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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 Here Live Here Jan 31. 2016

두 개의 중문, 두 개의 Zone

나비 날개 구조의 묘를 십분 살리다.


주말이 다가오면 Amsterdam에서 기차를 타고 Hague에 사는 친한 친구 부부의 집에 종종 놀러 가곤 했다. 이들과 보내는 시간도 아주 즐거웠지만, 오랜 역사를 지닌 고급 아파트의 구조와 실내외 디자인을 보는 것 또한 큰 기쁨이었다.    


이외에도 암스테르담 시내 중심가의 몇 백 년 된 건물에 살던 친구의 집을 비롯해 방문했던 유럽의 집들은 그 구조가 사뭇 흥미로웠다.  


서구의 주택들은 단층일 경우 일반적으로 복도를 연결 매개로 하여 Public Zone과 Private Zone으로 나뉘는 구조를 갖는다. Public Zone은 가족, 손님들과 어울리는 공간으로 거실, 주방, 공용욕실 등으로 구성되며, Private Zone은 개인 공간으로 사용하는 방과 개인 욕실 등으로 구성된다.


아래 스페인 Barcelona의 주택의 평면도와 사진을 보면 이 구조에 대해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좌측 Public Zone, 중간 복도, 우측 Private Zone (images by dezeen)



 




서구와 달리 한국은 Public Zone과 Private Zone이 구분되지 않는 판상형 구조를 선호한다. 판상형 구조가 타원형 구조에 비해 맞바람이 잘 쳐 통풍이 좋다는 믿음 때문인데 나의 경험에 따르면 이 믿음은 사실이 아니다. (타워형 구조를 처음 도입했던 2000년대 초반의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들은 전면 유리임에도 불구하고 창문 크기가 작고 15도 정도만 열리도록 설계되었기에 통풍이 원활할 수 없었다. 집의 구조가 아닌 창문 디자인이 문제의 원인이다.)


판상형 구조는 Privacy에 대한 보호가 약한 특성을 갖는다. 거실이나 주방에서 방의 내부가 쉽게 들여다보이고, 방문을 마주 보도록 설계하여 문을 열면 방끼리도 서로 쉽게 들여다 보인다. 또 외부인이 현관에 들어서면 거실이 훤히 보인다. 이는 구성원이나 외부인을 '너'와 '나'라는 개별적 존재로  인식하기보다는 '우리는 하나'라는 존재로 인식함을 반영하는 설계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개인이 전체 속에서 존재가치를 갖는다는 전체주의의 인식은 옅어지고, 개인을 중시하는 경향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판상형 구조는 구성원들에게 심리적인 불편함을 야기할 가능성을 커진다. 사실 '친밀함'과 '공유'는 하나가 아니라 분리되어야 하는 개념이다. 아무리 친밀한 관계라고 해도 개인은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을 사적으로 누릴 필요가 있다. 먼저 '내'가 존재해야 공유를 할 수 있는 주체가 존재하게 된다.


나는 외국에서 20대를 보냈기에 위와 같은 사고를 강하게 가지고 있다. 그러나 만약 판상형 구조에서 평생을 살아온 독자분이라면 처음에는 이를 벗어나는 것이 영 어색하고 불편하게 느껴질 것이다.





나는 나의  특성을 파악하고 있었기에 더 이상 집 구조에 사람을 끼워 맞추고 싶지 않았다. 사람에게 맞는, 사람이 편하게 느끼는 집 구조를 찾기를 원했다.


서로의 라이프사이클이 다르고 이를 변화시킬 수 없다는 것을 지혜롭게 받아들인 우리는 Public Zone과 Private Zone의 구분이 자신과 서로를 위해 좋다는 것에 공감했다.  그래서 우리는 '복도'와 'Zoning'이 가능한 구조의 집을 찾고 싶었고 이런 이유로 판상형보다는 타워형 구조를 선호했다.


이런 우리가 최종 결정한 새 집은 타워형 구조치고도 다소 독특한, '나비가 양날개를 활짝 편 듯한 모습'을 갖고 있는 집이었다.





애초에 이 집은 복도를 가지고 있지 않았지만, 복도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보였다. 이런저런 구상 끝에 복도를 새롭게 생성하고  나비의 양 날개에 해당하는 부분을 큰 날개는 Public Zone으로, 작은 날개는 Private Zone으로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Public Zone은 거실, 주방, 평소 다이닝룸, 서재(손님 초대시 다이닝룸&게스트룸), 공용욕실로/ Private  Zone은 침실, 드레스룸, 개인 욕실로 구성했다.  


아울러 여러 이점들을 고려하여 각 Zone의 시작 부분에 각각의 중문을 설치했다. 전용면적 85제곱미터의 아파트에 중문이 2개나 있는 것은 흔치 않은 케이스다. (현관에 위치하고 있던 원래의 중문은 없앴다. 중문은 으레 현관에 위치한다는 생각은 고정관념에 불과하다.)



Public Zone의 시작점에 위치한 중문1 (닫혀있는 모습)


원래는 없었으나 새롭게 만든 복도. 중간에 중문1이 보인다.(열려있는 모습)






Private Zone의 시작점에 위치한 중문2 (열어놓은 모습)


Private Zone의 시작점에 위치한 중문2 (닫아놓은 모습)





각 Zone을 구분하는 2개의 중문이 갖는 이점은 다음과 같다.


1. 다른 라이프사이클에 도움 


손님이 왔을 때 나와 손님이 각자의 시간을 가지길 원한다고 가정하자. 두 개 중문을 닫아놓으면 소음과 인기척이 차단되어 손님이 Public Zone에서 자유롭고 편안하게 활동할 수 있고, 이때 나는 Private Zone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2. 냄새 차단


Public Zone에 위치한 주방에서 요리 시, 중문들을 닫아놓으면 Private Zone에 위치한 침실과 드레스룸에 냄새가 완벽히 차단된다.


이전 글 <위로의 공간, '나의 집'-'정신적 과잉활동인'을 위한 소울 스페이스(Soul Space)>에서 밝혔듯 나는 냄새, 소음 등에 매우 민감한 정신적과잉활동인이다. 옷과 가방, 액세서리에 냄새가 배는 것을 유난스러울 정도로 기피하고, 침실의 공기가 쾌적하지 않으면 잠드는 것에 애를 먹는다. 이런 나는 중문 1&2 설치의 이점을 100% 누리고 있다.


중문2를 닫으면 침실(우측방)과 드레스룸(정면방)에 냄새가 차단된다.



3. 외부인으로부터 프라이버시 보호


손님이 왔을 때 꼭 보여주고 싶은 경우가 아니라면 중문 2를 닫아 Private Zone의 존재를 알리지 않는다. 침실과 드레스룸은 매우 개인적인 공간이다.


재미있게도 이제까지 중문 2를 닫아놓았을 때 Private Zone의 존재를 먼저 알아챈 사람은 없었다. 모두들 복도와 Public Zone만 존재하는 집인 줄만 알고 돌아갔다.



4. 효율적인 냉난방


중문 2개를 닫아놓으면 집이 구획화되므로 냉난방이 필요한 면적이 작아진다. 중문이 현관에 하나만 있는 구조에 비해 짧은 시간에 냉난방이 되어 가스비와 관리비가 절약할 수 있고 냉난방의 효과가 오래 지속된다.




     <인테리어 디자인과 스타일링 이전의 모습>


 

나의 눈에는 복도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보였다.


현관 앞에 위치한 기존 중문은 없애고 새로운 위치에 두 개의 중문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타워형 아파트에 대한 잘못된 오해로 이 구조를 꺼리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타워형 구조는 Privacy에 대한 보호가 더 뛰어나고 Zoning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인테리어 디자이너 일을 하며 여러 집들을 다녀본 결과, 요즘 지어지는 타워형 구조의 집은 큰 창문 크기에 개폐방식도 미닫이라 통풍이 뛰어나다.


구조를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거주자의 특성'에 대한 정확한 파악이다. 만약 돌봐야 할 어린 아이나 노약자가 있다면 공간 간 서로 쉽게 들여다볼 수 있는 판상형이 적합하다. 그러나 청소년기 이상의 사람들이 생활을 하거나 라이프사이클의 차이로 Privacy 보호가 필요하다면 타워형이 갖는 장점이 더 많다.  


오해와 편견을 걷고 '사람'을 중심에 두자. 위에 설명한 나의 특성에 맞도록 나비 날개 구조의 묘를 십분 살려한 디자인, 수긍가고 재미있지 않았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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