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국 AI가 내 직업을 전기기사로 만들었다

by 알렉스킴

캐나다 이민국이

생성형 AI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케이스 결과는 거절,

나보고 전기 기사라고 했다..




거절 레터가 도착했다.


프랑스 출신 Kémy Adé. 파리 소르본 대학에서 면역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캐나다 McMaster University에서 박사후 연구원 겸 강사로 일하고 있는 사람이다. 2023년 워크퍼밋으로 가족과 함께 캐나다에 왔고, 착실하게 영주권을 신청했다. 그것도 1년 전에.


그런데 2026년 2월, 거절 편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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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를 읽어봤더니 본인의 현재 직무가 캐나다 취업 경력과 맞지 않는다는 거였다. 어떤 직무냐고? 제어 회로 배선 및 조립, 로봇 패널 제작, 프로그래밍, 트러블슈팅. 면역학 박사가 평생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일들이었다. 황당함을 넘어서 그냥 좀 무섭지 않나?


그리고 거절 편지 맨 아래에는 이런 문구가 있었다. "이 결정문 작성에 Generative AI가 사용되었습니다." 이민부가 거절 사유서에 AI 사용 사실을 공식적으로 명시한, 캐나다 최초의 케이스로 생각된다고 한다.


때마침 IRCC는 2026년 2월, 공식 AI 전략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민 백로그가 100만 건을 훌쩍 넘어선 상황에서 AI를 도입해 처리 속도를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그리고 그 보고서 안에는 꽤 구체적인 약속들이 담겨 있었다. 한번 볼까?


"Tools do not refuse or recommend refusing any applications."

AI 툴은 신청을 거절하거나, 거절을 추천하지 않는다.


"AI systems never run autonomously. The department is responsible for everything AI does."

AI는 절대 자율적으로 운영되지 않으며, 부서가 AI가 하는 모든 것에 책임진다.


"Keeping a human in the loop."

사람이 항상 루프 안에 있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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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인해 더 늘어난 업무들

당연한 약속들이다. 진심으로. 근데 Adé 씨 거절 사유서엔 전기기사 직무가 적혀 있었지.... 보고서에 기술된 내용과 실제 업무를 진행하는 현장 사이에, 생각보다 훨씬 큰 간극이 있었던 거다.


AI 좀 써본 사람들은 '할루시네이션'이라는 단어를 알 것이다. ChatGPT든 뭐든, AI가 그럴듯하게 들리는 완전히 틀린 내용을 자신 있게 말하는 현상. 이 기술이 지금 이민 파일 심사 과정 어딘가에 들어가 있다는 이야기다. AI가 나름대로 추론을 통해 내놓은 결론들이 허황된 사실일 경우 우리는 AI 할루시네이션이라고 부른다.


캐나다 이민부는 이번 결정에 대한 반론으로 "최종 결정은 인간 심사관이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Adé 씨 변호사는 "어떻게 인간이 이 결정을 내릴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AI가 내 클라이언트의 직무 설명을 완전히 만들어냈다. 엉망진창이다 이건"


더 불편한 건 따로 있다. 기자가 이민국에 어떤 AI 툴을 어떻게 쓰는지 물었을 때 이민국은 아무 답변도 하지 않았다. 그저 사람이 최종 결정을 내린 다는 말뿐. AI가 직접 거절을 결정하지 않더라도, AI가 생성한 잘못된 정보를 심사관이 그대로 통과시킨다면 결과는 같을 수 밖에 없다. 매뉴얼은 있었지만, 현장의 검증은 없었던 셈이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Adé씨 케이스는 결국 파일이 재개됐다. 변호사가 있었으니까. 변호사 없이 혼자였다면 그냥 거절로 끝났을 수도 있다. 물론 엉터리 거절 사유였으니까 당연히 누구라도 반박은 했겠지만 재빠르게 대응하지 않았다면 어찌되었을까.


이번 사태에 대해 이민 컨설턴트 입장에서 당장 실용적인 이야기를 해보자면,


첫째, 직무 기술서는 NOC 코드에 칼같이 맞춰서 써야 한다. AI는 서류를 요약할 때 비슷해 보이는 직업 코드를 섞거나 혼동할 수 있다. 내가 아무리 서류를 잘 만들어서 제출했다고 한들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게 판명이 되었으니, 더욱 더 내 직업이 모든 서류들에 일관되고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어야 그 위험이 줄어든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둘째, 고용주 레터, 페이스텁, 직무 기술서의 표현을 반드시 일관되게 유지해야 한다. 사람 눈엔 그냥 넘어갈 사소한 차이도, AI는 불일치로 레드 플래그를 세울 수 있으니깐.


셋째, 혹시 거절을 받았다면 사유서를 꼼꼼하게 읽어보자. AI 사용 여부가 명시되어 있나? 내 실제 서류와 전혀 다른 내용이 적혀 있지는 않나? 그게 재심사와 항소의 핵심 근거가 된다.


넷째, ATIP 정보공개 요청을 무조건 해보자, 물론 기다리는 시간이 걸리지만. 심사관이 어떤 노트를 남겼는지, AI가 어떻게 개입됐는지 공식적으로 요청하면 확인이 가능하다. 알 권리는 분명히 있다.


위에 내가 스크샷으로 첨부한 IRCC의 AI 전략 보고서는 이렇게 말한다.


"AI is there to empower employees and enhance their capabilities. Human oversight must be retained and human rights upheld every step of the way."

AI는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사람의 능력을 돕기 위해 존재한다. 그리고 모든 과정에서 인간이 직접 감독하고, 인권은 반드시 보호되어야 한다.


맞는 말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욱 꼼꼼하게 지켜지길 바래볼 뿐. 지금 이 순간에도 여러분의 파일은 이미 AI를 통과하고 있을테니깐. 어떤 방식으로, 어느 단계에서 개입하는지 우리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으니 더욱 더 서류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를 중요하게 준비해야만 하는 이유라고 생각하자.


이민은 삶을 바꾸는 결정이다. 딱 인생에 한번만 신청하면 되는 서류.


그 결정을 돕는 사람이, 그래서 전문가가 더욱 더 필요한 시대가 된 거 아닐까? 모쪼록 Adé의 케이스는 금새 다시 승인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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