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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드 Aug 11. 2021

[힙합과 회사] 돈과 힙합의 연결고리 (1)

움직이면 돈

 옷에 관심 많았던 적이 있었다. 옷에 일평생 관심이 없던 내가 어느 날 옷으로 나를 표현하고 싶어 졌고 옷도 잘 입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옷을 잘 입는 것은 쉽지 않았다. 큰 옷도 입어 보고 작은 옷도 입어 봐야 했다. 몸의 라인이 얼마나 드러나야 내가 예뻐 보이는지는 많이 입어야 알 수 있었다. 하늘 아래 같은 색과 핏은 없었다. 내게 맞는 색과 사이즈를 알기 위해 수없이 실패를 반복했다. 반품 택배비도 내야 했고 발품도 팔아야 했고 돈도 많이 버렸다. 결국 옷을 잘 입기 위해서는 많이 사야 했다.


 나의 취향에 맞는 패션 유튜버를 참고했다. 그녀의 영상을 보며 옷과 화장품을 손민수 했다.(따라 샀다.) 그녀를 따라 옷을 살수록 카드값은 늘어갔다. 그러나 억울하게도 그녀는 내가 산 옷을 다시 입지 않았다. 나도 주기적으로 옷을 사다 보니 새 옷을 한두 번씩만 입게 됐다. 내가 옷을 살수록 그녀는 돈을 벌었지만 나는 돈이 없어졌다. 심지어 그녀는 옷을 제 돈 주고 사지도 않았다. 협찬으로 얻은 옷을 따라 사느라 나는 가난해졌다. 이를 알아차리는 순간 현타가 왔다. 더 이상 옷을 안 사기로 마음먹었다.


 소비를 할 수 없으니 사고 싶은 옷을 찾아보지 않았다. 호기심이 뒷걸음질 쳤다. 매달릴 것이 없어지니 즐거움도 사라졌다. 옷은 나를 표현하는 매개체였고 나의 취향을 알아가는 과정이었다. 이런 즐거움이 없어지니 우울해졌다. 돈을 아낀다는 것은 나를 드러냄을 줄이는 것이었다. 또한 행동의 양도 감소했다. 행동을 안 하니 무기력해졌다. 절약은 나를 정적으로 만들었다. 무행위는 무기력과 친했다.


 돈과 관련 있는 것은 옷만이 아니었다. 독서도 돈이 필요했다. 많은 책을 사서 읽으며 표지에 낚여도 보고 책 전체에서 달랑 한 줄만 건져 보기도 해야 좋은 책을 만날 수 있었다. 사실은 모든 것이 돈이었다. 글쓰기, 강의, 운동 등 다양한 경험들을 통해 내가 어떤 인간인지 알고 성장할 수 있었다. 많은 돈을 쓰고 버리며 내가 누군지, 뭘 잘하는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았다. 돈은 내게 있어 능동적인 삶, 앞으로 나아가는 삶, 성장하는 삶과 가까이 있었다. 중요했다.


 물론 뭔가를 하는 데 돈이 전부는 아니다. 안 들었을 수도, 아낄 수도 있었다. 책을 사는 대신 도서관에 가서 읽을 수도 있었고 유튜브 공짜 강의를 찾아 들을 수도 있다. 알아보면 알아볼수록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다. 대신 시간이 든다. 물리적으로 알아보는 시간, 선택하느라 고민하는 시간까지 배로 들었다. 직장인인 내게 여기에 드는 시간과 에너지는 실행력을 죽였다. 돈은 실행력과 가까이 있었다. 돈이 있으면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내가 사는 세계에서 돈은 프리패스고 자유와 같은 말이었다.


 돈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데에는 꽤 많은 돈과 시간과 성찰이 필요했다. 그동안은 돈이 이렇게나 중요한지 모르고 살았다. 아니 알았을 것이다. 그러나 애써 모르는 척했던 것 같다. 유교 공화국 한국에서 돈을 직접적으로 목표로 삼는 것이 암묵적으로 금기시됐기 때문이었을까. 이런 상황에서 돈에 대한 욕망을 인식을 더욱 또렷하게 만드는 데에는 힙합의 도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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