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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 Here Live Here Jan 16. 2016

The Right Lighting

사람의 심리를 좌우하는 조명 - 그 올바른 선택에 대한 조언


"빛이 있어 세상은 밝고 따뜻해~우리의 마음에도 빛이 가득해. 빛은 사랑, 빛은 행복, 아름답고 행복한 세상~만들어가요."


한국전력의 기업 이미지 캠페인 CM송.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노래다. 그런데 이 노래의 가사처럼 빛은 그 존재만으로 세상과 우리의 마음을 밝고 따뜻하게 만들어줄까?


인테리어 디자인에 있어 그 답은 'No'다.  실내조명은 섬세하게 설계되었을 때만이 우리의 마음을 밝고 따뜻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밝고 따뜻한 빛을 누릴 수 있을까? 먼저 근본적인 질문을 고찰할 필요가 있다.


"조명은 왜 존재하는 것일까?"


대다수의 사람들은 "어둠 속 시야를 확보해주기 위해"라고 답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답을 가지고 있다면 조명의 선택 기준은 '외관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다른 답은 다른 선택 기준을 이끈다.  


나는 실내조명의 근본적인 존재 이유가 '해당 공간에서 의도했던 바를 실현하기 위한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하나의 공간에 기능을 부여하고 그곳에서 자신이 의도했던 무언가-감정, 행동, 수행-를 실현하기를 원한다. 이때 조명이 필요하다. 의도한 바를 제대로 실현하도록 했다면 그 조명은 'Right Lighting', 그렇지 않았다면 'Wrong Lighting'이다.


그러므로 조명의 설계 기준 혹은 선택 기준은 '해당 공간에서 실현되기를 원하는 거주자의 의도'에 두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쉽게 설명하면 "나는 거실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행동을 하기를 원하는가? 다이닝룸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행동을 하기를 원하는가? 서재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수행 활동을 하기를  원하는가?"에 대한 답이 조명의 선택 기준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답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외관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을 기준으로 조명을 선택한다면, 그것은 무작위적인 돈 낭비에 불과하게 될 수 있다. 참고로 많은 조명가게들이 한번 설치한 조명에 대해 교환이나 환불을 해주지 않는다.

 



공간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감정, 행동, 수행능력을 '의도'라고 하면, 이 의도는 심리와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그리고 조명은 사람의 심리에 상상 이상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조명이 사람의 감정, 행동, 수행능력을 좌우한다면 믿을는지? 아래의 실험들을 살펴보면 조명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다.  




1. 따뜻하고 은은한 빛 vs. 차갑고 강한 빛

 

연구논문 <Colour and Environment, 2nd Edition> (Birren F./1988년)의 실험 결과에 의하면 따뜻한 빛은 사람들이 "친근함과 자연스러움"을 , 차가운 빛은 "섬뜩함과 기괴함"을 느끼도록 한다. 또 다른 연구논문 <Aging and Human Performance>(Champness N./1985년)은 빛의 강도가 사람들의 자기보호감과 안전감에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 집의 조명에 익숙한 사람들은 잘 모를 수 있지만) 한국의 주택 조명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차갑고 강한 빛을 사용하고 있다. 저녁나절 거리에 서서 보면 대부분의 집들은 창백하고 삭막한 빛을 내뿜는다. 이런 빛은 공간과 사람의 인상을 냉랭하게 보이도록 만들며, 무의식이 긴장을 끈을 붙들고 있도록 한다. 반면 유럽이나 일본의 가정집들은 따뜻하고 은은한 빛의 조명을 사용한다.


독일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는 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부부 사이가 좋아지기를 원한다면 집의 조명 빛을 은은한 노란색으로 바꾸라는 조언을 했다. 네덜란드에서 살아본 나도 공감이 가는 바다.



  

2. 한 종류의 빛 vs. 여러 종류의 빛이 섞임


한국 집들은 대부분 천장 중앙에 달린 조명을 통해 한 공간에 한 가지 종류의 빛만을 제공한다. 이런 통일된 빛은 공간을 넓어 보이게 하지만 감성적인 면에서는 결핍감을 준다.


집에서 프라이버시의 보장, 여유로운 휴식감, 왠지 모르게 기분 좋은 감정을 느끼고 싶다면 서로 다른 빛끼리 섞이도록 설계하는 것이 좋다. 우리집은 '휴식과 재충전을 위한 공간'이 디자인 목표였으므로 대부분의 공간에 서로 다른 종류의 빛이 섞이도록 설계했다. (아래 사진 참고)  


연구논문 <Interim study of procedures for investigating the effect of light on impression and behavior>(Flynn J.E./1973)은 한 공간에 여러 종류의 빛을 섞어둘 경우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어두운 빛의 조명이 비추는 곳에서 자신의 프라이버시가 더 잘 보장되는 느낌을 갖는다고 설명한다.








3. 밝은 빛 vs. 어두운 빛


연구논문 <Deviance in the dark> (Geragen K.J./1973)에 따르면 사람들은 어두운 공간에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의견을 자유롭게 말한다. 또한 바디랭귀지를 더 많이 사용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신체 접촉 회수도 증가한다.


한편 밝은 빛은 집중력을 높이고 과제를 수행함에 있어 일을 빠르고 정확하게 하는 것을 돕는다. 연구논문 <Colour and light>(Ott J./1985년)은 차가운 밝은 빛이 과잉활동, 피로감, 짜증감을 유발하는데 반해 자연빛에 가까운 밝은 빛이 효과적인 학습 수행을 돕는다는 실험 결과를 보여준다.


해당 공간의 기능에 맞도록 밝은 빛과 어두운 빛을 선택하면 사람의 감정과 행동, 수행능력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아마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의 머리 속에 빛에 변화를 주고 싶은 공간들이 떠오르고 있을 수도 있겠다.




4. 눈부심


실내 공간에서 우리는 수시로 눈부심을 경험한다. 이러한 눈부심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해야 하는 문제다. 눈부심 해결은 심적인 안정감을 제공한다.


연구논문 <The Physical Environment at Work> (Oborne D.J./1983년)은 눈부심이 심리적 불편함과 시각적인 통증, 현기증을 느끼게 하고, 잔상과 워시아웃 이미지(영상이 점차로 하얗게 되면서 사라지고 이어서 새로운 화면이 나타나는 화면 전환)를 인지하게 한다고 설명한다.




5. 빛의 색


Image by Wikipedia


'빛의 삼원색'에 대해 미술시간에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빛은 빨강(R), 초록(G), 파랑(B)의 3 원색을 갖는데 물감과 달리 빛의 색은 섞으면 섞을수록 밝아진다.


빛의 색들은 각자 고유의 힘을 갖는다. 연구논문 <Differential Effects of Red and Blue Coloure lghting on Gabling Behaviour> (Stark G.M./1982년)는 붉은빛과 푸른빛 아래에서의 도박 행위 양상에 큰 차이가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붉은빛 아래에서는 베팅 회수가 더 높았고 판돈도 커졌으며 높은 위험을 감수했고, 푸른빛 아래에서는 이와 반대되는 양상을 보였다.




6. CRI(Color Rendering Index, 연색지수)


연색지수는 색 재현을 표시하는 지수를 의미한다. 광원에 의해 조명된 물체색의 느낌이 특정 광원에 의해 조명된 경우와 기준이 되는 광원에 의해 조명된 경우를 비교하여 색감이 어느 정도 유사한가를 나타내는 지수다. 태양광의 CRI는 100으로 가장 높으며 가장 완벽한 색 재현 지수다. ([네이버 지식백과] 연색 지수 [Color Rendering Index] 참고)


[위] 낮은 CRI          [아래] 높은 CRI


내 식탁 위에 있는 딸기가 어떻게 보이기를 원하는가? 사진과 같이 조명빛의 차이는 먹는 것에 대한 우리의 시각과 미각, 나아가 식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인간의 심리와 조명 사이의 관계를 연구한 더 많은 심리학 실험들이 있지만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므로 이쯤에서 줄이도록 하겠다.



  

조명과 관련하여 인테리어 디자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두 부류로 나뉘는 것을 본다. 조명의 중요성에 대한 나의 설명을 받아들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일전에 나의 설명을 뒤로 하고 모든 공간의 조명을 "혼자 알아서 하겠다"며 온라인 조명가게의 전화 설명에 의존해 구입해온 집주인이 있었다. 그분의 조명 선택 기준은 온라인 상의 '사진(외관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 조명 설치 후 가장 후회한 사람은 고객 자신이었다. 전반적인 디자인의 완성도가 낮아진 것과 더불어 조명이 조성하는 심리적인 불편함은 그 공간에서 생활하는 고객 본인이 가장 잘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동일한 두 개의 공간이 조명을 제외하고 정확히 같은 디자인을 구현했다고 가정했을 때 조명 설계의 차이에 따라 최종 결과물의 점수는 100점과 40점 이하로 갈라진다고 본다.


그러므로 조명을 예산에서 이것저것 빼고 '남는 돈' 안에서 대충 선택하는 대상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디자인과 예산 설계 첫 단계에서부터 'First Consideration'으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렇게 선택된 조명은 심미적인 만족도와 심리적인 만족도를 모두 완성하는 멋진 'Finishing Touch'가 될 수 있다.





[퀴즈] 사람의 마음을 가장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인공빛은 무엇일까요?

(힌트는 고대에서부터 인류가 가장 많이 보았을 빛. 답은 다음 주 금요일 1월 22일 밤에 달겠습니다.)


모닥불 (Image via pinterest)

정답은 '모닥불'입니다. 모닥불의 아른거리는 따뜻한 불빛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험을 하셨을 거예요. 많은 사람들이 벽난로에 대한 로망을 갖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답을 맞추어주신 일산화이수소님~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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