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브런치 제안이랍시고 사랑에 대한 글을 한편 써달라고요?
아 오케이 글 써보긴 할게요.
아니 근데 뭔 서로 주고받고 혹은 치고받는 사랑을 해봤어야 이 주제로 에세이를 쓰던 청승을 떨던 할 것 아닙니까! Μαλάκα!!!!! (대충 심한 욕)
심하게 짝사랑을 하며 끙끙 앓다가
이 불쾌감의 기원이 뭘까 내 기질 때문일까 찌질하다는 자괴감일까
별의별 생각을 하다가 어느 날 알았다.
유레카
그 역시 나처럼 누군가를 바라보며 안타까워한다. 또 일상을 궁금해하면서
그녀가 한 번이라도 바라봐준다면 그걸로 위안을 삼고 어쩔 수 없이 더더 바라게 된다.
난 혼자 멀리서 그를 보고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데, 그 역시 누군가를 바라보며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는 것. 그게 마음 아프고 불쾌한 거였다.
어떻게 어떻게 기도하고 구걸하고 요청하다가 그와 만남을 시작하게 되었다.
설렘과 환희가 가득한 나날들.
데이트를 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면, 꼭 그는 문자로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내가 그렇게 물어보고 물어봐도 대답해주지 않던 그 말, 그걸 이제야 알았지 뭐예요
유레카
그는 이제 그만 만나자는 그 말을 하고 싶은 거였다.
큰 질병을 앓다가 대수술을 받고,
아니다 큰 전쟁을 치르고 난 후에 회복하는, 매우 지난한 시간이 지나갔다.
그리고 당황하고 놀랬던 것은
아, 당신들 이런 세상을 살고 있었구나.
마음껏 숨 쉬어도 폐가 아프지 않은
열심히 뛰어도 여전히 달릴 수 있는 근육과 튼튼한 심장이 있는 일상.
그걸 누리고 있던 거였구나.
유레카
지난 시간들이 어이없게 느껴졌다.
나를 택하지 않은 사람들을 욕하고 세상을 욕할 것이 아니라,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내가 숨 쉴 수 없던 것은 병 때문이었고, 당신과 섞일 수 없었던 이유는 우리가 기름과 물이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뭐 이제 와서 그런 게 대수겠어요
당신은 여전히 폐섬유증과 폐섬유종도 구분 못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