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함께 여행이 되어 오히려 진보적일 수 있는 장치
남편과 아이들이 짧은 여행을 떠났다.
일 많이 하지 말고, 조금 쉬라는 위로의 말과 함께....
그 사이 나는 집정리를 해야 하고
회사 매출을 어떻게든 메꾸기 위해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을 만나야 한다.
모른척하고 쉬어버릴 수도 있지만.
아직 남은 11월과 12월을 정신없이 메꿀 순 없으니...
뭐든 해놔야 한다.
짐을 꾸려놓느라 조금 늦은 출근길...
다들 남편과 아이가 없는 며칠을 부러워하는 카톡을 받으며
혼자가는 여행을 떠올려 본다.
카톡에 '혼자가는 먼 길'을 가고 싶다고 올리곤
이게... 죽음을 의미하는 걸까? 잠깐 생각했다. 내 일상은 이미 혼자가는 길이 없을거 같다는 생각에...
가족, 친구, 그리고 가족과 친구의 어떤 경계에 있는 주위 사람들과 함께 내게 주어진 거의 모든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는 현재는 '혼자가는 여행'이란 상상할 수 없다.
그래서 조금 숨이 막힌다....
내 주변의 관계들이 지겹고 싫다는 얘기가 아니다. 지금 저녁마다 아이들에게 밥해주고, 같이 책을 보고, 같이 잠드는 시간이 엄청난 행복이다.
지지고 볶든 잠깐의 표정에 실망하고 화가나고, 또 나 잘 갔다올께 라는 한마디에 또 스르륵 화가 풀리는게 남편과의 관계이며 같은 자리에서 잠들고 일어나고 회사 얘기를 하는게 익숙하고 익숙한 일상을 공유하는 부부관계도 일종의 행복이다.
그래도... 혼자가는 여행을 상상하며 그때의 시간과 사색을 기대하며 지금의 시간을 버티기도 한다. 그 여행을 서로에게 허락해주고 허용해줄 것이라는 기대에 지금의 관계를 버틸 수 있다. 코로나 덕에 가족끼리 여행조차도 허락되지 않는다. 회사에서 내게 주는 자유의 시간 18일이 모두 보육과 교육으로 다 써버리고 나니, 숨이 조금 막힌다. 빨리 2020년이 지나갔으면 한다. 내년이 되면 다시 19일이 생기고 그럴려면 오늘을 충실히 출근해야 한다.
셋이 간 여행에 대한 부러움 때문일까. 회사일 해결되지 않은채 쳇바퀴처럼 돌아서 일까. 어제 생애전환기 건강검진에서 우울증 초기 증세이니 잘 살펴보라는 얘기를 들어서 일까. 혼자있는 시간이 단 하나의 사색과 자유로움이 들지 않고, 여전히 갇힌 기분이다.
다른 사람의 자유를 허용한다는 건 참 진보적인 일이다. 자유를 허용하며 내 마음과 제도적 장치에 대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허용하지 않고 움직이는대로 두면 편한 제도적 장치가 존재한다. 결혼도, 육아도, 회사생활도 우린 그 제도적 장치가 잘 돌아가도록 스스로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스스로 자유를 제약하며 살아왔다. 그래서 더욱 나의 노력을 강조하며 제도밖의 사람들을 허용하지 않는 것을 선택하기가 더 쉽다. 인정이라는 것은 허용의 범주 안에서만 제약없이 자유롭게 돌아간다. 허용의 규모와 강도는 사실 생각하기 싫다. 그게 지금 나와 내관계들의 보수성일 것이다. 진보적으로 살자는 결심과 일상속의 선택과의 괴리를 자주 느끼곤한다.
매번 부딪치는 그 허용의 규모와 강도를 어떻게 선택하냐에 따라 인정하는 삶, 존중하는 삶이 만들어진다.
세식구의 짐을 싸며, 왜 난 다른사람의 짐을 싸주는 운명일까를 생각했다.
다른 식구들이 여행에 직면할 상황을 예상, 상상하며, 불편하지 않도록 꼼꼼히 짐을 싼다. 내가 가는 여행도 아닌데 말이다. 여행 아침, 일일이 짐에 대해 설명하면서도, 왜 난 이 반복되는 운명을 수행하고 있는 걸까 생각했다. 나는 나름의 가족에 대한 인정의 행동이었는데, 가족들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고, 이건 그냥 내가 스스로 나에게 주는 의무와 굴레가 되어버렸나 생각했다. 인정하는 행동이 결국 나를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결과로 돌아왔구나. 난 참 허용의 규모와 강도를 조절하지 못하는 사람이구나. 나 스스로에게 더욱....
혼자가는 여행만이 아니다. 혼자하는 모든 일에 대해 나는 상대의 허용을 구하지 않았다. 굉장히 보수적인 행동이다. 그냥 내가 알아서 하는 일이니, 그 결과는 너희들이 허용해줘야 해. 라는 스스로의 제도와 장치를 만들었다.
짐을 함께 싸는 것도, 여행을 함께 계획하는 것도 설사 그것이 나만의 여행이 아니더라도
'일만하지 말고 쉬어~'라는 말에 포함된 의미처럼
우리만의 여행이 아닌 당신에게도 좋은 여행이 되길 바래 라는 허용 규모와 강도처럼
존중은 결국 여러말이 아니라는 것.
그저 지켜보고 같이 감내해 주는 것도 존중이라는 것.
혼자가는 여행을 생각하며 느껴지는 말의 의미이다.
결국 혼자가는 여행도 함께여야 한다는 것.
그런 생각 후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3일동안 나도 나만의 여행을 가져야지. 고마워 마음써줘서~
혼자가는 여행 -자라밴드
아침 햇살이 따스하게 내 볼을 감싸고 불어오는 아침 바람 창문을 열어
이슬 맺혀진 창가에 둔 꽃 입을 맞추고 행복한 아침에 감사하며 일어났어.
아직도 내겐 어젯밤 꿈 속 너의 모습이 왜이리도 가슴 뛰고 설레이는 건지
서랍 속 깊이 간직했던 머리끈을 메고 행복한 아침에 감사하며 난 나섰어.
향기로운 꽃가게를 지나 한가로운 버스를 타고서 오랜만에 올라타는 춘천행 기차
사람들 가득히 품에 안고 달려가는 기차 한 켠에 우리가 있던 항상 그 자리
그 곳에 서면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결에 그대 생각에 또 눈물이 흐르려 해도
언젠가 다시 서로를 위해 바닷가에 나란히 앉아서 너에게 기대어 노래를 부르고 싶었어.
뚜뚜뚜 뚜뚜뚜루루 뚜뚜뚜루루루 뚜루루루 뚜루루루루
쓸쓸해진 거리 이 곳엔 하얀 파도만이 나를 반기고 흐린 하늘 바라보다 널 생각했어
바람이 불던 흐린 하늘 아래 우린 약속했었지 다시 또 올 땐 지금보다 더 행복해질꺼야.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결에 우리 서로의 꿈을 기억하며
가끔은 나 네 생각에 또 눈물이 나면 부는 바람속에
나를 보낼께 이렇게 나 두 눈을 감을께.
이렇게 나 하나씩 지울께.
혼자여도 외로워도 또 눈물이 나도
여행처럼 하루를 살아갈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