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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드 Sep 05. 2023

F&B교육담당자가 본 요즘 성공한 F&B브랜드 공통점


F&B업계의 교육담당자로 일하고 있다. 트렌드 관련 교육 콘텐츠를 준비할 일이 많다. 내가 많이 기획했기 때문이다. 3년 전 제조업에서 근무할 때에는 꿈도 못 꾸던 일이다. 제조업은 트렌드 변화에 둔감했다. 세상은 빠르게 돌아가는데 회사는 멈춰있는 것 같았다. 답답했다. 자꾸 바깥세상에 눈이 돌아갔다. 그래서 이직을 결심했다. 현재는 트렌디한 업계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을 따를 수 있다는 것은 내게 매력적인 일이다. 재미있다.


트렌디한 회사는 F&B만 있는 것은 아니다. IT기반 회사도 있고 다양한 스타트업도 있다. 그런 회사도 가고 싶었다. 그러나 날 받아주지 않았다. 결국 날 받아주는 F&B로 오게 됐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오히려 좋은 것 같다. IT와 F&B는 둘 다 트렌디하지만 조금 다르다. IT는 기술과 더 밀접한 반면 F&B는 라이프 스타일과 더 가까운 것 같다.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은 아니고 비중을 따지자면 그렇다는 이야기다. 내 생각이다. F&B가 나와 더 가깝고 내 관심사와 더 맞다. 말랑말랑한 것 같다.


요즘 F&B 업계 트렌드는 점점 종합예술이 되어간다는 것이다. 원래는 먹을 것과 마실 것 중심이었는데 점점 맛보다 비주얼과 공간, 컨셉이 중요해진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대표가 있다. 대표의 취향과 감각에 따라서 많은 것이 결정된다. 대표가 미국 유학을 했으면 그때 맛보았던 도넛, 영국 마켓을 좋아하면 그 컨셉이 카페의 비주얼로 탄생한다. 대표가 좋아하는 공간, 컬러, 소품이 매장을 채운다. 결국 대표가 브랜드의 성공 비결이 된다.


그래서 경영진이나 직원들은 작지만 핫한 브랜드의 대표나 CMO(마케팅 최고책임자)의 성공비결을 듣고 싶어 한다. 아마 다른 회사도 그럴 것이다. 나도 심심하면 화제가 되는 브랜드를 찾아보는 편이다. 이번에도 마케팅 특강을 준비해야 했는데 그동안 바빠서 관심 갖지 못했던 두 브랜드를 조금 자세히 들여다봤다. ‘카멜커피’와 ‘런던베이글뮤지엄’이다. 첫 시작이 작은 카페 하나였기 때문에 대표의 존재감이 크고 취향 중심으로 성공한 브랜드라고 볼 수 있다.


‘카멜커피’는 대표님이 정말 유명하다. ‘유퀴즈’, ‘터키즈’ 다 출연했다. 팔로워 19만 인플루언서다. 유쾌한 끼쟁이인 데다가 별명도 미스터카멜, 3초 정우성, 청담동 입양아들 등 다양했다. 대표님은 20대 초반에 부산에서 서울로 상경했다. 카페 이전에 패션 사업을 했다고 한다. 그 사업이 잘 안 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옷을 좋아하고 패션 센스가 있었기 때문에 운영할 수 있었던 사업이었을 것이다. 그런 감각 덕분인지 카멜커피 공간도 본인이 원하는 스타일로 채웠다. 대표님이 카멜색을 좋아해서 카멜커피가 됐고, 커피도 본인 입맛대로 만들었다고 한다. 대표 자체가 브랜드가 됐다.


정우성 아님. 카멜커피 대표님입니다,, ㅎㅎ


개인적으로 더 흥미로운 것은 ‘런던 베이글 뮤지엄’ 대표님이었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은 늘 몇시간씩 기다려야 해서 오픈런으로 유명하다. 맛도 맛이겠지만 런던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매장은 해외여행을 못 가는 코로나 시기에 소비자의 판타지를 채우기 충분했다. 대표님 인터뷰를 보니 영국의 한 카페에서 영감을 받았고 철저히 본인 취향을 반영한 카페였다. 매장 이름부터 그렇다. 런던, 베이글, 뮤지엄 이 세 단어가 조합된 형태다. 인터넷상에서 어떤이가 이를 비판하는 글을 보았다. 세 단어가 전혀 어울리지 않고 맥락도 맞지 않다며, 무슨 근본없는 조합이냐고 했다. 대표님 인터뷰를 보니 그저 단순히 좋아하고, 사랑하는 세 단어들을 합친 이름이라고 했다. 좋아하는 단어 조합이라니 더 이상 토를 달 명분이 없다. 맛도 계산적으로 접근한다기보다는 철저히 취향을 반영하는 편이라고 한다. 카페는 그녀가 좋아하는 것을 모두 모아놓은 곳이었다.


특이한 점은 연관 검색어로 ‘런던베이글뮤지엄 대표 나이’가 있었다. 예전에 지나가듯 보았을 때 20대처럼 보이는 30대 정도로 봤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40대? 50대? 라고 한다. 비비안웨스트우드나 베라왕처럼 나이에 상관없이 자기만의 개성이 뚜렷한 분 같았다. 20년 이상 패션을 하셔서 남다른 감각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나이가 뭐가 중요한가, 패션과 감각은 20대 취향까지도 저격했다. 오픈런의 압박으로 매장은 가보지 못했지만 자기 자신을 잘 표현하는 대표님이 매장을 어떻게 꾸몄을지 안 봐도 훤했다. 알고 보니 그녀는 그전에 이미 카페 레이어드, 카페 하이웨스트 등을 성공시킨 카페 고수였다. 취향으로 연쇄성공을 이뤘다.


런던베이글뮤지엄 대표님


대표의 취향과 브랜딩으로 성공하는 트렌드는 사실 F&B에만 국한되지 않다. 많은 소비재가 그렇다. 당연하게도 패션 브랜드도 그렇다. 대표가 인플루언서 본인 개인의 브랜드로 시작하는 것은 내게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그런데 판이 커지고 글로벌 브랜드가 된다고 하면 말이 달라진다. 더현대에서 매출 지분이 상당하다는 ‘마뗑킴’도 인플루언서 브랜드로 출발해 연매출 10억에서 500억 이상의 기업으로 커버렸다. 아식스 등 다른 브랜드와 콜라보도 많이 한다. ‘떠그클럽’도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힙합 아티스트 에이셉라키, 다베이비 등이 입는 글로벌 브랜드가 됐다. 떠그클럽의 성공 과정이 특히 흥미로웠다.


떠그클럽은 인플루언서 조영민(떠그민)이 만든 브랜드다. 떠그클럽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떠그민의 개인계정과 별차이가 없다고 한다. 이 브랜드가 유명해진 결정적 이유는 팬티 때문이었다. 정확히는 팬티에 적힌 문구다. 스트릿 패션에서 몇 년 전부터 인기 있는 착장 중 하나가 바지를 내려 입는 것이다. 얼마나 내려 입느냐는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겠지만 내려 입으면 팬티가 어떤 식으로든 보인다. 떠그클럽은 이 부분에서 착안하여 어차피 보일 거면 더 과감하게 보이자는 전략을 썼다. ‘Suck My Dick’이라는 문구를 삽입했다. 후기를 찾아보니 여자들도 많이 입었다. ㅎㅎ


떠그클럽 유명팬티,,ㅎㅎ


이 문구에서 떠그민(조영민 대표)의 취향을 넘어서 반항적인 정체성이 느껴졌다. 그런 매력이 전 세계적인 악동들을 사로잡지 않았을까. 며칠 전 올라온 인스타그램 피드도 재미있었다. 경리단길에 위치한 떠그클럽 매장 앞에 공원이 생기는 모양이었다. 본인 브랜드 앞에 평범한 공원이 생기는 게 불만이었다고 한다. 본인이 아는 작가들과 직접 시안을 만들어 사비로 공원을 만들기로 했단다. 이를 위해 용산구청으로 찾아가 제안 PT를 하고, 주민 30명 앞에서 주민설명회를 했다고 한다. 흥미롭다. 완성되면 가보고 싶다. 떠그클럽은 개인적 가치관과, 취향과 성향이 브랜드 가치를 대변하고 소비자들이 그 가치를 소비하는 사례로 인상 깊었다. 아무런 빽도 없고 금수저도 아닌, 대기업을 등에 업지도 않은 한 인물이 자신만의 개성과 가치관으로 세계적으로 이슈몰이를 하고 있는 브랜드라 더 흥미롭게 지켜보는 중이다.


주민들 앞에서 설명회를 하는 떠그민


브랜드의 성공 사례들을 접하고, 대표들을 사내에 초빙해서 그들의 인사이트를 듣는 일은 재미있다. 결국 요즘 성공한 많은 브랜드의 성공방식은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대표의 취향이나 가치관이 브랜드의 핵심 이미지가 되며, 그것을 시각적으로 구현한다. 그 방식은 패셔너블하고 인스타그래머블하다. 창업에 도전하면서 팀빌딩 과정에서 내가 가장 먼저 찾았던 직무가 디자이너였던 것은 몇 년 간 이런 사례를 수도 없이 접했고 그것이 늘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브랜드를 일군 대표들을 보며 동기부여도 된다. 나도 나중에 나만의 비즈니스를 가지면 이런 식으로 해봐야겠다는 레퍼런스로, 나만의 인사이트로 변해서 내 머릿속에 차곡차곡 쌓이는 중이다. 이런 와중에 이전 회사 동기, 아니 후배들까지도 억대 연봉을 받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마음 한 구석이 쓰라렸다. 지금 하는 이런 일들을 하는 동안 다양한 성공 케이스를 접하며 나중에 내 비즈니스를 할 때 써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위안받는다. 내게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공부다.


나는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나의 브랜드를 가져보려는 생각이 있다. 그것을 위해 내가 추구하는 가치관과 정체성,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또렷이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작업을 브런치에서 조금씩 하고 있다. 최근 올리는 간헐적 중독과 의식주 디깅 같은 매거진도 그 일환으로 시작한 것이다. 뭐가 될지는 모르지만 꾸준히 쌓아 보려고 한다. 정체성을 확실히 한 뒤 비슷한 취향과 가치관을 지닌 디자이너를 찾으려고 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시각화해서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보고 싶다. 머리 아프지만 재미있는 고민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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