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by 밤호랑이

나는 철들고 나서부턴가 아니 서른몇 살부터인가 새해소망 혹은 소원을 갖는 일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되었다. 기대하는 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마음이 너무 시리니까. 수백 수천번 소원을 비는 간절함은 목적지 잃은 종이비행기 같아서 허무하게만 느껴졌었다.

딸들이 인형 뽑기를 참 좋아하는데, 아쉽게 뽑지 못할 때면 난 차마 고개를 돌리고 인상을 써야 할 정도로 불쾌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아이들은 즐기면서 할지 몰라도 지켜보는 아빠만 강박증 혹은 신경증 환자이다.


새해 소망이 생겼다 정말 오랜만에.

작년부터 회복하느라 많이 힘들고 또 여전한 시행착오로 마음이 시렸으니까, 내년엔 올해 보다 조금 아프고 또 조금 더 행복할 것이다. 이 글을 보는 너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애초에 한 번에 낫는 그런 기적은 바라지도 않는다. 차라리 힘에 부쳐 주저앉을지언정 뒤를 돌아보며 백스텝을 밟는 일은 없으면 좋겠다.

나는 어릴 적부터 조마조마하고 안타까운 일들이 많았지만- 그런 장면이 많았지만 딸들에게는 내가 떡갈나무의 무성한 가지와 잎사귀들이 되어서 그늘이 되어주고 싶다. 삶 자체가 고 라고 하는데, 타는듯한 햇살과 더위로 탈진할 것만 같을 때, 잠시나마 숨 고르기 하고 땀을 식힐 수 있는 그런 그늘이 되고 되고 싶다.

정말 해야 할 말은 정확히 하는(가능하다면 세련되고 심플하게) 그리고 그 말에 책임질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숨기는 게 편하고 외면하는 게 편하고 '유기불안'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그런 사람 말고, 나도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

살면서 거의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오늘은 내가 기특하다.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 '해피 뉴이어'라는 뻔한 한국영화를 보며 글썽였는데, 내가 좋아하는 영화 장르는 느와르도 아니고 치밀한 심리극도 아닌 것을 깨달았다. 나의 페이보릿은 극복 서사였다.

가장 힘들 때에 비로소 빛나는- 진흙 속에서 삶의 정수를 맛보는 그런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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