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것을 좋아하지만 날씬해지고 싶어,,,
살 많이 빠졌다. 어떻게 뺐어?
몇 년 전 나를 봤다가 최근에 다시 본 사람들은 내게 묻는다. 말랐던 사람들도 살이 찌기 시작한다는 30대 중반을 넘긴 시기에, 초등학생 때부터 통통한 체형을 벗어나지 못했던 내가, 어떻게 표준 체중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궁금해할 만도 하다. 통통에서 표준 체중으로 가는 데에는 1kg 빼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많이 먹지도 않는데.. 여기서 먹는 양을 줄일 수는 없는데..' 라는 생각이었다. (내 기준 ^_ㅠ)
예전보다 4-5kg 정도 빠진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살을 빼려고 고통스럽게 애쓰지 않았다. 매 순간을 그저 흘러가는 대로 살아내지 않으려 의식적으로 노력한 덕이었다. 그런 삶의 태도가 먹는 것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더 맞겠다. 무심코 먹었던 음식에 대해 관심을 가진 뒤 알려고 하고 주체적으로 받아들이려고 시도했다. 특히 탄수화물에 대해 그 먹는 양이 내 몸에 적절한지 조금 신경 쓰고, 멈춰 있어 막힌 것 같은 피를 내 몸에 돌게 하는 활동들을 해주었다.
물론 표준 체중이라는 단어에 반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각자 체형과 체질이 다르게 태어났는데 어떻게 표준이라고 규정 지을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도 나 또한 부족하고 불완전한 일개 인간이기에 표준 체중이 되고 싶은 마음을 부정할 수는 없었다. 내가 표준 체중이라는 것을 지향하는 이유는 스스로 만족할만한 삶에 가까이 가기 위함이었다. 입고 싶은 옷을 입고 거울을 볼 때나 사진을 찍었을 때 조금 더 만족스럽고 몸에서 찌뿌둥한 느낌이 덜 드는 삶을 원했다.
20대 때는 몰랐다. 몸무게가 내 ‘생활 습관’이 반영된 총집합이라는 것을. 30대가 되어 이 ‘생활 습관’이라는 단어를 온전히 이해하고 보니 이 단어가 너무 추상적이어서 무책임하다고까지 느낀다. 나이가 들수록 단어가, 아니 언어가 얼마나 한계를 갖는 도구인지 실감한다. 그래서 직접 부딪치고 깨달아야 한다.
이런 생각을 거쳤기에 누군가에게 와닿을지도 모르는 ‘생활 습관’이라는 단어에 대해 내가 느끼고 경험한 것을 공유해 본다. 이 단어를 이해하고 나서야 조금은 덜 괴롭게 체중조절을 할 수 있었다. 물론 내 경험이 정답도 아니다. 그리고 내 이야기는 통통이 되기 쉬운 체질인 사람이자, 먹을 것을 좋아하는 먹보이자, 그럼에도 표준 체중에 도달하고 싶은 입장에서 쓰였다. 또한 각자 체질에 맞는 생활 습관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먹는 것에 신경 쓰지 않는 삶도 있다. 모두의 체질과 근육량과 욕구는 다 다르니까.
가장 중요한 것은 주도성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하루 세끼를 내가 주도적으로 경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는 내가 몇 시에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인지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부끄럽지만 이전의 나는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아침이 되면 배고프니까 밥을 먹고, 점심시간이 되니까 그냥 우르르 이끌려 밥을 먹고, 메뉴는 그때그때 당기는 것으로 정하고, 3-4시쯤 배가 고파지면 사무실에 있는 과자를 찾아내 먹고 저녁에는 맛있는 음식을 먹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배가 고픈 내 욕구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했던 것 같다.
반대로 주도적인 식사를 하기 위해 고려했던 것은 다음과 같다. 식사는 한식 위주로 먹는다. 쉽게 접할 수 있는 외식에서 가장 가공이 덜 된 것은 한식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이 한식이 탄수화물 위주가 되기 쉽다는 점도 인지하게 됐다. 칼국수, 우동, 라면 등은 밀가루 외 다른 토핑들이 거의 없는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이었다. 이런 식단에 대해 인지하지 않으면 탄수화물 비중이 높은 식단을 고스란히 먹게 된다. 그러면 대사 능력이 감소되는 30대 이후에는 살이 찔 수밖에 없다. 조절이 필요했다.
내게 쌓이는 탄수화물의 양은 적절할까? 백미 한 공기를 거의 다 먹어온 내 체형을 봤을 때 한 공기는 과한 분량이었다. 그래서 다른 반찬은 다 먹되 밥은 반공기 또는 2/3공기만 먹었다. 물론 돈까스같이 튀긴 것들, 칼국수, 우동, 라멘, 냉면, 짜장면 이런 것들을 피할 수 없는 날도 있고 먹고 싶은 날도 있었다. 그러면 그냥 먹었다. 다만 매일 먹지는 않고 가끔 특식같이 먹으면 괜찮았다. 면은 2/3만 먹고 부족한 양은 다른 반찬들을 더 먹어 식단의 밸런스를 맞췄다.
그리고 의식적으로 단백질을 신경 써서 부족하지 않게 챙기고 있다. 단백질 권장량은 보통 체중 1㎏당 0.8~1.0g 정도라고 하며 나이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나의 경우는 한 끼 20~30g 내외를 기준으로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는 닭가슴살 한 덩이 정도인데 식당의 제육볶음 1인분은 이를 훌쩍 넘기는 것 같다. 그래도 마른 몸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어서 1인분 정도는 그냥 먹는다. 대신 쌈을 많이 싸 먹는다. 그리고 생선을 먹을 기회가 생기면 의식적으로 선택했다. (구이, 조림, 오징어볶음 등) 이렇게 의식하지 않으면 붉은 고기에 치우친 식단이 되기 쉬웠다.
간식은 미리 챙긴다. 사무직이었던 나의 경우 밥을 적게 먹든 많이 먹든 3-4시가 되면 배가 고팠다. 이때 배고픔을 못 이겨 탕비실을 배회하며 과자를 먹게 된다. 그런 것들이 살로 갔다. 그래서 핵심은 미리 간식을 준비해 놓는 것!! 이게 참 어렵다. 그럼에도 이때 먹을 간식을 챙기니 몸이 달라지는 것이 눈에 보였다. 준비한 간식은 바나나, 사과, 고구마, 견과류, 볶은콩 등 최대한 비가공 식품을 우선으로 하되 가공식품은 당류가 없는 라떼 한 잔, 제로 요거트, 단백질 음료(커피, 바나나우유, 딸기우유맛 등), 단백질 쿠키, 단백질 바 등을 먹었다. 그랬더니 살이 덜 쪘다. 다이어트를 오래 하며 느끼는 것이지만 체중의 변화는 정말 작고 사소한 것부터 시작된다.
아침의 경우는 챙겨 먹을 시간이 없기도 하고 많이 들어가지도 않는다. 사무실에 싸가서 간단하게 먹었다.
-초록 야채와 단백질 스무디+계란 2개
(스무디는 만드는 데 5분도 안 걸린다.)
-그릭요거트+블루베리 10알~15알+계란 2개
-계란이 지겨우면 단백질 음료 + 당이 첨가되지 않은 시리얼
저녁은 점심 식단과 비슷했다. 혼자 차려 먹으니 다이어트식처럼 되기도 한다. 햇반 작은 공기에 닭가슴살 한 봉지나 생선 한토막, 김치 등 각종 반찬 조금씩을 먹었다. 밖에서 사 먹는 날 또는 주말 약속에도 점심 식단처럼 먹거나 그냥 먹었다. 무리해서 살을 빼는 것이 아니니까.
사실 직장인이 되면 이런 것을 신경 쓰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일만 해도 퇴근 후 녹초가 되고 회식도 많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 먹더라도, 회식에 가더라도 그 자리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정신을 남겨놓고자 했다. 내 몸이니까. 내가 바로 서기 위해 회사를 다니는 거니까. 하지만 정신줄을 부여잡는 일은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삶에서 주도성을 놓치기 쉬운 멘탈이 되지 않도록 나의 중심을 잘 잡으려 노력하는 과정도 필요했다.
(뒷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