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움과 자의식의 경계 속에서 춤 추는 댄서 오도(ODO)를 만났습니다
#김도영, ODO
Q. 간단하게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 춤을 추고 있는 오도(ODO)라고 합니다. 지금은 힙합 듀오 팀 베드에스(BADASS)라는 팀에 소속되어 있어요.
Q. 오도님은 어떤 사람인가요?
- 단순하고 욕심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사람. 괜찮은 사람이고 싶은 사람 같아요.
Q. 본인만의 인생 모토가 있으신가요?
- 세 가지가 있는데요. 건강한 삶, ‘그래 그럴 수 있지’, ‘삶 = 사랑 = 사랑’이에요.
첫 번째는 무조건적인 건강한 삶이에요. 크게 다쳤던 경험이 있어서 몸을 회복한 이후에는 건강한 삶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요. 예전에는 ‘춤으로 성공하기’, ‘이런 느낌 보여주기’ 같은 게 중요했다면, 지금은 ‘무조건 건강하자’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해요.
두 번째는 ‘그래 그럴 수 있지’예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온전하게 이해되지 않을 때, 그 다름을 인정하고 ‘그래 그럴 수 있지’라고 말하면 그 사람을 그 자체로 존중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항상 마음에 새기고 다니는 문장이에요.
세 번째는 삶 = 사랑 = 사랑이에요. 삶에는 항상 사람들간의 관계가 있고, 그 관계에는 서로 다른 모양이지만 사랑이 있다고 생각해요.
#댄서 ODO
Q. 춤을 좋아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 어렸을 때부터 노래 부르고 춤추는 걸 좋아했어요. 살던 아파트에 공부방이 있었는데요. 그 공부방에 들어가기 전에 항상 이어폰을 끼고 계단에서 춤을 추곤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진짜 프리스타일이었죠.
Q. 오도님은 춤의 어떤 부분이 매력적이었나요?
- 기분 나쁠 때, 우울할 때, 기쁠 때, 춤을 추면 그 감정들이 하나하나 다 티가 나더라고요. 어렸을 때는 ‘춤을 보면 그 사람 성격을 알 수 있다’는 말이 이해가 안 됐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정말 맞는 말이에요. 저에게 춤은 표현 그 자체이고 제가 가장 잘하는 표현입니다.
Q. 그럼 ODO님은 어떤 춤을 추는 사람인가요?
- 춤을 출 때 억압받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제가 꼭 추고 싶은 춤만 추는 편이에요. 물론 ‘이건 필요하겠다’고하면 시간을 내서 연습하기도 하지만 오롯이 저를 위한 시간에는 억압받지 않고 자유롭게 추려고 해요. 음악을 듣고 제가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는 데 집중해요.
근데 이 안에서 지킬 건 지키려고 해요. 음악과 내가 너무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고, 장르를 나누지 않지만 굳이 따지면 힙합이라는 신에서 더 활동하고 있는 사람인지라, 힙합이라는 문화 안에서 자유롭게 표현하려고해요. 자유로움과 자의식 사이의 어딘가에 있는 춤이에요.
저는 컨템퍼러리 영역 안에 있는 '즉흥'도 너무 좋아하고 힙합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두 소속을 존중하며 저의 춤을 추려고 하는 것 같아요.
Q. 춤추고 표현할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게 있나요?
- 재미, 진심, 연구요. 재미가 먼저이고 그다음이 진심, 그다음이 연구라고 생각해요. 안무를 짜든 프리스타일을 하든 재미가 있어야 시작을 하잖아요. 그렇게 춤을 추면 진심을 다해 표현하게 되고, 나중에는 더 잘 표현하고 싶어서 연구하게 되는 것 같아요.
Q. 비댄서의 입장에서는 사실 연구가 가장 흥미로운 키워드였어요. 오도님이 하는 프리스타일 연구란 무엇일까 궁금했어요.
- 제 연구 스타일은 약간 마인드맵 같아요. 예를 들어서 ‘아이솔레이션’이라는 주제를 정하면 그냥 ‘목, 어깨, 가슴, 골반, 무릎, 발목, 손목, 팔꿈치’ 이런 식으로 연습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이어져서 ‘이미지, 또 그 안에서 이어져서 박자, 또 이어져서 ‘리듬 메이킹’…이렇게 계속 마인드맵처럼 이어가며 연구해요.
Q. 오도님의 춤을 볼 때나 오늘처럼 춤에 대해 이야기하시는 걸 들어보면 본인의 춤을 정말 사랑하시는 것 같아요. 본인 춤의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 (웃음) 너무 많아요. 떠오르는 걸 다 말씀드려보자면, (잠시 고민) 진짜 다 말해도 돼요? (웃음)
Q. 물론이죠. (웃음)
- 일단 감성이 너무 좋고요. 음악을 들었을 때 음악을 듣고 표현하는 감성이 좋아요 선적인 표현도 잘 쓰고요 그 선적인 표현의 흐름도 좋다고 생각해요. 아이솔레이션도, 컨트롤도 잘하고 댄싱의 높낮이도 다양하게 잘 써요. 힘도 좋고요. 춤을 추면서 크게, 작게 표현하는 것도 잘 보이게끔 해요.
Q. 프리스타일을 좋아한다고 하셨잖아요. 그래서 배틀도 많이 나가시는 것 같고요. 프리스타일이나 배틀을 왜 좋아하세요?
- 가장 큰 이유는 자유로움이에요. 제 취향은 그냥 막 추는 거예요. 그럴 때 더 재미를 느끼더라고요. 배틀도 그 자유로움을 시험하는 느낌이에요. 연구하고 연습했던 것들을 ‘어디 한번 봐라’하는 마음으로요. 현장에서 배워오는 것도 많고요. ‘더 해야겠다. 더 연구해야겠다. 이런 걸 해봐야겠다.’ 같은 마음을 얻는 것 같아요.
Q. 배틀 무대에 섰을 때 어떤 마음이에요?
- 다치기 전과 후가 다른 것 같아요. 다치기 전에는 항상 무언가 보여주는 게 목표였어요. ‘이번에는 이건 꼭 하고 와야지’, 이렇게 보여줄 주제를 가지고 배틀에 임했거든요. 다치고 난 후로는 ‘안 다치고 오자’라는 마음으로 나가요.
배틀 무대에 서면 온몸이 떨릴 정도로 긴장이 많이 되거든요. 경험이 쌓이다 보니까 그렇게 떨리는 게 재미있게 느껴지더라고요. 웃기기도 하고, 제가 평소에 많이 느껴보지 못하는 감정들이잖아요. 전에는 '왜 이렇게 긴장되지?' 같은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나 지금 긴장하네, 재미있다!'라고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그 긴장감을 즐기려고 해요.
Q. 부상에 대한 이야기를 여러 번 해주셨어요. 혹시 그 이야기를 더 자세히 해주실 수 있을까요?
- 배틀 본선 무대에서 무릎 안짱다리를 하는 동작이 아주 짧게 있었는데 그때 다쳤어요. 2개월 반 정도는 목발을 짚고 생활했고요. 오롯이 걸을 수 있을 때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했어요. 2020년 6월, 7월쯤 다쳤고 2021년 10월에 복귀했으니 1년 3개월 정도 춤을 못 춘 거네요.
Q. 부상을 치유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 그 시기는 제 인생 최대의 고난이었어요. 2, 3개월은 예능을 보다가도 눈물이 나더라고요. 우울감에 빠져서 살고, 자격지심에 빠져서 살았어요. 인스타에 올라오는 춤 영상도 도저히 못 보겠고, 답답하고 막막한 시기였어요.
그런데 상황은 이미 일어났고, 지금 할 수 있는 건 없잖아요. 내가 춤 말고 좋아하는 게 뭔지 더 찾아봤던 것 같아요. 그때까지는 이렇다 할 취미 생활도 없었거든요. 취미 = 춤 = 직업이었으니까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알아갔던 것 같아요. ‘나 액세서리 좋아하지, 나 커피 좋아하지’ 같이요. 덕분에 그때 커피 바리스타 자격증도 딸 수 있었어요. 좋아했던 디자인의 액세서리도 많이 만들었고요. 요가나 필라테스에 대한 관심도 그때 더 생겼어요.
‘춤만 추기에는 내가 살아갈 날들이 너무 많다.’ 춤은 직업이 아니라 라이프(Life)화시키자, 언제든지 춤출 수 있게.’로 변했던 시기예요.
Q. 힘든 시기였지만 동시에 본인을 찾게 된,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이었군요.
- 제 인생의 두 번째 터닝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꼭 필요한 시기였다. 그 시기가 빨리 와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해요.
Q. 지금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 DOPE 스튜디오에서 정규 수업을 진행하고 있고요. 중간 중간 오픈 클래스 수업을 열고 있어요.
Q. 수업을 할 때의 오도님은 어떤 마음과 생각을 가지고 있으신가요?
- 일단 저는 확신이 든 상태에서만 수업을 열어요. 제 수업의 경우에는 프리스타일을 어려워하는 친구들이 꽤 많아요. 그래서 ‘춤은 (원하는 대로) 출 수 있다’라는, 춤을 추는 것 자체에 초점을 두고 수업에 임하는 것 같아요.
수업을 시작하게 되면 저도 매주 그 주제에 맞춰서 연습해요. 다른 댄서 분들도 그렇겠지만 수업 시간이 가볍게 흘러가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누군가는 부모님의 지원으로, 누군가는 알바를 해서 번 돈이잖아요. 그에 맞는 값어치를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아요. 제 감성, 스타일을 보고 오는 친구들이니까 어떻게 저의 감성과 스타일을 알려줘야 할까 많이 고민하고 신경 써요.
Q. 수업의 모토 같은 게 있으세요?
- 그냥 ‘이 수업에 진심과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해요. 제 주변 사람들은 '다 퍼주는 나무'라고 불러요. (웃음) 제가 생각하는 수업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면 ‘진짜 다 퍼준다’는 얘기 많이 하거든요. 저는 그냥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에요. (웃음)
#. 오도의 춤
Q. ‘공백’이라는 영상은 부상에서 회복하고 찍은 첫 안무 영상으로 알고 있어요. 안무에 대해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 제가 다쳤을 때, 몇 개월 동안 음악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어요. 들으면 울렁거리고 구역질이 났거든요. 그러다가 친한 친구가 '도영 너 이거 한번 들어봐, 이 노래 들으니까 너 생각난다'라고 하면서 이 영상의 노래를 전해 줬어요. 노래를 들었을 때 막혀 있던 감정이 터지면서 엄청 울었어요. 비가 많이 쏟아지는 날이었는데 그날은 오랜만에 제 감정에 솔직했던 날이었어요.
조금 걸을 수 있게 되고 가볍게 뛸 수 있을 때쯤 ‘그때의 감정을 남겨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안무 영상을 만들게 됐어요. 이 영상은 짜여진 안무 구성이 있거나 하지는 않아요. 그냥 제일 좋아했던 장소에서 제 감정을 담는 영상을 찍자고 생각했어요.
영상을 보면 흰 천을 두르고, 흰 색깔 옷을 입고 있고, 흰 색 신발을 신고 있는데요. 그 모습에 ‘내 영혼’이라는 의미를 뒀어요. 음악을 듣고 감정을 표출할 때 드러나는 내 영혼의 모습을 담은 영상, 그런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영상 전체가 거의 프리스타일이었어요. 춤 출 때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남기고 싶다는 취지로 찍은 영상이었습니다.
Q. ‘현실주의와 이상주의’ 영상은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느낀 영상이었어요. 이 춤은 어떤 춤인가요?
- 새벽 감성으로 SNS에 갑자기 올리게 된 안무예요. (춤을 추다가) 유독 영상의 저 부분이 좋아서 보다가 우연히 영상을 되감았는데요. 되감기되고 있는 제 모습이 춤을 추고 있는 것 같은 거예요.
춤 같으면서도 제가 이렇게 춤을 추지는 못 할 것 같고, 그냥 춤을 추는 앞 부분은 현실적인데 되감기되는 부분은 이상적인 것 같았어요. 근데 둘 다 제가 춤 추고 있는 건 똑같잖아요. 내가 추는 춤이지만 다른 춤 같다고 느꼈어요. 앞 부분은 ‘춤추고 있다.’라는 느낌이라면 되감기되는 부분은 ‘빠져들고 있다’라는 느낌이 더 강해요.
Q. 그루비코스타 루키사이드 저지 쇼케이스의 춤은 ‘오도님이 파도를 타고 있다’는 느낌을 줬던 영상이에요.
- 무대를 준비하면서 곡을 선정할 때 고민이 많았어요. ‘힙합 루키 사이드’이다 보니까 힙합적인 멋의 요소들을 더 풀어낼지, 아니면 제가 요즘 추구하는 춤의 방향성을 더 보여줄 지 고민이 됐어요. 그러다가 이 음악을 듣고 갑자기 '이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혹시 이 무대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었나요?
- 아무래도 루키 사이드이다 보니까 저보다 후배인 친구들이 많잖아요. 그래서 먼저 이 친구들이 ‘조금 더 자유롭게 춤을 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짜인 틀 안에서 추려고 하고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 써서 자신의 춤을 추지 못하는 그런 상황을 많이 봤거든요. 일단은 ‘그냥 음악 듣고 춤춰도 돼’라는 의미를 전해 주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그 다음에는 ‘그 대신 정말 힙합을 사랑하고 존경한다면 거기에 대한 공부는 해야 되지 않을까?' 라는 의미도 전하고 싶었어요. 표현하고 감정을 전하기도 하지만 표현에만 집중하지 않고 댄싱적인 요소들도 넣어보려고 한, 그런 춤이었어요. ‘자유롭게 표현해도 돼. 대신 추는 춤에 대해 알아보고 찾아봐도 좋지 않을까?’ 같은 느낌? 자의식과 자유로움의 경계를 보여주는 춤이었어요.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오도님이 추구하는 이상, 목표가 있으신가요?
덜 후회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사람으로서나 댄서로서나. 그게 삶의 목표인 것 같아요. 다른 건 없어요. 그냥 건강한 게 최고예요. (웃음)
- The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