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땅에 대체 무엇을 심나, 문제다 문제!
나는 2025년 5월에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사업에 선정되었고, 올해 3월까지 농업경영체 등록을 마치지 않으면 사업 선정이 취소된다. 그렇게 되면 내가 농지를 계약한 조건도 자연스럽게 취소가 되는 것이다. 이러니 내가 급해 안 급해!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한 마음은 커지는데에 비해 땅은 아직 얼어있으니 무언가 하기도 어렵다.
지원사업 진행이 늦어지면서 작년 5월에 선정되었고, 농지 구하는 일정도 늦어졌다. 농지은행에서 임대할 농지를 구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계약기간까지는 몇 달을 기다려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3월까지 농업경영체를 등록할 수 있는 사람은 농지를 바로 구입할 수 있는 자금이 넉넉하거나, 이미 가진 농지가 있을때만 가능하다.
농지를 늦게 구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겨울에도 실제 농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나무를 심거나, 당장 심어져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도록 모종을 사서 심어야 하는데 내가 빌린 농지 크기를 어느정도 채우려면 몇 백만원은 들어야 한다. 작년 12월에 마늘이나 양파 모종을 심으려다가 포기한 이유다. 내가 주로 심는 작물도 아니면서 농업경영체 등록을 위해 수백만원을 쓰는 것은 그리 좋은 방식은 아닌 것 같아서, 초기에는 큰 돈을 들이지 않아도 되는 다른 방법을 찾고 있었다.
정보는 많지만 거기서 맞는 정보를 선택하는 것도 나의 몫, 책임지는 것도 나의 몫. 작년 11월 말에 심어둔 월동춘채는 결국 싹이 하나도 나지 않았다. 아직 아침 온도가 아무리 올라도 0~2도 사이라서 발아를 하기에 충분하지 않았을 것이다. 월동춘채를 기다리다가는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기쁘지 않을 것 같아서 다른 방법을 찾아 시도하기로 했다.
나의 농사를 걱정하는 언니들이 여럿 있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마음을 쏟는 은이언니가 있다. 어느 날은 언니가 나를 너무 걱정하는게 마음이 쓰여서 물어봤다.
언니 뭐가 제일 걱정돼요?
희라가 너무 많은 걸 잃고 떠날 까봐 걱정돼. 그런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봤어.
수십년 농민의 자리를 지키면서 그간 잠깐 흘러왔다 흘러간 청년이 얼마나 많았을까. 그 과정에서 자리 잡지 못하고 많은 빚을 안고 떠나간 청년들의 과거가 내 현재와 겹쳤을 것이다.
언니, 걱정마세요. 저는 대출 받고 크게 농사 지으려고 온 거 아니에요. 할 수 있는 만큼 차근차근 해볼거예요.
걱정하는 언니 앞에 이런 저런 말을 늘어놓았다. 그래도 마음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겠지.
뭐 심을거야? 종류를 알아야 언니가 도와주지.
언니, 제가 11월 말에 농지를 임대하면서 작물 심을 시기를 놓쳤는데, 농림축산식품부에 민원 넣어도 기한 연장이 안된대요. 3월까지 농업경영체 등록을 못하면 저는 지원사업 선정된 것도 취소되고, 임대한 농지도 사업 선정자여서 빌릴 수 있던거라서 같이 취소돼요.
언니도 덩달아 마음이 급해서 나에게 물었다.
언니네 하우스에서 포트로 종자 사다가 심고, 모종을 밭에 심어볼래?
작년 12월에 춘채 씨앗을 뿌릴지 보리 씨앗을 뿌릴지 고민하던 내게, 지금 보리를 뿌리면 보리 종자가 겨울 동안 상할거라서 차라리 2월 말에 날이 좀 풀리는 시기에 뿌리면 싹이 날거라고 했다. 은이 언니는 소를 키우기 때문에 매년 보리를 받아다 키워서 소에게 주고 있었다.
아니면 완두콩 종자를 사다가 하우스에서 미리 키우고 좀 자란 후에 3월 중순 쯤 밭에 심는 건 어떤지 제안하기도 했다. 내 주 작물은 콩이기 때문에 콩으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완두콩으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며칠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만약 작년에 심은 토종 콩 중 하나인 보리완두콩을 심게 되면 판로가 없어서 한꺼번에 수확해야 하는 완두콩을 판매하지 않으면 큰일이고, 당장 판매하지 못한다면 수확해서 말려놓을 수는 있지만 내가 하우스나 보관 창고가 없기 때문에 그것도 무리일수밖에 없다.
현실과 타협해서 처음은 꼭 토종콩을 하면서 무리하지 말고 대중적으로 거래되는 완두콩 종류를 심는게 좋겠다고 결론을 냈었다. 그런데 내가 2주간 자리를 비우면서 그 사이에 언니가 완두콩에 매일 물을 줘야하는 생각을 하면, 너무 미안했다. 게다가 3월 중순에 심어놓는다고 해도 3월 말이나 4월 초에도 눈이 갑자기 오는 원주 날씨라면, 심어놓은 종자가 죽을수도 있다고 또 다른 언니가 걱정했다. 모종으로 심으면 약해서 콩은 흙에 바로 직파로 심는게 훨씬 튼튼하다는데 직파하기에는 작년 4월 초에 입김 나오는 새벽에 보리완두콩을 심었던 기억이 있어서 현장 실사 시기와 맞추기가 어렵다.
3월에 농업경영체를 받지 못하면 모든게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에 당장 먼저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 모종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심어야 하는 마음이 불편하지만 그래도 계획했던 주작물인 콩으로 시작하는거니까 그건 또 괜찮은것 같기도 하고. 어느 누구도 내 입장을 속시원히 해결해줄 수 없고, 나조차도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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