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에 대해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식단과 운동에 관심을 가지고 그에 따라 내 몸이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하니 이제 내 몸을 조금 알겠다. 시작은 내 몸이 식단과 운동만으로 말을 듣지 않았던 때였다. 어떤 날 식단과 운동이 평소와 같은데도 살이 올라 있었다. 그런데 며칠 뒤에는 또 별 것 안 했는데 통통함이 가라앉아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궁금증을 품고 살던 중 연예인들의 유튜브를 보며 답을 찾았다. 그것은 부기 때문이었다. 연예인들은 부기 관리를 매우 중요시했다. 광고 촬영이나 방송녹화 전에는 며칠 전부터 관리 했다. 부으면 같은 몸무게여도 더 통통해 보이기 때문이었다. 붓지 않기 위해 짠 음식은 피하거나 염분이 낮은 음식을 먹었다. 소스는 빼고 먹는다든가 요리할 때 간을 최소한으로 했다. 부기를 빼러 일주일에 한 번씩 사우나에 가기도 했다. 부기 관리는 식단 관리와 비슷하면서도 미묘하게 달랐다. 체지방에만 관심을 쏟았던 내게 새로운 관점이었다.
식단과 운동을 해도 통통하게 부어 있던 내 몸에 대해 생각했다. 운동이 과해 피곤하거나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부었다. 특히 회사에서 야근을 하고 사람들로 너무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는 최악이었다. 몸이 붓는 것은 물론이고 식단을 준비하거나 운동할 시간과 에너지도 부족하고 의지력마저 바닥났다. 게다가 과자, 맥주, 피자 등 살찌는 정크푸드가 더 먹고 싶은 충동도 잦아졌다. 퇴사를 결정한 이유 중 하나도 회사 일과 스트레스로 내 생활과 건강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숨을 고르고 내 삶을 건강하게 꾸려나갈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하는 것이 절실했다.
생각해 보니 과로와 스트레스가 안 좋은 부기를 가져오는 게 맞는 것 같았다. 한창 창업 교육을 들으며 사이드 프로젝트를 했던 시절, 스타트업 대표님들의 삶을 선망하며 관심 가졌던 적이 있었다. 영상으로도, 실제로도 많이 접했다. 몇몇 분들은 가까이서 만나뵙기도 했다. 전부 다는 아니었지만 많은 분들이 부어 있는 상태였고 피곤해 보였다. 특히 초창기 스타트업 대표님들은 더 했다.
그럴 만도 하다. 창업 강의에서 성공하는 스타트업은 주에 100시간을 일해야 하고 나를 갈아 넣어야 성공할까 말까라고 했다. 창업을 준비하려는 내가 성공 사례로, 귀감이 될만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만난 분들은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룬 분들이고 그 정도의 사업체를 일구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과로했을 것이다. 무리하면 붓는다. 그때 나는 생각했다. 내가 창업을 한다면 큰 포부를 갖기 보다는 내 몸이 붓지 않을 정도로만 행복하게 일하고 싶다고.
이후 너무 무리하지 않는 삶을 유지하려고 노력 중이다. 먹고 살기에 부족함이 없는 정도의 벌이와 그에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붓지 않을 노동의 정도를 계속 알아가려고 연구 중이다. 운동도 살을 빼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내 몸 안의 부기를 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내 몸에 피를 돌게 하고 대사를 원활하게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됐다. 이를 위해 스트레칭을 해주고 간단한 근력운동을 한다. 부기를 빼기 위해서다. 물론 조금 더 욕심을 내는 날은 근력을 만들 수 있는 운동도 한다. 붓지 않는 삶은 내 행복의 중요한 조건이 되었다. 그것은 내가 중심에 있는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