가족의 말 한마디에 상처받아 울면서 공부하기도 하고, 가족처럼 키우던 강아지가 죽었을 때는 정말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결국 스스로를 믿고 채찍질하면서 목표에 1cm씩 다가가는 수밖에는 없다.

목표로 했던 기업으로부터 거절 의사를 받을 때마다 자존감이 떨어지고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렇다고 기죽지 마라. 나 역시 수많은 불합격 통보를 경험했다. 스스로를 아껴주되, 절대 게으름을 피우지는 마라. 그리고 첫 번째 조언을 기억해라.

취준을 위해 2~3년 이상 한 우물만 파는 것은 시간을 버리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 조금 돌아가는 것이 오히려 훗날 더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터널을 빠져나와 마주한 풍경은 생각보다 더 눈부셨습니다. 조금 돌아왔을 뿐, 당신의 길은 여전히 빛을 향해 뻗어 있습니다. 그 길 위에서 만날 당신의 평온한 저녁을 응원합니다.




조금 늦어도 괜찮습니다. 저 역시 30대 백수가 되어 길거리에서 울던 날이 있었으니까요.

오늘 당신이 내디딘 작은 발걸음이, 훗날 당신을 가장 찬란한 바다 앞으로 데려다줄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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