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식없는 시모ㅣ뒷담화 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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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담화를 하며 며늘희로 살아가는 동안 적지 않은 댓글을 받아왔다. 익명을 앞세워 활자로 나를 표현하는 내게 독자들은 생각보다 반응이 뜨거웠으며 분노를 글로 풀어낼 생각을 하는 건전한 며느리라는 칭찬과 함께 응원한다는 말 그리고 나의 사정이 참으로 공감된다는 글들이 이러쿵 저러쿵 올라왔었다. 그리고 자신의 처지를 하소연하는 댓글들도 적잖이 올라왔었다.
한국인이라서가 아니라 미국 시어머니도 별반 다를 것 없다는 말과 함께 나의 책이 번역 번이 나와야 한다고 외치던 그 댓글로 미루어 보건대, 나는 피타고라스의 제자 히파소스가 무리수를 발견했을 그때_ 피타고라스가 히파소스를 지중해에 빠뜨려 죽였던 것처럼, 어쩌면 지구 상의 내리 갈굼은 2,500년이나 묵혀 온 인류의 문화유산 일지 모른다는 그 생각에 확신을 주었고, 그것이 스승과 제자 관계가 아닌 더없이 골 깊은 시부모님과의 관계에서는 여지없이 그 빛을 발하는 것이라 확고해졌다. 며느리라는 직책으로 한없이 입 다물고 있던 모두에게 어쩌면 속 얽매임의 한을 내가 필력으로써 풀어내고 있는 건 아닐까 싶었다.
그러다 어느 날 내가 쓴 문구에 태클을 거는 사람이 있었다. 생각이야 다 다를 수 있고 성격도 제각기 다른 것 이건만 내가 써 내려간 그 문장과 행동을 가리키며 이건 아니라고 말하는 그 글을 보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했던 기억이 있다. 피하는 것보다는 내 생각을 다시 설명해 대댓글을 달았지만 마음은 여전히 찝찝했다. 유일하게 내가 며늘희라는 걸 아는 내 친구는 만약 누군가 나에게 저런 말을 했다면 자신은 견디기 힘들 거라고 했다. 자신의 생각을 쏟아내는 자리가 행동을 조심해야 하는 장소로 바뀌어버린다면 누가 그곳을 나만의 영역이라 생각하겠느냐고 말하며 평소답지 않게 내게 연락을 취해왔었다. 괜찮으냐고 말이다. 내게 행동의 지침까지 내리며 이렇게 해야만 한다고 말하던 그 몇 글자에 나는 얼마 만에 세상에 맞서 그리고 스크린을 앞에 두고 참 움츠려 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며칠이나 지났을까,
다행인지 또 다른 독자가 작가님을 이해한다며 왜 그렇게 참고 있는지_ 말을 하지 않는지_ 그게 더 속이 편한것인지__ 잘 알고 있다는 멘트를 달아주어 나는 조금 속이 풀리고 시원해졌었다.
이런 걸 보면 공인들은 얼마나 힘들까 싶다. 나야 내가 올린 글에 달린 댓글이 전부이지만, 그들은 자신이 흔적을 남기지 않은 그 어떤 인터넷 공간 안에서 어떻게든 자신을 이야기하고 있을 누군가가 늘 존재하고 있는 거 아닐까 ?
학교 다닐 때 내 이야기를 뒤에서 조금만 속닥거리면 해대도 무지하게 속상했는데, 날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왁자지껄 대는 소리를 어찌 견딜까 싶었다. 물론 내게 달려진 댓글이 그 정도의 무게는 아니었지만 그 잠깐 일지어도 나는 내 경험과 생각을 적는 나만의 공간에서 잘못한 것만 같아 조금 우울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