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소소하게 가드닝을 하고 있는데, 둘째가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온 봉숭아가 완전히 시들었다. 누가 봐도 혈색이 매우 안 좋고 생명이 다한. 그래서 둘째에게 봉숭아를 보내줘야 할 때가 되었다고 완전히 시들었다고, 대신 예쁜 화분을 새로 심어주겠다고 했더니 눈이 빨개진다.
'아빠 쟤 내 친군데....' 계속 놔두라고 한다.
성경을 보면 감동적인 말씀이 많지만, 내 마음을 건든 문장은- 상한 갈대를 꺾지 않고 꺼져가는 등불을 끄지 않으신다는 말씀이다.
상한 갈대는 꺾어버려야 하고 등불이 밝지 않으면 교체해야 한다. 그래야 그림이 상하지 않는다 효용가치가 없는 것을 계속 둔다는 건 옳지 않다. 에너지의 낭비, 비효율적인 것이다.
사람들이 '경건하게' 앉아있는 가운데에 남루한 아저씨가 두리번거리며 앉아있다. 저번주에도 큰소리로 교역자와 얘기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주목시켰던 그 이다. 오늘은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발을 주무르고 있는데 자꾸만 시선이 그쪽으로 향한다. 부끄럽지만 한 번도 편견 없이 그를 바라보지 못했다.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문득 예수님이 생각났다. 하필 누추하고 냄새나는 마구간에서 태어나신. 사람들은 '하필' 자신들의 축제인양 트리 앞에서 사진을 찍고 먹고 마시며 여행을 떠나고 크게 웃는다. 그런데 어쩌면 일 년 중에 며칠이라도 크리스마스 핑계로 근심 없이 사람들을 만나고 한해를 기념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셨을 것 같다.
모르겠다. 나의 생각은 그의 생각과 매우 다르니까.
아,
상한 갈대는 꺼져가는 등불은,
사실 나였다.
https://youtu.be/Vdjk2jozY-o?si=8QI3HBLLg-QzYrk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