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있다는 것

by 밤호랑이

실제로는 종교를 가질 수 없다. 종교가, 신이 나를 갖는 것이지 내가 소유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다.

신앙생활을 한다는 건 신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신이 없다고 하는 사람에게 신의 존재에 대해 논쟁하고 변론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사랑은 보이지 않으니까 공기는 보이지 않으니까. 우주의 크기를 논할 때 우주가 바닷가라면 지구의 크기가 해운대에 모래알 보다도 작다고 하는데, 이 역시 체감되지 않으니 그냥 없는 것으로 할까. 체험하지 않으면 실제가 아니므로- 그래서 위험을 알기 위해 염산을 마시고 이산화황을 목에 쏟아부어볼까.

나 역시 그렇게 살았다. 소모적인 이야기는 그만하고 싶다.

사람은 자신이 체험한 만큼만 안다. 죽음의 문턱 앞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사람에게 연장된 삶은 너무나 귀하다. 학창 시절 바른길로 이끌어준 선생님과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도움을 받고 큰 빚을 탕감받은 사람은 은사를 잊을 수 없다. 누군가에게 큰 사랑을 받은 사람은 그것이 얼마나 귀한 것을 알기에 다른 누군가와 나눌 힘을 얻는다.



신앙생활이 그게 어렵다. 잘하고 있는데도 시련이 다가온다. 분노할 상황에도 '신의 사랑'으로 참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시련을 통해 연단한다고 하는데, 마치 예리한 검을 만드는 과정처럼 수없는 망치질과 뜨거운 용광로 속에 수차례- 하지만 사람은 현재를 살고 지금만 본다. 신의 계획은 알 수가 없다. 다른 차원에 있는 존재는 과거, 현재, 미래를 한꺼번에 볼 수 있다고 한다. 개미는 땅 위에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둘러싼 입체적인 공간을 지각하고 또 사유한다.

신은 응답하지 않는다. 아니 응답했는데도 우리는 못 듣는다. 듣고 싶은 대로 들으니까. 나에게 거절은 거절하니까. Yes라는 응답을 받을 때까지 응답한 것이 아니다. 나도 그렇지만, 신도 대답할 가치가 없는 질문에는 대답하고 싶지 않다.


내 마음을 후벼 파는 곡들과 마음이 찔리는 수많은 이야기들에도 쉽사리 차갑게 식은 마음에 눈물이 나오지 않았는데(원래 전사는 군인은 이 시대의 아저씨는 그런 법이다) 지극히 차분한 멜로디와 당연한 가사 앞에서 멍하니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양손 가득 무거운 짐을 지고 낑낑거리다가 갑자기 모든 짐을 놓쳐 버린 것 마냥.


https://youtu.be/rSRm_no1 hqk? si=dHrrb3 IG--PSR6 X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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