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강의를 듣고 나니, 주식 투자를 최소 6개월만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먼저 남았다. 강의를 다 듣고 나서 보니 이미 삼성전자는 많이 오른 뒤였기 때문이다. 강의에서 반복해서 이야기하던 “투자에는 시기가 있다”는 말과, 그 시기를 가리키는 여러 지표들을 나는 이미 한참 놓쳐버린 것 같았다.
‘가장 좋은 투자 시기는 무릎 아래에서 살 수 있는 가격’이라는 말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다. 다만 나에게 어려웠던 지점은 두 가지였다. 첫째, 지금이 무릎 아래인지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것. 둘째, 설령 무릎 아래라고 판단하더라도 무릎을 벗어날 수 있을지였다. 잘못하면 지하까지 가서 영영 돌아올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실행하지 못했다. 나는 하얀 백지 또는 미궁에 있었다.
실제로 몇 년 전 무릎 아래의 순간이 내 인생에 찾아왔었다. 2022년 금리가 급격히 올랐을 때였다. 당시 나는 부동산 가격이 무릎 아래라고 판단했고, 설령 발목까지 더 내려가더라도 1~2년 후에는 회복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부동산을 샀다. 이 판단에는 개인적인 배경이 있었다.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이어진 부동산 상승장에서 끝내 올라타지 못했던 절망감, 그리고 그 후회에 각성하며 1년 넘게 부동산 공부를 했던 경험이 쌓여 있었다. 그 결과, 저점에서 부동산을 매수했고, 지금처럼 부동산 가격 상승 뉴스가 연일 나와도 비교적 마음이 편안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당시 급락한 주식들과 개당 8천만 원에서 3천만 원이 되어버린 비트코인도 역시 선택지에 있었다. 살까 고민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행하지 못했다. 언제 다시 정상 상태로 돌아올지 도저히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강의를 들으며 Fed에 대한 이해가 생기고 나니, 그때 이 구조를 알았더라면 부동산 외의 자산도 살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늘 그렇듯 또 껄무새가 된다.
강의에서는 케인즈 이후 수정자본주의 체제에서 시장은 항상 Fed라는 ‘조련사’의 개입 아래 조정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달러를 찍어내는 방식으로 위기를 넘겨왔고, 한 번 풀린 돈은 전부 회수되지 않기 때문에 자산 가격은 장기적으로 우상향 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경제는 위기를 겪지만, Fed에 의해 결국 다시 정상화된다는 이야기다. 이 논리가 언제까지 유효할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작동해 왔다. 2022년의 패닉 국면에서도 ‘언젠가는 Fed가 복구시킬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면, 나는 더 공격적으로 자산을 매입했을지도 모르겠다.
이번 강의를 통해 내가 겪었던 시장의 굴곡이 왜 발생했는지도 명확해졌다. 강사님은 이 시기를 ‘구조적 약세장’이라 불렀다. 이 시기에는 거품이 많이 낀 기업들이 구조조정되며, 과도한 거품이 한꺼번에 깨질 때 나타나는 국면이라고 했다. 거품이란 내재 가치보다 시장에서 과도하게 고평가 된 상태를 의미한다. 과잉 유동성 속에서 레버리지를 활용한 빚투가 늘어나거나, 나만 뒤처질 것 같다는 불안으로 패닉 바잉이 발생할 때 주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각자 나름의 ‘내재 가치 판단 기준’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 중요했다. 역사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고, 경기 침체 이후 살아남아 반등한 기업과 거품 속에서 사라진 기업을 비교해 볼 수 있다. PBR, PER, VIX 같은 지표들도 점검 도구가 된다. 또한 구조적 약세장은 전쟁, 테러, 팬데믹 같은 일시적 외부 충격과는 구분해야 하며, 이런 이벤트는 비교적 빠르게 회복된다고 했다. 결국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의 원인을 이해하고, 앞으로의 시나리오를 스스로 써볼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였다. 특히 Fed는 항상 금리로 거품을 터뜨리기 때문에 이를 지속적으로 주시해야 한다는 점도 인상 깊었다.
최근 주식시장이 다시 상승 랠리를 보이면서, 주식이 없는 나는 또다시 시무룩한 껄무새 모드에 들어갔다. 하지만 3년 전 부동산 시장이 그랬던 것처럼, 시장은 언젠가 또 다른 국면을 만들고 나에게도 기회를 줄지 모른다는 희망도 함께 생겼다. 이번 강의 덕분에 적어도 투자를 완전히 손에서 놓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은 분명해졌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이자 직장인으로서 경제적 자유에 다가가는 방법에 대해, 강의는 아주 단순하면서도 본질적인 원리를 제시했다. 이를 봉건제에 대입해 보니 내 위치가 적나라하게 보였다. 봉건제에서 경제적 자유를 누린 존재는 귀족 영주였다. 대대로 물려받은 땅 덕분에 일하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었다. 일은 소작농이 했다. 직장인인 나는 이 소작농에 가깝다. 영주가 부를 누린 이유는 비옥한 토지를 소유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에서 이 비옥한 토지는 자산이며, 주식에서는 수익성이 좋은 산업과 기업이다. 토지의 비옥함에는 정도가 있고, 그 웃돈과 비옥함을 수치로 표현한 것이 PER, PBR 같은 지표이며, 실제 비옥함의 기준은 영업이익률이나 ROE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봉건제와 다른 점이 있다고 강의가 흘러가 다행이었다. 자본주의의 소작농인 나는 그 토지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비옥한 자산을 사서 주주가 되고, 이를 평생 모아가야 나중에는 그 자산에서 나오는 것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돈은 계속 풀리며 가치 저장 수단의 기능을 잃기 때문에, 우리는 결국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 강사님은 올바른 방향으로 투자한다면 경제적 자유에 도달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했다. 전부 믿을 수는 없지만, 막연히 남의 이야기 같았던 경제적 자유가 어쩌면 내 인생에도 아주 작게나마 스며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들었다.
또 하나 인상 깊었던 부분은 사이클 기업에 대한 이해였다. 나는 소비재가 아닌 산업도 경기에 민감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한동안 눌려 있다가도 폭발적인 성장 모멘텀을 보이는 주식들이 있다는 점이 새로웠다. 요즘 잘 나가는 반도체 역시 대표적인 경기민감주였다. 시클리컬 산업이기에 당분간은 좋을 수 있지만, 동시에 거품과 FOMO, 오버슈팅, 그리고 이후의 조정 가능성도 함께 존재한다. 강의가 녹화된 2022년 12월은 이런 경기민감주들이 눌려 있던 시기였고, 그때 이 강의를 들었더라면 나는 이미 삼성전자를 사두었을 것 같다. 지금은 개미들이 몰려드는 삼성전자에 선뜻 들어가기 망설여진다. 코로나 때처럼 화제가 되었을 때 휩쓸려 들어갔다가 몇 년을 물릴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지 고민은 오히려 더 깊어졌다.
기관투자자에 대한 이해도 새로웠다. 기관투자자는 막대한 자금을 운용하며, 정해진 기간 안에 성과를 내야 하는 미션을 가진 존재다. 위탁 자금을 굴리는 입장에서, 온 국민이 보유한 주식을 아예 사지 않을 수도 없고, 오직 장기 투자만 할 수도 없다. 문제는 이들의 자금 규모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이다. 개인 투자자는 이들의 움직임을 염두에 두고 시장을 봐야 한다는 사실을 그동안 상상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또 기억에 남은 말은 “주식에는 공감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케인즈가 말한 것처럼 주식 투자는 미인대회와 같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대다수의 사람들이 누가 예쁘다고 생각할지를 예측해야 한다는 의미다. 부동산을 공부하며 느꼈던 점과도 닮아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남들이 좋아할 것을 사야 가치가 오른다. 남들과 다르고 싶어 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꽤 아픈 지점이었고, 그래서 더 오래 남았다.
이 강의를 통해 언제, 어떤 주식을 사야 하는지에 대한 나만의 명확한 기준을 세울 수는 없었다.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가 취해야 할 액션의 방향성은 분명해졌다. 개별 기업이나 주가만 보는 것이 아니라, 거시적인 흐름 속에서 시장을 바라보고 어떤 지표들을 살펴봐야 하는지에 대한 큰 틀을 얻었다. 앞으로는 그 지표들의 정의와 의미를 더 깊이 공부해야 할 것이라는 목표는 얻었다. 또한 소비재 산업에 오래 몸담았던 만큼, 반도체·조선·방산 같은 산업군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갈 길은 여전히 멀다. 하지만 방향은 조금은 보이기 시작했다.
* 강의정보
-강의플랫폼: 3pro TV
-강의명: 자본주의와 주식투자(주식의 지혜)
-강사: 박세익 체슬리투자자문 대표이사
-강의목차:
Part1. 자본주의와 주식투자
1. 주식의 지혜
2.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
Part2. 기업가치에 대한 이해
1. 자본가의 몫/ 노동자의 몫/ 정부의 몫
2. 기업가치 평가 방법
Part3. 주식시장에 대한 이해
1. 주식의 속성과 변동성
2. 매크로 환경과 변동성
Part4. 인간본성에 대한 이해
1. 비경제적 본능
2. 대중의 편향과 시장의 방향성
-강의료: 315,000원(90일)
-수강기간: 2025.10.10~2026.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