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덩어리

암호문을 해석하십시오

by 밤호랑이

하루 종일 첫마디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고민했어요.

할 말이 너무 많으니 정작 하고 싶은 얘기가 없더군요.

당신 문제가 그것 아니었던가요.

누군가 너를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기운을 북돋아주고 조건 없이 지원해 준다면, 마음이 따뜻하고 뿌듯해져서 뭐든지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과 고취감, 희망.

그래서 하루에 두 시간을 자도 이 시간까지 깨어있을 수 있는 에너지를 내뿜지만

우중충한 날 몸이 피곤한 채로- 골치 아프고 걸리적거리는 일 두어 개가 쌓이면 곧잘 분노하고 포기하고 싶은. 마치 예전으로 돌아가서 자포자기할 것 같은 두려움 절망.

그것 아니었던가요?


당신이 떠나던 날과 마찬가지로 나도 훌쩍 떠나봅니다.

두 시간 눈을 감았다 뜨면 나를 아무도 모르는 세상에 도착합니다.


금단 증상으로 나는 초점을 잃고 날카로움을 잃었지만 주저앉지 않았습니다. 이미 나는 양치기 소년이 되었으므로 무슨 말을 한다고 해도 당신이 납득할 수 없겠지만, 내가 포기하지 않고 생존해 있다는 것이 증명입니다. 떠오르는 과거의 망령들을 잠재우고 흘려보냅니다. 그리고 지금의 나를 인정하고 받아들여 봅니다.

나도 압니다.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걸요. 불과 어젯밤만 해도 일하면서 다채로운 욕설을 입 밖에 내뱉었습니다.


이 도시는 당신을 위로할 것처럼 불야성입니다. 다양한 방법으로 당신을 위로하겠다고 합니다. 정신의학자, 상담가, 점술가 그리고 유흥가. 신기루 같은데 다들 신나 보입니다.

내 시선이 어디로 향할까 두렵습니다. 정확히 고개를 45도를 꺾어 하늘을 바라봅니다. 차라리 그게 낫습니다.

그 속에서 저는 영원한 이방인이 될 것입니다.


내가 지푸라기 속에서 기지개를 켜고, 먼지 구덩이 속에서 땅을 짚고 일어섰듯이 당신도 일어나십시오.

이건 끝내 이야기하지 못할 것 같아서 여기에 털어놓습니다. 모든 것은 충동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책임지고 싶지 않아서 그랬나 봅니다. 어떤 핑계가 필요했고, 때 마침 당신은 나의 상처이자 구원처럼 느껴졌기에 그런 선택을 했습니다.

길거리 지나치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여전히 그대가 떠올랐습니다.

사실하고 싶은 말은- 잘 지내시나요? 잘 지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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