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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 Here Live Here Jan 19. 2016

'빛'과 '존엄'을 가꾸는 공간, 메이크업룸

메이크업룸 인테리어 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태도와 관점 제시

용모를 깨끗하고 아름답게 가꾸는 것은 삶에 있어 어떤 의미를 갖는가?


'스스로의 만족을 위한 멋내기', '사회생활에서의 예의', '나이 들어가며 조금씩 귀찮아지는 것' 등 다양한 답이 나올 것이다. 


정신의학자 빅터 프랭클 박사는 저서 <죽음의 수용소에서(Man's Search for Meaning)>에서 심오하고 철학적인 답변을 내놓는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한 실천'. 


오스트리아 태생의 유태인이었던 그는 세계 2차 대전 당시 나치 강제수용소 아우슈비츠에 끌려가 모든 것을 잃고 인간이라 불릴 수 없을 만큼의 잔혹하고 비참한 환경에 내던져진다. 하지만 그는 이런 환경 속에서도 인간이 삶의 의미를 찾고 스스로의 존엄성을 지켜나가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가 극한의 환경 속에서 스스로의 존엄성을 지켜나가기 위해 행한 일상의 실천은 놀랍게도 그곳에서는 아무  쓸모없어 보이는 '용모 가꾸기'였다. 그는 하루 한 컵 밖에 제공되지 않는 물을 반 컵만 마시고 나머지 물로는 세수를 했고, 설사 빵을 먹지 못하더라도 그 시간에 식판 겉면을 거울 삼아 유리 조각으로 면도를 했다. 그리고 빵 조각으로 얼굴을 문질러 혈색을 좋게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그의 이런 노력은 그가 가스실에 끌려가지 않고 살아남는데 큰 역할을 한다. 


어쩌면 용모를 가꾸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큰 내면적 힘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그리고 그 힘은 나를 넘어 타인의 무의식에까지 전달되어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다. 


*여기서 말하는 용모를 가꾸는 것은 사치와 화려함, 외모지상주의가 아니라 말 그대로 깨끗하고 아름다운 얼굴로 가꾸어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침시간이 바쁘다' 등의 이유로 용모를 보살피는 것을 건너뛰는 여성들이 꽤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메이크업을 할 시간이 없다, 대충 찍어 바르고 나간다, 심지어 화장대 자체가 필요 없다는 이야기도 가끔씩 듣는다.


하지만 나는 빅터 프랭클 박사와 마찬가지로 용모를 가꾸는 것의 내면적 가치를 믿기에 이런 분들이 한 번쯤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보기를 바라는 마음을 갖고 있다. 그래서 이들에게 '용모를 가꾸면서 동시에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이 방법은 사실 매우 간단하다. 두 가지에 투자하면 된다. 


첫 번째 투자는 짧은 시간 안에 빠르고 쉽게 성공적인 메이크업을 할 수 있는 '퀵 메이크업 노하우'를 메이크업 전문가로부터 배우는 것이다. 백화점 문화센터 등에서 직장인들을 위한 저녁 메이크업 강의가 열리고 있으니 이런 기회들을 활용해 볼 수 있다. 두 번째 투자는 수정할 필요 없이 한 번에 아름다운 메이크업을 완성할 수 있는 '메이크업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집에서 한 메이크업이 외부에서는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보이는 경우가 있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통해 이 차이를 줄인다면 수정할 필요가 없어지므로 시간과 노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첫 번째 투자는 나의 도움 없이도 여러분들이 쉽게 찾아 등록하고 배울 수 있으므로, 이 글에서는 두 번째 투자인 '메이크업룸의 환경 조성'에 대해 다루기로 하겠다. 




집안에서 용모를 가꾸는 기능을 부여받은 곳을 '메이크업룸'이라고 할 때, 이 장소는 하나의 독립된 공간일 수도 있고 다른 기능을 부여받은 공간(침실, 욕실, 드레스룸 등)에 속한 공간일 수도 있다. 어느 형태로 존재하건 메이크업룸의 디자인은 '용모의 깨끗하고 아름다운 변화'를 위한 적절한 디자인 설계가 수반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메이크업룸의 디자인에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는 무엇일까? 화장대의 디자인? 화장품 수납의 편의성?  


나는 메이크업룸 디자인의 핵심이 '얼굴에 닿는 빛의 설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메이크업은 언뜻 색을 다루는 행위처럼 보이지만, 실은 '빛'을 다루는 행위다. 색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빛'이기 때문이다. (색은 물체가 빛을 흡수하고 반사하는 결과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다.)





1. 메이크업을 위한 최고의 빛은 무엇인가?


예쁜 컬러의 색조화장품을 샀다고 좋아했는데 집에 와서 발라보니 생각한 색이 아닌 경우가 있다. 또 방안 구석 어두운 곳에 있는 화장대에서 불을 환하게 켜고 메이크업을 했는데 외출해 나와보니 의도했던 컬러와 농도가 아닌 경우도 있다.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 원인은 다름 아닌 '빛'에 있다. 메이크업에 적합하지 않은 빛은 얼굴의 색과 상태, 색조화장품의 색을 왜곡시킨다. 예를 들어 형광등 빛은 혈색이 없어 보이게 하고 주름, 기미, 주근깨, 모공을 두드러져 보이게 한다. 이런 빛 아래에서는 메이크업이 필요 이상으로 무겁고 짙어진다.


Image via Pinterest


그렇다면 메이크업을 위한 최고의 빛은 무엇일까? 


물체(얼굴) 위로 균등하고 부드럽게 퍼져나가 형태와 색의 왜곡을 일으키지 않는 빛,  바로 '자연빛'이다. 자연빛 아래에서 우리는 얼굴의 색과 상태, 색조화장품의 발색을 가장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자연빛이 들어오는 창가에 화장대를 놓아두면 가벼우면서도 정확한 컬러의 메이크업을 빠르고 쉽게 할 수 있게 된다. 물론 계절적 요인에 따라 자연빛의 광량과 강도에 차이가 생기므로 자연빛 외에 조명의 도움을 같이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cf) 색조화장품 구입 Tip

암스테르담 시내의 Bijenkorf 백화점 (Image by debijenkorf)


네덜란드에 살던 당시 종종 방문했던 암스테르담 시내의 백화점 'Bijenkorf'는 큰 창문들이 나있어 낮 시간 동안 내부가 자연빛으로 환하다. 덕분에 이곳 1층에서 고른 색조화장품은 '막상 집에 와서 보니 샵에서 본 것과 색이 다르다'며 후회할 일이 거의 없다. 


자연빛이 들지 않은 화장품 매장에서 색조 화장품을 구입할 때는 자신이 가지고 다니는 손거울을 이용해 자연빛 아래에서 색을 확인한 후 구입하는 것이 색 선택의 실패 확률을 줄일 수 있다. 매장 내 조명과 거울, 점원의 설명에만 의존하지 말기를 바란다. 






2. 메이크업을 위한 최적의 인공빛 설계는?


배우들만큼 깨끗하고 아름다운 용모를 가꾸는 데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또 있을까? 



분장실의 나탈리 우드(Image via pinterest)



분장실의 페넬로페 크루즈 (Image via pinterest)



배우들이 메이크업을 하는 분장실을 보면 눈에 띄는 특징이 있다. 여러 개의 조명으로 둘러싸인 거울. 이는 화려해 보이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분장실의 핵심적인 기능, '정확한 색조가 입혀지는 메이크업'을 달성하기 위한 과학적인 조명 설계다.  


분장실의 조명은 빠른 시간 안에 정확하고 아름다운 메이크업을 할 수 있도록 최적화되어 있다. 이를 위해 분장실의 조명 광원은 머리 위가 아닌 얼굴의 앞쪽과 옆쪽에 배치된다. 아울러 조명빛이 균질하고 부드러운 특성을 가진 자연빛에 최대한 근접할 수 있도록 일방향이 아닌 다양한 방향에서 빛이 나와 서로 섞이도록 설계된다. 


분장실 조명의 원리를 집의 메이크업룸 조명에 적용하면, 정확한 컬러와 농도를 균형 있게 구현하는 아름다운 메이크업을 한 번에 완성하는 것이 수월해진다.




Image by viribright


메이크업룸에 사용하는 조명의 빛은 80 이상의 높은 CRI를 가지면서 적당히 따뜻한 온도의 색을 가진 것이 좋다. 위 사진에서 보듯 낮은 CRI를 가진 빛 아래에서는 자연스러움을 저해하는 메이크업을 하게 된다. (아이라인과 볼터치가 높은 CRI의 빛에서보다 훨씬 강하게 들어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자연빛의 연색지수(Color Rendering Index)는 100이다. 연색지수에 대해 더 자세히 알기를 원한다면 이전 글 'The Right Lighting' :: 사람의 심리를 좌우하는 조명 - 그 올바른 선택에 대한 조언을 읽어보길 바란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용모를 깨끗하고 아름답게 가꾸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호감과 존중감을 갖게 된다.


빅터 프랭클 박사는 수용소에 있던 당시 깨끗하고 혈색이 좋아 보이는 용모 덕택에 나치군에게 유효한 노동력을 가진 죄수로 안정받아 가스실에 끌려가지 않았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다였을까? 상상컨대 그것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있었을 듯하다.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용모를 가꾸며 존엄성을 지킨 그에게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내면의 힘을 느낀 나치 군인들이 분명 존재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용모를 가꾸는 것의 가치에 공감하는가? 그렇다면 두 가지에 투자해보기 바란다. 효율적인 시간 안에 용모를 깨끗하고 아름답게 가꾸면서 시작한 하루는 한결 경쾌하고 자존감 Up된 당신을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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