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남긴 뜻밖의 선물

by 주드



고백하자면 나는 설거지를 잘 쌓아두는 사람이었다. 혼자 살았기에 더 게을러지기 안성맞춤인 환경에 처해 있었다. 보통은 늦어도 하루 이틀 내 설거지를 해치워버리려고 노력했지만 나 자신과의 약속은 가장 저버리기 쉬운, 나는 한낱 의지박약 한 인간이었다. 일요일에 사용했던 한 두 개의 그릇이 늦으면 수요일에나 씻겨졌다. 저녁을 밖에서 해결하고 들어온 날이면 설거지통이 눈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일 테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지는 건 사람만이 아니었다. 아, 다 핑계고 내가 게으른 탓이었다.


항상 바빴고, 항상 피곤했다. 그 시기는 퇴근 후 이 학원 저 학원을 좇으며 나를 탐구하는 데 몰두했을 시기였다. 미라클 모닝에 새벽요가까지 하며 설상가상으로 재테크라는 더 크고 무거운 과제가 얹어진 때이기도 했다. 부동산 책 20권을 읽는 동시에 인터넷 강의까지 들으면서 틈틈이 임장도 다녔다. 그렇게 나를 채근했던 이유는 회사라는 시스템에서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나와 맞는 직업은 무엇인지 탐구하는 사이 현금이 휴지 되는 세상까지 돼버렸다. 가뜩이나 숨 가쁜 삶에 마음이 더 바빠졌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 같았다. 영영 회사로부터 자립하지 못할 것 같아 조급했다.


그러던 시기 코로나에 걸렸던 거다. 남들보다 늦었던 덕에(?) 격리시설에 가지 않았다. 대신 집에서 7일간 꼼짝없이 자가격리했다. 코로나 감염자라고 보건소에 자동 신고가 되었기에 집 밖에 나가는 것은 불법인 신분이 되어 있었다. 합법적으로 회사로부터 공짜 휴가를 얻은 셈이었다. 그러나 아파서 꼼짝없이 누워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틀 내내 침대에 자석처럼 붙어 있다가 3일째부터 슬슬 일어날 수 있었다. 그래도 여전히 컨디션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종일 유튜브 보는 것으로 하루가 채워졌다. 정신 차린 5일 내내 눈뜨고 밥 먹고 유튜브만 보는 날들이 계속됐다.


그런데 6-7일째, 새로운 경험이 시작됐다. 나는 밥을 먹고 바로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아니? 고작 한두 개여도 몇 날 며칠 쌓아두던 나였는데 무슨 일이지? 코로나가 내 유전자의 서열이라든가 순서랄 것을 바꿔놨을 리는 없었다. 나는 설거지를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심하게 게으른 사람도 아니었을 수 있다. 아, 그냥 나는 지쳐 있었던 사람이었구나. 아침에 몸을 일으키기 어려웠던 게 힘들어서 였구나.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이 나에게 쉼이었고 그러면 에너지가 올라오는 사람임을 그때 알았다. 이때의 경험은 조금 더 몸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계기가 됐다.


최근 방송인 박미선 님이 한 말도 인상 깊었다. 그녀는 암에 걸렸다가 치료한 뒤 휴식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았다고 했다. 여행을 간다고 쉬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진짜 휴식을 경험해 본 나는 그에 깊이 공감했다. 누군가에게는 여행이 쉬는 것이지만 그녀에게는 여행은 쉼이 아니었다. 나 또한 여행을 하면 에너지가 채워지기보다 에너지가 소진된다. 진짜 쉰다는 것의 의미는 각자 다르다. 나만의 휴식을 발견해야 하는 이유다.


퇴사를 하고 백수가 되어보니 휴식에 대해 정의하는 것이 의외로 중요한 일이었다. 더 이상 회사가 주말로 일과 쉼에 대한 구별을 해주지 않았다. 주말에도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오롯이 나의 선택이니 휴일 구분의 몫은 나에게로 넘겨졌다. 그러지 않으면 휴식을 느낄 수 없는 삶이 회사가 없는 삶이었다. 쉬고 다시 일하고, 쉬고 다시 일하고 가 정확히 기능하고 스스로 그 기준을 잡는 것도 연습이 필요했다. 물리적으로 쉼을 느끼지 못하면 생산성이 올라오지 않았다. 진짜 쉼이 무엇인지 알아야 했다.


8개월의 백수를 졸업하고 다시 직장인으로 돌아간 지금, 나는 다시 두배로 부지런해져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회사일이 끝나고 내 것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 일주일에 두세 개의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지만 회사일에서의 일과 스트레스가 몰려오면 일주일에 글 하나 쓰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때 나는 나를 억지로 쥐어짜기보다 그냥 내버려 둔다. 아무것도 안 하고 소파에서 유튜브를 보고 싶으면 그렇게 둔다. 본연의 나는 에너지가 넘치면 많은 일을 해버리는 사람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직장인이 주는 축복이라면 힘들면 글을 쉬어가도 된다는 점 하나다. 하고 싶은 것이 명확하고 100세 시대니 조금 천천히 가려고 한다. 건강한 것이 제일인 것 또한 코로나가 알려주었으니까.






* 이 글은 연재를 쉰 이유에 대해 길고 장황하게 늘어놓은 변명입니다. ㅎㅎㅎ 연재하기로 마음먹은 글이 써 내려가지지 않네요. 에너지가 올라오면 곧 다시 연재하겠습니다,,, ^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