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폰에 대한 소회

-ALT사의 mive 스타일폴더

by 밤호랑이

큰 딸이 곧 초등학교를 들어가고, 매일 보습학원에 다니는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어린이집은 이른 저녁까지 아이들을 돌봐주지만, 초등학교는 점심식사 후 하교하기 때문에 맞벌이 가정은 특히 어린아이들을 '학원 뺑뺑이'돌릴 수밖에 없다. 뛰노는 것이 정신건강에 더 이롭다는 걸 알면서도, 다독이며 학원으로 들여보낸다. 경기도 어디는 초등학교 입학 때부터 원하는 대학교와 과를 정해서 그것에 맞게 커리큘럼을 짜고 맞는 학원을 설계해서 다닌다고 하고 또 서울 어디는 이미 유치원생들이 영어로 기본적인 에세이와 토론수업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그 정도 까진 아니라도, 중고등학교, 대입-취업과정으로 이어지는 긴 마라톤 여정에 처음부터 페이스를 맞춰주고 싶다. 그걸 떠나서 혹여라도 지식 습득 및 기회의 부족으로 자식을 사회에서 약자의 입장을 서게 하고 싶은 부모는 전혀 없을 것이다.


우리 부모님은 무척 엄하게 나를 키우셨는데, 중학교 3학년때까지도 내가 이성과 문자를 주고받는 일에 굉장히 노하셨다. 아마 공부는 안 하고 호기심만 많은 나를 염려하셨으리라. 부모님의 핸드폰을 빌려서 몰래 연락하는 그 시간이 왜 그렇게 달콤했을까? 아무튼 나는 부모님의 기대와 반대로 엇나갈 때까지 엇나갔고, 그 결과 내 동생은 뉴질랜드 양처럼 방목적인- 자유로운 학창 시절을 누릴 수 있었다.

아이에게 핸드폰을 사주었다. 폴더폰이지만 스크린 터치가 되고, 빠릿빠릿하진 않지만 필수적인 기능을 갖춘 중소기업에서 생산한 핸드폰이다. 스타일폴더라는 기기.

내가 쓰고 싶은 기기를 아이에게 선물한다. 내가 그녀였다면 꼭 쓰고 싶었을 것 같은 그런 핸드폰. 처음이니까 과하지 않지만 불편하지 않은 기능. 몇 날 며칠을 당근을 둘러보고 알뜰 요금제를 찾아보고. 결국 인천 시내로 먼 길을 나가서 하나 업어왔다. 유튜브, 카톡, 플레이스토어, 인터넷 웹서핑, 모든 광고로부터 핸드폰을 고립시키고 정말 꼭 필요한 기능만 넣어줬다. 그리고 위치추적 앱도 깔아놨는데, 무료에 깔끔한 앱이다. 물론 이것도 다년간의 데이터 축적으로 가능했다. 나만 아는, 가장 효율적인.

딸은 전화와 문자만 되는 단순한 기계를 상상했다가 내가 카메라와 미세미세와 같은 날씨앱, 그리고 계산기와 스톱워치 기능이 있다고 하니 얼굴이 방그레 하다. 무척 설레고 고조된 목소리. 내 지난 수고와 염려와 기기 세팅을 위해 고심한 시간들이 눈 녹듯 녹는다.


당근에서 샤오미밴드를 만원에 구했고, 어제 알리에서 귀여운 무지개 밴드를 주문했다.

밖에서 꼭 필요한 일이 있을 때나, 엄마 아빠가 정말 보고 싶을 때 연락을 하라고 당부했다. 장난감이나 심심풀이, 그 무엇의 수단으로 삼지 않길 바라면서.

내 선에서 아무리 완벽하고 효율적으로 세팅을 했다고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기를 바랄 뿐이다. 나의 최선이 상대방이 최선이 아닌 경우를 많이 봐왔고, 내 바람과 상대방의 바람은 정말 다르다는 것도 알고 있으니까.


요새는 내가 망쳐버린 모든 관계가 이따금씩 생각나서 인상을 찌푸리게 된다. 물 흐르듯이 흘려보냈다고 생각했는데 검은 강 저변에 퇴적물처럼 쌓여 있었나 보다. 세찬 파도가 칠 때마다 부유물이 떠오른다. 지금부터 잘하면 되는 게 맞다. 그럼 되는 건데 잠시 쉬어가며 뒤편을 바라보면 구불구불 돌아온 내 발자국들이 보인다. 남들은 빛나는 과거페이지를 자랑스럽게도, 또 희미한 웃음으로 그리워하기도 하는데 나는 그런 게 전혀 없어서 아쉽다.

차가운 새벽공기를 맞으며 퇴근할 때 잠시 생각했다. 내일 아침에는 따뜻한 햇살을 비추기를, 그리고 이 새벽 우리 마음이 너무 추워지지 않기를.



**혹여나 어린 자녀를 위한 핸드폰 구입에 앞서 망설이고 있거나, 핸드폰 제어 등에 궁금증이 있는 분들은 알려주세요. 제가 아는 범위에서 상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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