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밤호랑이

너도 그럴 때 있잖아. 나 말고는 안 건드렸으면 하는 부분이 있고, 가장 민감한 주제에 약한 부분이라서 입열기가 곤란한 그런 일들.

난 주로 저장 강박증, 건망증- 그런 것들이야.

최근에 세 가지를 잃어버렸고, 두 가지는 여전히 행방불명이야. 첫 번째는 향수였는데 분명 집에서 차까지 가지고 내려온 것은 기억이 나는데 그 이후로 행방이 묘연해서 한 달 정도를 찾았어. 어디서 발견되었냐면 차 뒷자리 잡동사니 밑에서 발견되었어. 세차를 하기 위해 짐을 비우다가.

두 번째는 지난여름 모기 기피제야. 나는 모기 물리는 것을 극혐해 소리를 지를 정도로. 지금 당장 가용한 액체 모기향이 한 여섯 개 정도 돼. 아니다 더 되려나. 어쨌든 아이들을 위한. 나를 위한 딱 맞는 기피제를 발견했고, 쇼핑백에 예쁘게 담아서 가지고 다녔어. 다소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잘 챙겨서 교외 쪽의 부부모임에 가지고 나갔었지. 그 이후로 행방불명.

세 번째는 240w 핸드폰 케이블이야. 난 전자제품 주변기기를 참 좋아하고, 스마트폰 관련기기라면 더 좋아해. 그중에 충전기는 내 최애야. 아마도 헛헛한 마음이 가득 차길 바라는 마음으로 스마트폰이라도 가득 충전하고 싶었나 봐. 집에 한 열개 넘게 있었는데 가족에게 나눔 하고 사무실에 가져다 놓고 해도 많이 있어. 아 물론, 전압별로 충전할 수 있는 기기가 있어서 종류가 각기 있기에 개수가 많아. 자전거 라이트나 아이들 장난감은 높은 전압의 고효율 충전기로는 충전이 불가해. 암튼 스와로브스키 악세서리 마냥 파란 헤드에 영롱한 불빛이 들어오는 그런 케이블이야.

행방불명.


이 아이템의 가격을 모두 합쳐도 3만 원 남짓할까?

한 달 정도 온 집안을 헤집고 차 안을, 부모님 댁을, 사무실 안을 뒤지고.

가격이 중요한 게 아니라 , 내가 무언가를 제대로 하고 있다는 증거로, 내 삶이 망가지지 않았다는 증거로 물건을 찾고 싶은가 봐. 그리고 내가 정리한 그곳 그 자리에 있으면 하는 것 같아. 참고로 나는 건망증이 심하고, 가끔 가족이 물건을 건드리기도 해(극히 낮은 확률이지만)

컨트롤되지 않는 모든 것은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해.

내가 이런 강박증을 가진 이유로 첫째는 중학교 때 내 물건들을 꾸준히 가져가고 괴롭히던 녀석들 때문이고, 둘째는 오랫동안 정신과 약을 먹은 부작용이라고 생각해.

정신과 약은 호르몬과 여러 신경전달 물질들을 관할하는 뇌의 어딘가를 터치하거든. 셋째는 내 불안에 대해 보상받으려는 혹은 감추려는 완벽주의 때문이고.


굳이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이렇게 토해내서라도 내 나쁜 버릇들과 작별하고 싶기 때문이야.

인상을 찌푸리면서 썼어. 그만큼 고역이었다는 말이지.

이런 나도 멀쩡하게 잘 지내니까, 너도 힘냈으면 좋겠어.

내가 일어서니까, 너도 일어나. (물론 한숨 돌릴 시간은 줄 거야. 나 그렇게 야박한 사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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