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서 농지대장과 농업경영체 등록 신청, 과연 완료했을까?
농지 임대 후 꼭 필요한 ‘농지대장’의 존재를 농업경영체 등록 직전에 알게되었다. 당장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하는 내가 할 수 있는건 폭풍 검색 뿐. 하지만 등록 방법에 대해서는 어디에도 자세히 나와있지 않았다. 믿었던 초록창 포털사이트에도 없다니! 계속된 검색 끝에 면사무소를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등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IT 강국 대한민국의 온라인 행정 시스템에 감동, 또 감동하는 순간이었다.
비행기 출국 시간이 이른 새벽이라 인천공항 숙소에서 휴대폰으로 농지대장 등록을 신청했다. 화면에는 등록에 소요되는 기간이 최대 10일이라고 떴다. 암담했지만, 당장 할 수 있는건 최대한 빨리 신청 버튼을 누르는 일뿐이었다. 다음 날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야 하니 서둘러 잠들어야 하는데, 초조한 마음도 모르고 시스템 오류가 반복됐다. 결국 자정이 되어서야 겨우 신청을 완료했다.
애타는 마음으로 필리핀에 도착하자마자 휴대폰 해외 로밍을 켜고, 약한 와이파이 신호를 찾아 가져온 노트북을 펼쳤다. 다행히 만 하루만에 농지대장 등록이 완료된 것을 확인했다. 10일이 1일로 줄어드는 기적 같은 속도에 ‘호저면 면사무소 담당자님 최고!’ 라고 외치고 싶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계약서에 나온 면적과 농지대장에 등록된 넓이가 두 배 가까이 차이 나는 게 아닌가. 무시하고 그냥 등록할까 싶다가도 찝찝한 마음에 다시 변경 신청을 한 후 비고란에도 신청 이유에 대해 작성했다. 하지만 다음날이 되어서도 감감무소식. 결국 면사무소에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 부재로 바로 통화가 어려워 로밍을 계속 켜두었더니, 내 속도 모르고 1일 해외 로밍 금액 초과 문자가 연달아 도착했다.
다행히 당일 바로 담당자와 연락이 닿았다. 두 필지를 한 필지로 합치는 과정에서 면적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던 것이었다. 바로 수정은 되었지만, 이번에는 농업경영체 등록 사이트에서 반영이 안 되어 몇 번이고 재로그인을 반복해야 했다. 본인 인증을 대체 몇 번이나 하는건지… 하루는 지나야 데이터가 넘어오겠지 싶어 마음을 접고 다음 날을 기다렸다. 하루라도 빨리 등록해야 다른 민원에 밀리지 않고 실사를 나올 수 있다는 걱정을 안고, 마침내 농업경영체 등록 신청을 완료했다. 보리를 심고 6일만의 일이었다. 한국이었다면 하루면 끝났을 일이 타국에서는 하루, 또 하루씩 넘어가며 며칠이 걸렸다.
작년에 선정된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사업’은 총 3년간 지원되는 사업으로, 청년 농업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내가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소중한 농업자금이다. 종자와 농기구 등 농사에 필요한 재료를 구입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지원사업을 받으면 자립성이 떨어진다고는 하지만, 무리하게 대출을 받는 것도 아니고 초기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구조를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이 모든 전제는 ‘올해 3월까지’ 농업경영체 등록을 완료했을 때만 유효하다.
만약 올해 3월까지 농업경영체 등록을 하지 못하면 작년도 지원사업 선정은 취소된다. 더 큰 걱정은 그로 인해 ‘농지 임대’까지 취소될 수 있다는 점인데, 그렇게 되면 나는 올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게 된다. 혼란스러운 마음을 안고 전화로 내 농지 계약을 담당했던 직원과 연락해보니 계약은 이미 했기 때문에 임대가 취소되는건 아니라고 했다.
4월이면 감자든 완두콩이든 눈에 보이게 심을 수 있는데, 씨앗을 심은 추운 3월이라는 벽이 너무나 높게만 느껴졌다. 농업경영체 등록 요건을 맞추기 위해 수백만 원을 위해 구조가 이상하다고 생각해서, 일단은 종자를 심고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내 포털사이트 검색 창에는 [원주 호저면 오늘 날씨]가 가장 많다. 봄이 정말 오고 있는걸까? 여전히 옷걸이에 겨울옷만 가득 걸려있는 3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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