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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며늘희 Sep 29. 2020

만남준비

격식없는 시모ㅣ뒷담화 하는 글

13. 만남준비



그렇게 나는 시어머니가 그토록 어렵다는 시모의 시가와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었다.


남편에게 인사드릴 때 선물이라도 드려야 할 것 같은데 고모님이 4분이나 되시니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을 털어놨다. 모두 여성분이니 화장품이 좋지 않겠냐는 남편의 말에 나는 달팽이 크림을 준비했다. 빈손이 아닌 마음을 쓴 것이다. 시어머니는 남편에게 비싼 걸 사라고 뭐라 하셨다. 달팽이 크림이 어때서? 라고 하는 아들의 말에 그것은 싼 거라고 시모가 뭐라 말한 것 같았다. 


남편은 내가 준비한 크림을 욕되게 할 순 없었고 어쨋든 하고싶은말을 돌려 말해야 했다. 한다는 말이 달팽이 크림이라는 것이 여성들 사이에서는 저렴한 아이템으로 불린다고 하던데_ 라는 돌리지도 못하고 머리도 쓰지 못한 멘트를 날려대는 것이었다. 시모와 남편 둘이서 하는 통화내용을 이미 수화기 너머로 쩌렁쩌렁하게 흘러나와 모두 들을 수 있었던 나는 열이 받았다. 그냥 가서 얼굴 보고 인사만 하고 말아도 되는 거_ 내가 굳이 고민하고 마음 쓴 선물을 그 자체로만 받으시면 되지, 왜 그것이 못마땅하여 어떤 걸 준비하라고 하시는 것이냐고 따졌다. 우리가 선물을 안 사 와도 그만, 그 어떤 선물을 어떻게 준비하더라도 그냥 받아들이시면 되는 것인데_ 무엇을 준비했냐며 간섭하며 남편에게 전화하고 그건 아니라며 비싼 걸 사라고 말씀하시는 언성에 보탬도 안 해주시면서 고가의 선물을 준비하라는 말은 납득되지 않았다. 엄마의 집에 가면 친척들 선물을 엄마가 사다 둔다. 너만 잘살면 되는데 요즘 애들이 얼마나 힘든데 돈 쓰지 말아라 하며 내가 가면 친척들에게 내가 사 온 것처럼 엄마 본인이 사놓은 선물세트나 술을 선물로 드린다. 그리고 너무 착하고 좋은 우리 엄마는 우리 딸이 사 왔노라- 우리 딸이 이런 걸 준비했다- 면서 말을 덧붙이신다. 엄마가 나를 잘 못 키운 것 같다. 나와는 일 년에 몇 번 보지도 않는 친척들에게 내가 그들과 관계의 형성이 높지 않음에도 예의를 지켜야 하는 상황을 엄마는 그렇게 본인이 신경 쓰고 수고하는 걸로 마무리하셨던 것이다. 


선물에 대해 왈가왈부하실 거라면 시어머니가 직접 맘에 드는 거 사서 두고 아들내외가 사 왔노라- 우리 엄마처럼 뻥이라도 치면 될 것을_ 선물을 준비했냐며- 무엇을 사놓았냐며- 그건 아닌 것 같다며- 어서 다시 비싼 선물로 사라- 마라- 뭐라고 하시는 전화통을 몇 번을 받는 남편의 모습이 너무 싫었다. 쪼다 같았다. 




지난번에 남편의 외할머니 그러니까 시모의 엄마에게 방문했을 때 정관장 세트를 한 박스 사갔더니 다짜고짜 확인 좀 하겠다며 홍삼이라는 것이 다 같은 홍삼이 아니라며- 나오는 회사마다 틀리다며- 빨간박스가 모두 정관장이에서 나온것이 아니라며_ 정관장꺼 맞냐며 회사 라벨과 그중에서도 좋은 레벨의 세트인지 확인하고 이리저리 돌려보고 기필코 뜯어보고 확인한 뒤 선물의 당사자인 남편의 외할머니에게  "좋은 거 사 온 거 맞네" 라는 말을 던지던 모습이 떠올랐다. 외할머니 그러니까 본인의 엄마를 찾아와 주는 것만으로도 고맙다며 일체 아무것도 준비하지 말라고 나에게 말은 그렇게 해놓고 가는 내내 너희 어디 들렀다는 오냐고- 남편에게 전화하던 것도 시어머니였다. 선물 사러 들려야 함을 그렇게 돌려 돌려 찌르고 압박하며 말씀하셨다. 그냥 고맙다며 이런 거까지 신경 쓰냐며 뭐든 가져오고 사 오면 웃으면 맞이하는 우리 집과 달리 상품 라벨을 확인하는 시어머니의 속물근성에 나는 토할 것 같았다. 


시모는 내가 자신이 어려워하는 시가 사람인 고모 4분에게 정관장만큼이나 고귀한 선물을 사 오길 기대하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준비했다는 선물이 그게 아니자 '비싼 것'을 준비하라고 아들에게 몇 번이고 전화해서 샀느냐고 연신 따지고 묻고 계신다. 달팽이 크림이 별로라고 몇 번을 전화해서 다른 거 샀냐고 감시 아닌 전화가 주중에 수없이 울려 댔었다. 남편은 그 전화를 받고 계속 나에게 다른 거 준비해야 할 것 같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그 모습이 나는 너무 싫었다. 시어머니가 좋아했던 2-30만 원짜리 정관장 세트를 4개나 준비할 정도로 우리는 넉넉한 벌이를 하고 있지 않다. 



나는 그렇게 뭐라고 하실 거면 선물 안 가지고 간다. 그냥 가겠다고 소리를 질렀다. 전통과 격식에 따라 폐백을 진행하던 우리의 결혼식에서 폐백 따위는 지금까지 해본 적이 없다며_ 축의금도 줬는데_ 또 돈을 줘야 하는 이것을 해야 하냐며_ 구시렁거리며 다들 큰돈을 척척 내주는 폐백인사 자리에서 오만원권도 아닌 만원짜리 다섯 개를 꼬깃꼬깃 내어주시던 분들이 내가 이번에 인사드릴 그 고모님들 아니시던가? 그런 분들에게 대체 얼마나 비싼 선물을 사드려야 하는지 모르겠다. 시어머니의 불편한 시가 쪽 사람들이라 어머님 편하자고 우리까지 대단한 예의를 차리고 모셔야 하는 분들인지 나는 화가 났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남편은 내 고모들과 삼촌 그리고 이모와 외삼촌에게 인사하는 자리 한번 가졌던가? 그렇게 나이 드신 어르신인 나의 외할머니 집 근처에 가지도 않았고 살아계신지도 얼마 전에 알지 않았던가? 나만 남편의 일가친척들에게 이렇게 수고를 겸해야 한다는 건 아마 내가 결혼을 해서 이 집 식구가 되어서라고 말하겠지? 남편 너는 장가 들어서 아내의 식구가 된 게 아니니까 얼굴 비출 의무도 없는 거고_ 망할 유교사상!! 




그런데 주말이 다가오자 시아버지께서 주말에 오지 않아도 된다며 신경 쓰지 말라고 메시지를 보내셨다. 그들의 단톡 방에서 무슨 일이 생긴 건지_ 아버님 어머님 둘이서 그놈의 토요일 일요일 어쩌고 하면서 지지고 볶으신 건지_ 그저 정말 없던 일이 되어버린 것인지_ 진정 알 수 없고 모르겠지만 아버님은 코로나 여파로 다들 만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우리가 가족모임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무기한으로 이 모임을 연장하겠노라_ 하신다. 그동안 이상한 말 듣고 맘 쓰고 서로 싸우던 것이 뭐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달팽이 크림은 결국 뭐든 챙겨주면 좋아라 하는 내 친구들에게 나눠주었다.  하지만 그렇게 상처 받고 열 받고 감정에 소모한 내 시간이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남편은 그럼 우리 둘이 어디 놀러 갈까 - 하며 뒤늦게 내 생일을 챙기려 들었다. 하지만 원래 처음 했던 안 좋은 예감은 원래 꼭 들여 맞는 것이다. 시어머니는 그 뒤로 그럼 너희 주말에 여기 안 와도 되는데 뭐 할 거냐며- 몇 번의 전화연락을 하며 물으신다. 어머님은 그 어려운 시가 사람들을 대하기 위해 아주아주 중요한 약속을 취소하셨으니 일정 없는 따분한 토요일을 맞이하기 싫으신 거 같았다. 그렇게 심심하게 비어있는 주말에 우리가 선뜻 방문하기를 혹은 우리와 함께 하기를 바라시는 눈치였다. 그런 압박에도 불구하고 나는 뭐할지 아직 정하지 않았노라고 대답했다. 그렇게 말하는 내 대답 속에는 그날만큼은 시부모님 만나지 않으려고요- 라는 속마음이 있었다. 나에게 전화하고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하자 아들에게 전화한다. 




그래서 너희 그때 뭐할 거니?


 

똑같은 질문을 몇십 번을 반복하던 그 연락은 늦은 밤에도 계속되었다. 남편은 자려고 누웠으니 끊고 내일 하자라고 말한다. 시모는 너는 엄마 전화를 그렇게 받냐며- 너무 서운하다고 말씀하신다. 누차 말하지만 스피커 폰이 아님에도 다 들리는 시어머니의 쩌렁쩌렁한 목소리이다. 서운하지만 목소리는 전혀 작아지거나 의기소침해지지 않는 것 같다. 


그렇게 어렵게 우리만의 주말을 만들려고 하고 있었다. 그런데 토요일 아침 시모가 또다시 한번 전화가 왔다. 당일날까지 포기하지 않으셨다. 다행히 남편 쪽으로 전화가 왔었다. 이른 아침이었고 남편은 오늘 뭐 그냥 둘이서 바람이나 쐴까 한다며 응대하고 있었다. 그렇게 전화가 끊어졌다. 저번 주에도 만났지만_ 그 전주에도 만났지만_ 주중에는 수없이 전화를 해댔지만_ 약속 없는 시어머니의 토요일을 위해 우리가 더 이상 얼마나 희생해야 하는 것일까? 나는 연락의 취지를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 행동했고, 남편 또한 밀어붙이는 자신의 엄마를 나를 위해 방어하고 있었다. 




그런데 또 전화가 걸려온다. 

시아버지였다. 


시아버지는 돌직구였다. 고모들 안 보기로 했지만 우리는 시간이 있고 너희도 어차피 시간이 남을 거 아니냐며 며늘희 생일인데 원래 사돈댁 집들이하려고 했던 거 우리한테 집들이해라 하였다. 엄마가 우리의 신혼집에 온다면 내 생일을 맞아 낳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리고 싶었던 것이지 집들이를 하려 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부는 내 생일이고 나발이고 원래 우리 만나지 않냐- 는 식으로 나에게는 특별한 토요일을 자신들에게 소모하길 바라시고 있었다. 시모가 힘들고 짜증 나지만 어쩔 때 보면 가장 결정적일 때 제일 밉상이 시아버지다. 


나는 포기했다. " 오시라고 해 - " 

그렇게 돌려 돌려 시모가 내비치던 의향을 시부는 단칼에 그래야만 하는 것으로 만들어버렸다.

주중에 정관장사놓으라고 수없이 전화하고 약속이 펑크나자 그때 뭐할거냐고 또 끊임없이 전화를 해댔던 시어머니가 성공을 하지 못하자 시아버지는 그 바톤을 넘겨받아 지금 너희에게 가려고 한다는 의사를 당당히 내비치셨다.




이후 시어머니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네 시쯤 갈게  하 루 자 고 가 마 




나는 시어머니의 메시지를 받기 전에 남편에게 말했었다. 우리 집에 오시는 것은 좋으나 우리에겐 이불이 없다고 말이다. 이 말은 자고 가시지는 않으셨으면 하는 나의 바람도 담겨있었다. 하지만 주무신다면 이불이 없으니 가져오시라고 전하라고 했다. 주말마다 방문하는 시가에서 우리에게 한 번도 빼먹지 않고 하시는 말씀은 자고 가라- 였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아들 내외 집에 오면서는 무조건 자고 갈 것 같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남편에게 전달한 이불 멘트였다.


남편이 이와 같은 상황을 전하였지만 메시지는 [ 네 시쯤 갈게  하 루 자 고 가 마 ] 라고 왔었다. 시어머니의 메시지는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맞지 않을 때가 많다. 맞춤법이야 뭐 잘못 알고 계신가 생각할 때도 있지만 띄어쓰기가 저렇게 한 글자마다 있을 때면 무슨 의도인지 의심되기도 한다. 본인도 생각 많이 하고 겨우 쓴다고 나에게 언질을 주시는 건지_ 모르겠다. 그냥 나는 저렇게 띄어있는 메시지를 받을 때면 그 간격만큼이나 내 속이 더 막혀온다. 



신혼집에 우리 부부가 덮는 이불뿐이라 자고 가시려면 이불을 가져오셔야 할 것 같다고 했더니 하나 사 오셨다. 나중에 우리 부모님이 오시면 어차피 필요할 것이라고 하시며 네 부모 모실 생각만 하는 나에게 필요하지 않냐고 물으신다. 그렇게 골라오신 이불이 나쁘지 않았다. 갑자기 손님이 오시거나 할 때 사용할 수도 있고 오직 이불 한 개인 우리 집에 드디어 이불이 두 개가 됐으니 살림에 보탬이 된 느낌이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며느리 생일에 굳이 방문하여 잠까지 주무시고 갔어야 했나- 라는 의문도 든다. 심심한 주말이어도 코로나 때문에 가족모임을 자제해 달라는 정부의 방침에 응하기 위해 고모님들과의 모임은 무기한으로 연기한다고 해놓고 우리 네 명은 모임을 가지게 되었다. 




굳이 모셔야 하는 수많은 날이 있어왔고 그리고 앞으로도 수없이 많이 있겠지만 내 생일날 며느리에게 대접받기 위한 시부모님의 집들이는 강행되었다.


남편은 시부모님이 도착하기 전 거의 다 왔다는 전화를 받고 있는 거 같았다. 현관문을 열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가길래 남편이 아버님과 어머님을 모시고 올라오는 줄 알고 나는 긴장하고 발을 동동 구르며 시부모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몇십 분이 지나도 오지 않자 나는 활짝 열어둔 문을 닫고 남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남편은 싸우는 시부모님을 중제 하러 나갔던 것이다. 두 분이서 의견이 맞지 않아 이러쿵저러쿵 큰소리를 내는 통에 나에게 그 모습이 들킬까 설명도 없이 나간 것이다. 오는 내내 말싸움을 하시던 두 분은 내 생일에 맞춰 꽃을 사러 가야 하는데 꽃집을 찾는 것마저 싸우고 계셨다고 했다. 남편은 그런 두 분을 모시고 자신이 알고 있는 꽃집에 왔다고 했다. 설명할 정신이 없어 연락을 못했다고 답이 왔다. 계속 싸우시고 큰소리 내는 통에 그 도떼기시장 같은 사나운 그 모습을 뻔히 알기에 올라올 때 연락하라고 마무리 지었다. 


남편의 말을 들어보니 꽃집에 가서 내 나이에 맞는 장미꽃을 주문하셨다고 했다. 고마웠다. 시부모님을 집들이에 초대한 후로 나는 마음의 평화를 찾고자 하였다. 결국 일어난 일 아닌가? 내 인생의 하루를 화만 내고 성질만 부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이렇게 된 거 그냥 그런가 보다 - 해야지 별수 있나 싶었다. 지금이 오기까지 겪었던 상처되는 말과 격식 없는 앞뒤 행동 그리고 감정의 시간들을 모두 고이고이 접고 얼굴 보고 밝게 웃으며 내 생일을 즐기고자 하였다. 태어나서 내 나이에 맞춘 장미꽃송이를 받은 적이 없었다. 남편이 꽃다발을 사주겠다고 하면 같이 가서 고르면서도 이쁨을 자랑으로 비싼 가격을 붙이고 있는 그것들의 절충안만 찾으려 했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이렇게 많은 꽃송이를 나를 위해 선물 받은 적이 없었다. 그만큼 내 나이가 많아졌다는 것도 의미하는 장미 바구니를 들고 나는 시부모님께 감사함을 표하였다. 그리고 오늘이 둘이 보내는 생일보다 더 값진 시간이 될 거라 믿고 그렇게 되길 희망하고 있었다. 


며느리의 나이에 맞춰 바구니에 고이 담아오신 빨간 장미는 그동안의 모든 것을 접어둔 내 마음을 알아주시는 듯 보였다. 하지만 남편은 힘들어 죽겠다며 찡그리고 있었다. 얼마나 힘든 여정이었는지 아느냐고 나에게 묻는다. 왜 자꾸 싸우시는 거냐- 시부모님을 향해 묻는다. 시모는 그런 아들의 말을 막아버린다. 남편은 꽃집에 가서 직원과 싸운 이야기를 시부모님이 다녀가시고 나중에 해주었다. 시어머니의 불평만 가득하고 매사에 부정적인 말투가 결국 꽃집에서도 강력한 빛을 발한 것이다. 며느리 선물이라고 좋은 것으로 해달라고 하시면서 열심히 포장하는 직원에게 언어폭행을 하신 것이다. 여기 꽃이 다 시들었다. 얼마를 받아쳐먹으면서 이걸 꽃이라고 갖다 놨냐. 그거 말고 더 싱싱한 거 가져와라- 그렇게 하는 게 맞냐- 더 예쁘게 해야 맞다. 남편이 나열하는 말들은 돈을 지불하는 고객일지라도 선을 넘은 말들이었다. 한복을 고를 때도 아버님 예복을 맞출 때도 그리고 그 어떤 물건을 살 때도 매번 행하시는 그 모진 언행을 쭉쭉 뽑아내신 것 같았다. 또한 그 말을 하는 시어머니의 표정은 아마 내가 아는 그 표정이었겠지_ 온갖 인상을 쓰고 세상 모든 찡그림을 가지고서 자신에게는 부당하고 잘못 적용되는 것만 당하시는 것처럼 한바탕을 쏟아 부으셨겠지,. 매번 나에게 세상의 모든 사람은 믿을 수 없다고 하시며 사기꾼으로 몰아가듯이 꽃집 직원까지 그런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을 것이다.


그 직원은 결국 환불해 드릴 테니 여기서 안 사셔도 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아마 내가 이러려고 여기서 일하나- 이런 대접받으면서 까지 꽃을 팔아야 하나- 생각하지 않았을까? 결국 그렇게 폭발한 태도로 나온 직원도 참을 만큼 참았을지 모른다. 시모의 언행이 얼마나 막무가내인지는 내가 그 누구보다 잘 알기에 그 직원이 환불과 포기를 한 것을 백 프로 잘못되었다고 말하긴 어렵다. 결국 직원이 아닌 사장이 나와 마무리 짓고 어렵사리 가져온 꽃다발이라는 것이다. 시어머니는 무엇을 살 때마다 저렇게 싸우시곤 하신다. 고기를 사실 때도 제일 좋은 걸로~ 가장 맛있는 걸로~ 달라고 하시면서 그 말 뒤에는 부탁이 아닌 불만을 말씀하신다. 그냥 차라리 어떤 말씀 없이 구매만 하시고 오셔도 싸움은 일어나지 않을 것 같다. 



그렇게 남편은 라운드1을 겪고 집에 왔었다.  신랑은 내 엄마인데 나도 이해 못할 정도로 이상한 말 하는데 너는 오죽하겠냐고 매번 말한다. 그렇게 말은 하지만 실상 본인 엄마가 아닌 너의 엄마를 이해할 수 없는 내 속은 아마 평생 모르는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시어머니에게 자주 있는 싸움의 일정이 나에게는 대단히 에너지가 소모되는 일이다. 그런 것을 알 리 없는 시모는 너 생일인데 우리 모셔도 되냐며 생각이 많았지만 결국 시아비가 오자고 하는 통에 못 이기는 척 왔다고 말씀하신다. 약속도 취소되고 심심한 주말은 싫어 오고 싶어 전화를 수십 번 하고 수없이 뭐할 거냐고 물어보면서 안달볶달이셨으면서 자신은 결코 오려한 게 아니라고 몇 번을 되풀이하신다. 누가 봐도 가장 오고 싶어 하신 분은 시어머니인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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