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직업 찾기 다음은 맞춤형 자기소개
나는 농사짓는 기획자가 될까, 기획하는 농부가 될까? 자신 있게 말할 자기소개가 무엇일지는 가봐야 안다. 당장은 눈앞이 캄캄하더라도 당당하게 어깨 펴고, 눈도 번쩍 뜨고, 허리에 손을 올리고 힘껏 고개를 든다면 뇌는 그 몸짓이 ‘용기’라고 믿는다. 타인의 시선에 맞춰서 사는 것은 아니지만, 나를 향한 의심의 눈초리가 마음 편할 리 없다. 잘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하는 걱정도 자주 들으면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아직은 그 말들을 양분이라 믿으며 소화할 수 있는 건 꿀-꺽 삼키고, 안되는 건 흘려보낼 수밖에 없다.
대담하고 싶은 의욕과 달리 콩-콩- 울리는 심장은 작기만 하다. 결정은 빠르지만 실행은 돌다리를 하나하나 두드려가며 가야 마음이 놓인다. 농사를 지어야겠다고 결심하고는 1년의 시간이 흘렀다. 농업이 궁금해지기 시작한 건 꽤 오래전부터였다. 마흔 전 탈서울이 나의 오랜 희망 사항으로 자리잡기 전, 누군가 내게 꿈을 물으면 자동 응답처럼 ‘자급자족이요!’라고 외치고 다녔다. 10년 전 적어두었던 버킷리스트에 ‘자급자족 농업’이 있었다. 언젠가 이루고 말 꿈 중 하나가 될 것을 그때의 나는 알고 있었나 보다. 물론 그 짧은 단어에 담긴 과정이 얼마나 지난할지는 알지 못했겠지만.
스스로 필요한 만큼 생산하여 먹고사는 삶. 영리 기업의 돈 쓰는 부서에 있으면서 ’좋은 일을 한다‘는 부러움 섞인 한탄을 듣기도 했지만, 정작 나는 돈을 버는 노동을 할 때마다 정신적으로 갉아먹히고 있었다. 정확히는 ‘돈이 목적’인 노동이 힘들었다. 노동은 당연히 생계를 위해 하는 것이지만, 내가 하는 노동이 좋아하는 일이면서 가치의 방향이 세상으로 향했으면 했다.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버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면서도 자꾸 바라고 바랐다.
농사를 짓고 싶다는 나의 말에 “팔데는 있고? 그걸로 먹고살겠어?”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들리는 말 중 ‘농사 쉬운 줄 알아?’라는 말은 마음이 쓰리다. 내가 어떤 과정을 거쳐 이 길을 결정했는지 모르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다. 농사 쉬운 줄 알고 걱정과 불안에 잠 못 드는 밤을 보내는 걸까. 쉽지 않은 길이기에 선택했다. 어렵고 망설여지는 길이 내가 찾던 가능성이라 믿는다.
어떤 농사가 많은 수익을 가져다줄 것인가 하는 질문은 나에게 옳은 방향의 질문이 아니다. 토종콩 농사를 지으면서, 토봉을 하면서 부를 축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단언하려는 것도 아니다. 내가 선택한 방법만이 옳다고 고집하고 싶지도 않다. 아직 가보지 않은 길 앞에서 망설여질 때마다 나는 스스로를 다독인다. ‘이런 사람도, 이런 삶도 세상에 필요하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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