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5등입니다.

by 밤호랑이

내 우선순위는 우울증과 조울증이 완전히 낫는 것입니다. 내 기질이 어떻든 무슨 일이 있었든지 결론적으로 많이 힘들었고 어느 때는 죽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사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한참 떠들며 웃다가도 후유증에 몸서리치곤 하니까.. 좀 봐주세요. 어떤 약을 삼키던지 내가 뭐라고 따지든지 눈 감아주세요.


그다음은 사랑하는 가족들입니다. 허튼 짓하는 나를 곁에서 바라보느라 마음 고생한 부모님, 아내, 덩달아 마음 다친 자녀들. 이런 말 하기가 참 민망하지만 그들이 어딜 가던 좀 보살펴 주세요. 고개 숙여서 부탁드립니다. 특히 제 딸들은- 다이아보다 더 값지고 빛나는 어떤 보석이 있을지라도, 훨씬 빛나고 소중합니다.


세 번째로는, 내가 투자한 것에 대한 결실이 있으면 합니다.

국비 유학 다녀온 내 친구처럼 공부머리가 있거나 최선을 다 하지는 못했지만, 나름 일 열심히 하고 맡은 바 역할에 충실했습니다. 완벽주의로 나는 힘들었지만, 내 상사들은 기뻐했습니다. 일해서 번돈은 그대로 투자처에 들어갔습니다. 아시다시피 돈이 있고 힘이 있어야 그래야 사람도 돕고 그럴 수 있는 거 아녜요?


네 번째로는 다른 사람이 나를 무시하거나 속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무언가를 바라고 주변사람들을 챙기고 그들의 말을 들어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 진심이 오해받거나 쓸데없는 다툼에 휘말리는 일이 없었으면 합니다. 당신이 하라는 대로 다 했습니다. 원수도 사랑.. 까지는 못했지만 할 만큼 했고 가진 것도 많이 나눠줬습니다.

나도 할 말이 있어요.


그리고 마지막이 당신입니다.

나 할거 다 한 다음에 만날 사람 다 만나고, 맛있는 것 재미있는 것 사고 싶은 것 자극적인 것 퀘스트 깨듯이 다 한 다음에 당신을 찾습니다.

어떤 날은 죄책감에, 어떤 날은 고마움에, 어떤 날은 무거운 마음으로, 어떤 날은 아무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그런데도 당신은 내가 1등이라고 말합니다.

당신의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날 구하는 대가로 목숨을 잃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있었다는데 실감도 안 나고 받아들이기도 힘이 듭니다.

나는 당신이 한 5등 즈음되는데, 여전히 내가 1등이고 제일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새벽부터 자정까지 내 멋대로 살다가, 너덜 해진 마음과 술 취한 얼굴로 몰래 집에 들어왔는데- 웃는 얼굴로 나를 위로하는 당신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도통 생각이 나질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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