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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드 Dec 31. 2023

수백 명의 사람 덕에 성장한 2023년 회고

내게 2023년은 새로운 사람을 가장 많이 만났던 해였다. 인생에서 손에 꼽는 것 같다.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 신입사원으로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 말고 이런 시기가 있었을까. 곰곰이 기억을 들춰봐도 없다. 연초부터 수강한 창업 교육과 거기서 줄기처럼 자라난 많은 행사들, 힙합에서 파생된 모임들, 패션 스터디, 독서모임, 동종업계 인사팀과의 만남 등 주도적으로 뭔가를 생산하고 배우고 확장하고자 나갔던 모임들이 많았다. 여기에 5년 이상 연락이 끊겼던 인연들과 예상치 못하게 갑자기 연락이 닿은 경우도 많았던 것을 보니 사주에 뭐가 있는 해인가 싶다.


가장 신기한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오랜 기간 동안 끊겼던 인연들에 동시다발적으로 다시 닿은 일이다. 아무리 코로나가 끝났다고 하지만 이렇게 다시 연결된다고? 꽤 비일상적인 경험이었다. 15년 만에 카톡이 온 반수생 시절 여대 친구들, 7년 만에 연락했는데 흔쾌히 도움 주신 대학교 선배, 5년 만에 만난 유일한 남사친 등이다. 가끔 카톡으로 안부를 주고받았던 사이들도 아니었다. 내 친구를 소개해주었다가 아웅다웅 갈등을 빚어 다시 연락하기 애매한 그런 난감한 사건들도 있었던 탓이다. 그런데 카톡 하나 보내는 게 뭐가 그렇게 어려웠나 싶을 정도로 쉽게 연락이 닿았다. 인연이란 오묘하다.


쏜살같은 세월 ㄷㄷ


다들 변하지 않았으면서도 많이 변했다. 변화에 대해 가장 크게 실감한 것은 유일한 남사친과의 만남이었다. 물론 얘 말고 남사친이 없지는 않다. 대학교 선후배, 최근 몇 년 간 각종 모임에서 만난 남자 사람들을 남사친으로 퉁쳐 부르고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진짜 남사친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동갑이 아닌 데다가 나름대로 예의를 지키는 사이여서 동네 친구 같은 느낌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이를 초월한 ‘벗’의 느낌이랄까,,ㅎㅎ 그런데 이 친구는 동갑으로, 재수 때부터 친구였으니 서로의 찌질하고 해묵은 역사를 꽤 아는 사이다. 카톡에서든 만나서든 무조건 티격태격하는 게 친구가 확실하다. 절친까지는 아니더라도 가까운 동네에 살아 20대 때 1년에 한두 번 정도는 그냥 연락해서 술 한잔 할 수 있는 편한 친구였다. 알고 지낸 세월이 17년 되니 같이 한 게 많이 없어도 절친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것이 과연 37살 과장들의 대화일까,,,


오래된 남사친이라고 굳이 이렇게 빌드업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나를 20살부터 봐온 데다가 만나면 초딩처럼 서로 헐뜯고 욕하고 놀리기 바쁜 친구가 5년 만에 만나 나를 평가한 말들이 칭찬 일색이어서 나름 뿌듯해 굳이 지면을 할애해 봤다. 예전에는 칭찬을 들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좋은 친구다, 네가 기가 세다고 생각했는데 순수하다, 살 빠졌다, 세련 돼졌다, 너랑 부동산 얘기하니까 부동산 스터디 온 것 같다.” 등이었다. 게다가 끼리끼리라고, 내 친구답게 입바른 소리를 전혀 못하는, 박명수와 똑같은 MBTI인 ISTP 친구가 해준 말이기에 진정성이 느껴지는 말들이었다.


내가 받아들인 대로 요약하자면 변했다는 말들이고, 그 방향성은 긍정적이다. 성장의 뜻과 동일할 테다. 오랜만에 만난, 거짓말 못하는 친구가 이전의 나와 지금의 나를 엄청나게 다르게 평가한 것은 그동안의 성장하려는 노력들이 헛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친구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5년 동안 나는 실제로 엄청나게 성장했다고 생각하고, 올해도 그랬다.


올해 나를 성장시킨 것은 단연코 다양한 사람들과의 만남이다. 그중에는 사이드 프로젝트도 있었고 연애도 있었다. 정확하게는 그 사이의 갈등이 나를 성장시켰다. 그렇다고 해서 갈등이 많았던 것도 아니고 갈등이라 하더라도 소리를 내어 싸운 것은 아니다. 그저 의견과 가치관, 배경지식이 달랐던 것이다. 그래도 나름 갈등이라고 속상한 감정도 있었겠지만 그건 아주 잠깐이었고 얻은 것이 훨씬 많았다. 특히 나에 대해 많이 알게 됐다. 내가 잘하는 것은 뭐고, 못하는 것은 무엇인지, 보완해야 할 점은 뭔지 등이다. 역시 사람은 부딪쳐봐야 아는 것 같다.


나에게는 디테일한 관점이 부족하다. 원래 알았던 단점이었지만 여러 사람들과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좀 더 디테일하게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ㅎㅎ 깨달은 즉시 보완하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갈등이 일어났던 부분을 복기해서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으로 채우고 있다. 그중 눈에 띄게 보이는 것은 브런치에 글을 많이 쓰는 것이었다. 글을 쓰려면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상세하게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쓴 글만큼 내 디테일은 조금 나아졌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아직 갈길이 멀다.


내 급격한 성장의 비결은 늘 다양한 사람들의 관점을 빠른 속도로 흡수하는 것이다. 그것들은 나를 흔들 정도로 변화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타인의 관점을 흡수한다는 것은 타인과 실제로 부딪쳐서 그의 관점에서 내가 부족한 부분을 제대로 아는 것이 첫 번째 단계고, 이를 스스로 연구해서 채우기도 하지만 보완을 위해 전혀 다른 사람들의 생경한 관점을 흡수하면서 채우기도 한다. 이렇게 하면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 내가 터득한 변화 방법이다. 30대 때 내가 괄목할만한 변화를 겪었던 이유다.


2024년에는 더 많은 성장과 발전을 위해 내가 전혀 관심이 없었던 분야에 도전하려고 한다. 새로운 관점을 더해 본격적으로 디테일을 배워볼 생각이다. 그 일환으로 그토록 싫어하는 화장을 배우기 위해 정샘물 아카데미에 1:1 화장 클래스도 신청했고, 요알못인 내가 한식조리기능사도 도전하려고 한다. 최근 관심이 생긴 도슨트 강의도 들어보고 싶다. 해결책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모든 것들은 내게 이전에 없던 디테일한 눈을 가져다줄 것들로 기대한다. (전혀 상관없을 것 같은 랩을 배웠을 때 인생에서 최초로 디테일의 존재를 인지했다.) 그리고 관련된 모든 활동을 브런치나 유튜브에 기록해 볼 예정이다. 이는 내가 잘하고, 하고 싶은 것을 찾기 위한 여정이며 내 삶을 더 주체적이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활동들이다.


2023년에는 내가 잘하고 싶은 분야를 드디어 찾았다는 점도 큰 수확이다. 그동안은 잘하고 싶은 분야가 없어서 늘 고민이었기에 배로 기뻤다. 앞으로 내가 잘하고 싶은 것은 글을 더 잘 쓰는 것이다. 올해는 다른 해보다 글을 배로 많이 썼던 해인데 이 과정에서 내 생각을 고스란히 표현할 수 있었다. 이런 능력이 생겼기에 글 쓰는 것이 재미있어졌다. 그래서 글을 더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 같다. 그냥 생각을 토해내는 것에서 나아가 좋은 문장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더 좋은 글을 읽어 더 양질의 재료인 밀도 있는 글감과 통찰, 훌륭하면서도 흔치 않은 문장과 단어를 얻어 내면화하고 싶다.


올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사랑하고, 세 개의 사이드 프로젝트까지 진행하면서 나는 진짜 좋아하는 사람과 진짜 좋아하는 일이어야 나를 내던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알게 됐다는 점도 정말 중요한 지점이다. 영리한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아도 이를 숨기고 모든 일을 잘 해내는데 나는 그쪽과는 거리가 멀다. 어리석다. 더욱이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일은 대체로 내 성에 차지 않게 되어서 나에게 가장 큰 상흔을 남기곤 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로 인해 내가 처한 환경에서 최대치로 성장할 수 있었다. 2023년에 사랑하는 일과 사람들로 자랐기에, 2024년에도 나를 내던질 수 있는 사람과 일을 찾는 일에 매진할 생각이다. 이 역시 이런저런 시도와, 직접 몸을 던져 부딪쳐보는 것에 달려 있다.


올해 나를 성장시킨 키워드 중 하나로 생일을 축하받았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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