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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HIND THE MOVE Aug 30. 2022

팀 현무 <망울> 제작기

비하인드 더 무브 영상 제작 지원 프로그램 선정 팀 현무의 이야기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비하인드 더 무브는 댄서들에게 영상 제작 비용을 지원하는 <영상 제작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지원, 심사, 선정을 거쳐 두 팀이 선발되었고, 그간 두 팀의 제작 과정을 기록했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선정 팀 ‘팀 현무’의 작업 이야기와 작업기를 담았습니다.


현무의 두 팀원이 바다를 풍경으로 서로 손을 잡고 마주 보고 있다 | 촬영 및 제공: 비하인드 더 무브


#팀현무


Q. 본격적인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간단하게 두 분에 대해, 팀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신가현: 현무에서 가무로 활동하고 있는 21살 신가현입니다.


조수현: 안녕하세요. 21살, 춤추고 있는 팀 현무의 조수현입니다.


신가현: 저희는 ‘팀 현무’로 함께 활동하고 있어요. 백제예술대학교에서 서로를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요. 함께 춤을 추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서로 잘 맞고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느꼈어요. ‘앞으로도 같이 활동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둘이 팀을 만들게 됐고요 저희 팀의 이름은 조수현의 현과 가무의 무를 합쳐서 현무로 만들어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Q. 팀 현무는 어떤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팀인가요? “다른 팀, 안무가와 차별화된 팀 현무만의 색깔은 이런 것입니다.” 같은 것이 있는지 알고 싶네요.


신가현: 다양한 움직임을 통해서 저희만의 책을 써내려가는 과정 속에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먼슬리 프로젝트(Monthly Project)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매달 영상과 안무를 통해 저희의 새로운 색을 칠해 나가고 진심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 진심을 들어주신 분들은 따스한 메시지를 남겨주고 가세요. 저는 그게 현무의 또다른 특별한 힘이라고 생각해요.

#망울


Q. 이번에 <비하인드 더 무브 영상 제작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망울>이라는 작품을 제작하셨어요. 작품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조수현: 저희가 이번에 만들게 된 작품인 <망울>은요 선우정아의 <터트려>라는 노래와 그 뮤직비디오를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들었습니다. 처음 곡을 들었을 때, 마음에 응어리져 있는 무언가를 느꼈어요. 그 감정이 망울이라는 단어와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작품 이름을 <망울>이라고 정했습니다.


Q. 작품을 보면 댄스 필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서사가 담긴 짧은 단편 영화 같은 느낌도 들었어요.


조수현: 일반적인 댄스 필름보다는 댄스 무비 필름 같은 느낌을 담아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춤에 더해 연기도 도전해 보았습니다. (웃음) 작품에는 두 사람이 등장하는 데 각자 자신만의 망울이 있어요. 그 망울이 만들어내는 감정의 변화에 대해, 두 사람이 만나면서 서로의 망울을 터뜨릴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관계에 대해 풀어내 보고 싶었습니다.


신가현: 작품의 이야기를 요약해 말씀드리자면, 처음에 두 사람이 같은 공간에 있는 모습으로 작품이 시작돼요. 수현이는 자신의 망울을 간직한 채로 지치고 힘들어한 상태에서 집이라는 공간에 머물고 있고 가현이는 자신의 망울이 있음에도 그걸 인지하지 못하는 상태로 덤덤하게 있어요.


그러다가 집 밖으로 나간 가현이가 자신의 망울을 인지하게 되면서 혼란스러움을 느끼게 되고, 방황하다가 격양된 감정을 느끼게 되죠. 자신의 감정으로 혼란스러움을 느끼던 가현이는 의지할 곳을 찾아서 다시 수현이 있는 집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이때 수현이는 격양된 마음 때문에 바다로 나간 상태예요.


결국 가현이와 수현이는 서로의 공간으로 달려가게 되고 한 공간에서 만난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하고 공감해주고 위로해주며 용기를 주는 것이 작품의 주된 이야기에요.


가현이 골목길에서 배회하는 장면을 연기하고 있다 | 촬영 및 제공: 비하인드 더 무브

Q. 망울이라는 건 ‘이러한 감정’을 명확히 지칭하는 언어는 아니에요. 그래서 작품 속 두 사람이 느끼는 망울에는 다양한 감정이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작품을 제작하면서 망울에 어떤 감정을 대입해 보려 하셨나요?


조수현: 작품 속의 두 사람은 다른 감정선을 가지고 있어요. 서로의 감정은 다른 결을 가지고 있고 다른 속도로 흘러가요. 수현이의 경우 자신의 망울을 인지하고 있는, 지치고 힘든 상태라면 가현이는 망울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죠.


그런 두 사람이 변화하는 과정 속에 다양한 감정들을 겪게 되요. 울컥하는 마음도, 격양됨도 있고 체념도 있고 지치고 힘든 것도 있어요. 처음에 안무를 기획했을 때 일상생활에서의 느낄 수 있었던 혹은 인지하지 못했던 망울을 주제를 담고자 했어요. 그래서 저희가 경험에서 느꼈던 힘들고 지쳤던 감정들을 가지고서 이야기를 풀어내 보았습니다.


#기획부터 제작까지


Q. 작업 과정을 조금 더 찬찬히 들어보고 싶어요. 전체 제작 과정에 대해 나눠주실 수 있을까요?


조수현: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첫 번째로 아이디에이션을 진행하고, 두 번째는 스토리 초안을 잡고 그를 기반으로 로케이션 선정을 하였고요 그런 다음 스토리보드를 짜면서 이야기를 구성하고 그 다음에 안무 창작에 들어갔습니다. 이후에 작품이 실제 영상으로 구현되면 어떨지 궁금해서 스토리보드를 기반으로 2차 시안 영상을 만들었고요. 이후에 촬영지로 사전 답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부산에 직접 와서 정말 땀을 뻘뻘 흘리면서 촬영 장소를 찾았고요.(웃음) 와서 장소를 보니 바다쪽 촬영 장소가 플로우 동작(누워서 하는 동작)을 하기에는 어려운 환경이어서 이를 기반으로 최종 안무 수정을 했습니다.


Q. 작품을 만들고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바다’라는 공간과 ‘윤슬가’라는 공간을 선택하셨어요. 이 두 공간을 선택한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것 같아요.


윤슬가 거실. 흰색 거실 옆 창가에 빛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 촬영 및 제공: 비하인드 더 무브


신가현: 처음에 선우정아님의 <터트려>를 들었을 때 물과 따뜻한 곳, 이 두 가지가 떠올랐어요. 그런 의미에서 윤슬가라는 장소는 분위기, 톤, 색감, 채도가 저희가 생각했던 느낌과 잘 맞았어요. 현무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고요. 공간 자체가 예쁘기도 합니다. (웃음)


수현이 바다 암석 위에서 춤을 추고 있다 | 촬영 및 제공: 비하인드 더 무브

그리고 물에서 자연스럽게 바다라는 공간이 연상되었는데요. 저희가 느낀 바다는 넘치지 않는, 뭉쳐 있는 무언가를 넓은 그릇에 담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터뜨리지 못한 망울을 그런 바다에 대입해서 바다를 주된 공간으로 활용했습니다.


Q.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특히 고민했거나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조수현: 예산에 대한 작은 고민이 있었어요. 작품을 더욱 잘 표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쌓아나가다 보니 세부 예산에서 생각보다 지출이 많아지더라고요. 다행히 비하인드 더 무브 측에 지원해주신 제작 지원비도 있었고 주변 지인분들의 도움도 받고, 예산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이리저리 알아보아서 그 부담을 많이 줄일 수 있었습니다.


신가현: 아무래도 그냥 댄스 필름을 제작하는 것이 아니고 감정을 보여주는 연기가 많이 필요한 작품이다 보니 당일에 감정 몰입을 못해서 시간을 지체하지 않기 위해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연습을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우는 장면의 경우에는, 원래 잘 우는 성격이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수현이만 보면 눈물이 나서(?) 그 부분은 걱정이 없었지만, 화를 표출하고 불안함 감정을 나타내는 장면은 정말 어려웠어요. 표정변화 없이 감정을 누르며 춤을 추는 편이라 이게 습관이 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수현이가 천천히 감정을 설명해주고 응원해준 덕분에 감을 잡아갔던 것 같아요.


Q. 이 작품은 ‘영상으로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가 중요한 안무 영상이었던 것 같아요. 이번 작업을 함께 한 앨빈님과는 어떻게 같이 작업하게 되었나요?


조수현: 프로그램 면접 심사 당시에 영상 감독에 대한 피드백이 많았어요. 그래서 관련해 찾아보던 와중에, 저희가 원했던 차분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분위기의 영상을 앨빈님의 프로필에서 본 거예요. 실제로 만나뵈었을 때도 시네마틱한 느낌의 영상을 좋아하신다고 하셔서 너무 좋았어요. 저희도 마침 시네마틱한 영상을 원했거든요.


수현, 가현, 감독 앨빈이 카메라 스크린을 보며 찍은 장면을 다시 보고 있다 | 촬영 및 제공: 비하인드 더 무브

Q. 같이 작업해 보았을 때는 어땠나요?


조수현: 급한 분이 아니고 촬영도 ‘빨리빨리’ 스타일이 아니라서 저희도 편안하게 촬영했던 것 같고요. 같이 파이팅도 외쳐 주시고 차분하게 ‘이런 거는 더 찍었으면 좋겠다. 저런 것도 더 찍자.’고 욕심 내주셔서 더 감사할 따름이었고요. 덕분에 재밌었어요.


Q. 작업 전체적인 과정에서 어떤 것들을 배웠나요?


신가현: 다 처음 해봤기 때문에 모든 게 경험이었어요. 머릿속으로는 ‘이런 영상 이렇게 하면 좋겠다.’ 이런 게 많았는데 그걸 어떻게 실현해야 되는지 몰랐거든요. 수현이 덕분에 꼼꼼하게 전체 과정을 진행할 수 있었어요. 옆에 있는 파트너를 통해서 배운 것도 많았던 것 같고요. 이 과정을 하는 것 자체가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조수현: 1박 2일 촬영은 저희에게도 꽤 큰 규모의 촬영이어서 배운 게 많았어요. 덕분에 당일 촬영의 기획은 더 쉬울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요. (웃음) 예산부터 장소까지 신경 쓰면서 작업했는데 모든 게 계획했던 대로 착착 진행되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사전 답사까지 와서 한 영상에 공을 이만큼 들여야지, 이만큼 많이 찍어야지 더 좋은 영상이 나온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은 것 같습니다.


바닷가 해변 암석 위에 놓인 신발 | 사진 촬영 및 제공 = 비하인드 더 무브

Q. 이번 작품을 사람들이 어떤 마음으로 보았으면 좋겠나요?


조수현: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문득 마음을 울리는 순간들은 자기도 모르는 채 찾아온다고 생각해요. 작품을 봐주시는 분들께 저희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자신도 모르게 울컥거림을 느끼실 수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고요. 자신의 망울을 인지하면서 스스로 지금 잘 지내고 있는지 아니면 잘 지내지 못하고 있는지 자신에게 안부 인사를 전해 볼 수 있는 그런 용기를 주는 영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신가현: 저희 둘이 이 노래를 고른 게 그런 울림이 있어서 고른 거였거든요. 편히 보시다가 자기 마음속에 ‘억’ 하는 게 뭔지 느꼈으면 좋겠어요. 저희 영상을 통해 보는 분들이 정말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는 바람도 있습니다.




#영상 제작 지원 프로그램


Q. 비하인드 더 무브의 <영상 제작 지원 프로그램>은 창작자 분들에게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주자는 취지로 진행됐어요. 꽤 긴 과정을 거쳐 선정이 되셨는데 선정 당시 기분이 어떠셨나요?


신가현: 사실 처음에는 저희가 떨어진 줄 알았어요. (웃음) 수현이한테 전화가 와서 '어떻게 됐어?' 이렇게 물어봤는데 '떨어졌어’라고 답한 거예요. 애써 덤덤한 척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수현이가 ‘뻥’이라고 하더라고요. (웃음) 둘이 학교 야외 무대에서 엄청 뛰면서 좋아했어요. 주변 친구들도 저희 고생한 걸 아니까 옆에서 같이 칭찬해 주기도 하고, 엄청 기뻤어요.


조수현: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고요. 진짜 짜릿했어요. (웃음) 학교 생활과 현무 활동을 같이 병행하다 보니까 준비 과정에서 정말 바빴거든요. 심사위원 분들이 저희의 진심을 알아주셨나 보다 하면서 정말 좋았습니다.


Q. 두 분 다 기분이 좋았다니 저희도 기쁘네요. 전체 심사 과정에서 심사위원 분들의 피드백이 여러 번 전달됐어는데요. 그런 피드백이 도움이 됐나요?


조수현: 정말 도움이 많이 됐어요. 저희도 이런 작업이 처음이다 오히려 그런 분들의 말씀을 허투루 듣지 않고 더 귀담아서 수용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신가현: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구나'라는 지점도 있고 ‘이 부분은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이런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구나’ 같은 지점도 있었어요. 덕분에 많은 도움이 되고 참고도 됐던 것 같습니다.


Q. 내년에 이 프로그램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 눈여겨 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말을 전해주고 싶으신가요?


조수현: 일단 도전하세요. 왜냐하면, 저희도 될 줄 몰랐거든요. (웃음) 그리고 이렇게 인터뷰를 하고 질문에 답하면서 작품에 대해, 저희의 생각에 대해 더 깊이 들여다볼 수도 있었던 것 같아요. 지원비를 주시기 때문에 작업을 할 때 더 마음을 내려놓고 표현하고 싶은 걸 만들어볼 기회이기도 하고요. 본인이 정말 영상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일단 도전해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신가현: 준비하는 것도 오래 걸리고 고민하는 시간도 굉장히 길었지만, 이러한 경험이 바탕이 되어서 앞으로의 작업들을 수월하게 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비하인드 더 무브 측에서도 계속 소통해주시고 도움을 많이 주셔서 저희도 준비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지 않고 해낼 수 있었어요. 내년에 프로그램에 신청하실 분들이 있다면 준비하는 과정만으로도 얻어가는 게 있을 테니 용기 내어 신청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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