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공부도 허슬입니다,,
작년 4월, 서울 동대문구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다. 지나고 보니 최저가다. 주위에 이야기하니 “미혼인데 청약에 당첨될 수 있어?”부터 시작해서 “경쟁률이 높은데 어떻게 당첨됐냐, 대단하다”는 등 축하와 더불어 부동산 공부 방법에 대한 질문도 많이 받았다. 간단히 대답하자면 부동산 공부를 시작한 2022년 5월부터 2023년 초까지 매수 타이밍과 지역과 금액에 대한 나만의 기준을 만들어 왔다. 이를 바탕으로 시장에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주체적인 판단과 확신을 내릴 수 있었다. 사실이긴 하지만 내가 가장 싫어하는 ‘추상적이어서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 대답’이다. 그래서 언젠가는 조금 더 풀어서 나의 부동산 공부와 청약 당첨까지의 여정에 대해 적어보고 싶었다.
부동산에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한 이후 첫 번째 한 일은 우선 유튜브를 보는 것이었다. 여러 유튜브를 통해서 알고 싶었던 것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부동산 공부를 하냐는 것이었다. 여러 방법이 있었지만 가장 현실적이면서 단순했던 것은 부동산 관련된 책 30권 정도를 읽어보라는 말이었다. 특히 ‘월급쟁이부자들tv’ 의 '너나위'님이 말씀하신 내용이 와닿았다. 기억한 대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책을 30권 읽으라고 했지만 정독할 필요까지는 없다. 분명히 잘 안 읽히는 부분, 모르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런 부분은 넘어가고 그냥 읽어 봐라. 읽다 보면 잘 읽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나에게 잘 맞게 설명해 주는 저자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이해하면 된다.’
이 말이 나에게 부동산 책 읽기를 지속하는 원동력이 되어 주었다. 실제로 책 25권 정도를 구매해서 읽었다. 정독은 안 했다. 그냥 1시간에 1권을 읽을 정도로 빠르게 훑었다. '너나위'님 말이 맞았다. 진리와 비스무리한 삶의 이치는 각기 다른 사람들의 언어로 적혀 있었다. 30권 가까이 읽으니 그들이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을 어렴풋이 더듬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부동산 구매하는 방법이 아니었다. 물론 이것도 중요한 지식이기는 하지만 왜 부동산을 구매해야 하는지 머리와 가슴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나 같은 무주택자에게는 이것이 선행돼야 실제 구매까지 이어지는 실행력을 높여줄 수 있었다. 책 이외에도 책에서 추천하는 EBS 다큐멘터리 ‘자본주의’ 시리즈까지 다 본 결과, 금본위제가 폐지된 이후 화폐는 무제한으로 발행될 수 있게 되었으며, 이것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져 화폐의 가치가 점점 떨어졌다. 가장 쉬운 예가 과거에는 짜장면 가격이 200원이었는데 요즘 짜장면 한 그릇은 8000원이 된 것이다. 그래서 내가 번 돈을 지키기 위해서는 실물자산으로 바꿔 놓아야 했다. 자본주의와 자산, 부동산을 역사적으로 다룬 책까지 폭넓게 읽으니 인문학적으로 동기부여 됐다. 부동산 구매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그리고 통시적으로도 부동산에 대한 가치는 인간의 삶에서 중요했다. ‘서울에 집을 사야 한다’라는 다산 정약용의 유명한 말처럼 역사적으로도 핵심지 부동산은 삶을 살아가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고려 말 정도전이 한양을 수도로 선정한 것도 그가 당시 지방의 유력 학군이었던 한양에서 공부를 했기 때문이라는 점, 수도 서울의 경계가 사대문 안에서 강남까지 확장되면서 일어났던 부의 변화 등이 모두 세상 사는 이치였다. 이 외에도 많은 부동산 서적을 통해 저자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나누었다. 집을 사지 않으면 어떤 손해를 보는지, 집을 잘못 사면 어떤 손해를 보는지 실패한 투자 사례 등을 소상히 적어 놓았다. 이런 세상의 이치를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알고 나니 돈과 부동산에 대해 제대로 알고 내 재산을 주체적으로 지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역사와 관련된 내용은 <대한민국 부동산 부의 역사-이상우 애널리스트, 유성운 중앙일보 기자>라는
책에서 흥미롭게 읽었다.)
또한 당연하겠지만 어떤 집을 사야 하는지 그 기준을 세울 수 있었다. 부동산을 실거주뿐만 아니라 투자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투자가치가 있는 집을 골라야 했다. 많은 사람이 좋아할 만한 조건을 고려해야 했다. 업무지구와 가까운 곳, 직장까지 거리가 있더라도 교통이 편리한 곳, 학군이 좋은 곳, 대단지, 공원이나 강 등의 자연환경이 좋은 곳, 재건축이 된다면 용적률이 높지 않은 곳, 나 홀로 아파트나 오피스텔, 주상복합은 피할 것 등.. 특히 나에게는 이 기준을 아는 것이 중요했다. 왜냐하면 나는 일반적으로 남들이 다 좋아하는 것은 우선 피하고 보자는 반골 기질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일반인들의 일반적인 기준을 잘 모르고 집을 샀다면 큰일 날 뻔했다. 흔히 들리는 ‘우리 집 빼고 다 올랐어요.’의 주인공이 될뻔했다. 가격이 오를 집은 사고자 하는 사람이 많은 대기수요가 많은 집이었고, 이는 내가 사고 싶은 집이 아니고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고 싶은 집’이었다.
부동산 책(25권), 거시경제/금리/환율 책(5권), 인터넷 강의(4개)로 학습함과 동시에 혼자서 임장도 많이 다녔다. 부동산은 정찰제가 아니라 직접 가격을 조사해야 했기 때문이다. 노량진 수산시장이나 부산 자갈치 시장처럼 가게마다 돌아다니며 직접 시세를 알아봐야 가장 좋은 물건을 가장 좋은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당시 나는 용산에 살았는데 집 근처인 신용산 근처, 동부이촌동, 서부이촌동, 효창공원, 서울역부터 시작해서 옆 동네 마포, 한강 건너 동작구 노들역, 흑석역, 이수역 근처까지 퇴근 후 저녁 러닝 삼아 뛰어다녀오기도 했다. 그리고 주말에는 강남구, 서초구, 강동구 등 강남권부터 분당, 판교, 성남, 일산, 과천, 노원, 목동 등을 돌아다녔다. 다니면서 입지와 환경에 따른 시세를 눈과 머리에 담았다. 그리고 전국의 대장아파트까지 조사하며 시세를 파악했다.
여기에 추가로 거시경제에 대한 공부가 필요했다. 당시에는 미국 금리가 급격하게 올라가고 있을 타이밍이었다. 그래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 시장에서 거래 자체가 일어나지 않았다. 매수자와 매도자가 눈치게임을 하고 있던 터였다. 그래서 경제 까막눈인 내가 구매 타이밍을 정하기 위해서는 거시경제를 눈치껏 읽을 수 있어야 했다. 그래서 3Pro TV에서 오건영 신한은행 부부장님의 강의를 찾아 듣게 됐다. 고등학교 때 사탐 선택과목에서도 경제를 선택하지 않았기에 정말 어려웠다. 역시나 모르는 내용은 그냥 넘기고 완강에 의의를 두었다. 이해가 썩 잘 된 것은 아니지만 ㅎㅎ 대충 부동산을 언제 사면 최고점에 사서 물리는지에 대한 눈치 정도는 얻을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다른 부동산 저자 강의, 무료 부동산 Zoom 강의 등을 찾아다니며 닥치는 대로 정보를 얻었다. 결국 얻은 것은 부동산과 경제 상황을 판단하는 관점이었다.
이후에는 투자 실행을 위한 씨드를 마련하려고 전세에서 월세로 옮겼다. 이사는 향후 서울 내 신축 아파트가 가장 많이 입주할 동네인 동대문구로 했다. 용산에서 그랬던 것처럼 주변 임장을 많이 다녀볼 요량이었다. 변화의 한가운데서 변화를 직접 몸으로 맞아볼 것이 기대됐다. 동네가 조용하고 월세가 저렴한 것도 좋았다. 저렴한 월셋집을 구하기 위해 휴가를 내고 지방에서 올라온 세입자 후보와 경쟁을 하기도 했다,, 여기에 추가로 나의 소비를 파악해서 절약하는 삶을 살려고 노력했다. 하여간 할 수 있는 노력은 꽤 많이 한 것 같다.
이렇게 다방면으로 부동산 공부를 하고, 씨드 준비를 하고 나니 매수 타이밍을 2023년 1-2분기로 잡을 수 있었다. 당시 정부에서는 미분양 우려에 각종 규제를 풀고 있었다. 특히 전국적으로 관심을 받던 둔촌주공을 고려해 청약에 대한 규제를 풀어주었고, 특례보금자리론으로 무주택자에게 집을 사라고 장려하는 정책이 나오기 시작했다. 또한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도 더뎌지고 있었기에 많은 유튜브에서 2023년 8월부터 주식이 오를 것이라 전망했다. 보통 주식은 부동산보다 빠르게 반응이 온다고 들어서 이후에 부동산 반등도 일어날 것이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었다.
또한 당시에는 구축도 보기는 했지만 청약이 가장 좋은 투자처로 보였다. 원래 청약은 로또로 불리며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신축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는 투자처였다. 투자금이 입주 전까지는 계약금 10%밖에 들어가지 않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둔촌주공을 위시로 PF 위기가 있어서 청약 미달 조짐이 보였다. 덕분에 규제는 풀렸고 사람들이 몰리지 않으니 기회였다. 게다가 부동산에서 원래 땅값은 오르는 것이고 건물값은 감가상각으로 줄어드는 것인데 분양권은 이것에서 자유로울 수 있으니 이리 봐도 저리 봐도 합리적으로 보였다. 그리고 내가 분양받은 가격에서 가격이 조금 더 떨어지더라도 크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 같았고 이제 오를 일만 남았다는 판단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동대문구의 첫 번째 청약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인터넷이나 언론에서는 부정적인 기사가 가득했다.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있기에 미분양이 우려되며 게다가 청약 단지는 지상철이 지나가 소음이 심하고 초등학교도 멀다는 기사가 즐비했다. 그리고 그 근처는 낙후된 지역으로 경희대, 외대, 한예종 등 졸업생들이 동네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기에 인기가 떨어진다는 유튜브도 보았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곧 부동산 가격은 반등할 것 같았다. 특히 동대문구는 CBD와도 가까워서 좋았다. 주변에 결혼한 많은 친구들이 동대문구에 신혼집을 마련한 것이 떠올랐다. 게다가 2~3년 뒤 동대문구는 뉴타운 대단지로 탈바꿈될 것이고 신축 아파트 인기는 계속될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몇 년 전 성동구 금호동이 그랬듯이, 광명이 그랬듯이.. 그래서 인터넷과 언론에 휘둘리지 않고 청약에 접수했다.
첫 청약이라 기대는 안 했지만 결과는 당첨이었다. 추첨으로 당첨이 되었다. 이후 부동산 시장이 조금씩 살아나며 저점을 찍고 반등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뉴타운인 동대문구에는 굵직한 청약이 줄지어 이어졌다. 청약 열기는 점점 뜨거워졌다. 이후 주변 친구들이 청약에 넣기 시작했고 떨어지는 경우도 많았다. 관심 갖는 사람이 많으니 가격도 올라갔다. 내가 당첨된 단지의 바로 옆단지에 내가 산 평형대의 가격이 2억 이상 높아졌다. 만약 내가 부동산에 대해 공부하지 않고, 임장을 다니지 않고 꾸준히 거시경제와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면 나 또한 뒤늦게 청약 광풍에 올라타 광탈하는 결과를 맞았을 것이다. 무엇이든 주체적으로 판단하는 기준과 관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세상 이치를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문외한인 영역을 어떤 방법으로 공부해야 하는지 알게 된 점도 큰 수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