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행복해지자 #멘탈단단하게 #캐나다영주권 #그까짓꺼
오랜만에 사무실에서 야근 후에 홀가분한 기분으로 퇴근하는 길이었다. 뭐 그렇다고 그리 늦은 시간은 아닌 8시쯤이었나? 7월 중순이라 여름이 한창이니 보통은 밤 9시가 되어서도 해가 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가 평소 5시에 팀원들과 퇴근하러 나선 길바닥에도 햇살은 쨍쨍 내리쬐곤 한다. (참, 한국은 요새 장마에 엄청 고생이라던데 다들 큰일 없기를.)
회사 빌딩 문을 나서는 순간 저녁 햇살이 어찌나 환하고 따스하게 얼굴을 두드리는지. 건너지 말아야 하는 횡단보도를 나도 모르게 건너서는, 저 위 영상에서 바라보는 지점을 향해 핸드폰을 들고 넋 놓고 한참을 찍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뒤를 돌아보니 지나가던 다른 사람들이 같은 방향을 보고 찍고 있더라. 나랑 눈이 마주치니 쑥스럽게 웃기도 하고. 어떤 학생은 찍다가 눈이 마주치자 "you got the spot."이라고 휙 내 던지고는 다시 열심히 몇 장 찍고는 뒤돌아 가던 길을 간다. 내가 열중해서 찍고 있으니깐 지나가던 사람들이 쟤는 대체 뭘 저리 열심히 찍나.... 보더니 다 그 자리에 서서는 저리로 찍고 요리로 찍고 그러다라. 한 6-7명이 그렇게 모여서 찍고 지나가고 그런 모습이 얼마나 재밌던지.
저 시간 저때의 장면도 너무 예뻤고, 영상도 좋았고, 그 공간의 분위기도 좋았다. 음악도 입혀놓으니 너무 좋다.
오전에 영주권을 준비 중이던 클라이언트와 통화를 할 때였다. 예상과는 다르게 내가 짜준 시나리오대로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선회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어버려, 한숨만 쉬던 그녀에게 잘 설명을 했다. 결국은 다 잘 될 거라고, 지금의 시나리오대로 가도 이 시간만 잘 버티시면 결국 영주권의 길은 올 거라고. 한참을 들으시다가 툭 던지신 “대표님은 정말 단단하시네요." 한 마디. 그 한마디 듣는데 물론 1초도 안 걸렸겠지만 어찌나 오늘 하루 종일 그 한마디가 내 기억에 맴도는지 모르겠다. 안 그래도 요즘 멘탈 관리에 신경 쓰기 시작하면서 삶이 너무나도 풍요로워지는 걸 십분 경험하고 있기에 남들에게도 느껴지는 걸까.
“지금 여기서 이렇게 버티며 준비하시는 누구누구 씨도 대단하고 충분히 단단하세요. 우리가 이제껏 걸어온 지난 세월들을 떠올려보세요.”라고 답해줬다. "그리고 충분히 너무나도 잘하고 계십니다."라고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캐나다에서 지내는, 영주권을 준비하는 모든 분들이 매일 저런 노을과 같은 맘이었으면 한다. 다들 즐겁게 또는 다르고 행복하게 살아보려고 어렵게 선택한 길일테니까. 결국은 다 잘 될 거다. 지금의 노력이 지금의 고생이 결국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거라는 거. 믿고 단단히 버텨보자 모두.
그런 의미에서 요 며칠 동안 받은 주정부 노미니 소식이나 영주권 승인 소식들은 더 값진 의미로 다가오는 거 같다. 신경을 많이 쓴 만큼, 손을 더 댄만큼, 더 큰 보람으로 돌아오는 거라 그러나... 지난주에 오랜만에 접수했던 마니토바주의 PNP 서류도, 또 곧 오랜만에 접수해 볼 노바스코샤의 PNP 서류도, 요새 팀장님이랑 얼마나 재밌게 서류 만들어보고 클라이언트들과 소통하고 있는지 모른다. 실은 오늘 야근도 그 클라이언트와 통화를 마지막으로 끝이 났었다. 일 이야기 다 끝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 하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그쪽은 벌써 밤 11시가 다 되어가는 걸 보고는, 또 통화하자고 하고선 전화를 끊었다.
하지만, 즐겁게 케이스들 정리하고 만들어나가며 일하는 건 좋은데, 또 가끔 케이스에 퐁당 빠져서 너무 디테일하게 시나리오 작성하다가 팀장님에게 혼이 나는 일이 종종 있다. "아니 대표님은 왜 이렇게 일을 어렵게 만드냐면서. 아무도 신경 안 쓸 거 같은데요 이거?!"라고. 아이고 팀장님아. 내가 쫌 세심하고 예민해서 그런다 쫌! 아우. 8년을 같이 일하고 있으면서 아직도 저렇게 툴툴대니 원.
그래도 이런 친구들이 옆에서 오랫동안 잘 받쳐주는 것도 복이고, 수습 기간 이제 끝나가는 우리 막내 대리도 너무 잘 따라오고, 영주권 잘 받아주는 사람들이 우리 클라이언트인 것도 복이고, 퇴근길에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는 것도 역시 큰 복이다.
이 글을 보는 여러분의 매일매일도 이런 사사로운 복들로 가득 채워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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