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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드 Jul 02. 2021

[힙합과동기부여] 래퍼가 돈버는 이유 (1)Hustle

외적 동기부여 (1) 금전적 보상 - 허쓸(Hustle)하면 돈이 온다


 가수들의 '앨범'하면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 나는 중고생시절 당시 god를 굉장히 좋아했다. 그런데 그렇게 보고 싶었던 god 오빠들은 얼굴을 보기가 참 힘들었다. 활동기간이 길지 않았다. 새로운 앨범을 내고 몇 개월 활동을 하고는 다시 앨범을 내겠다며 1~2년 정도 두문불출했다. 그래서 오빠들을 보러 숙소에도 찾아가고 연습실에도 찾아가고 자주 간다는 세차장 앞에 가서 목 빠지게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앨범 준비는 나와 오빠들을 방해하는 방해꾼이었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는 거의 모든 가수들이 그랬다.


 그런데 이 앨범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준 가수가 있다. 윤종신이다. 윤종신은 '월간 윤종신'이라는 프로젝트로 월에 하나씩 싱글 앨범을 냈다. 물론 12개의 곡이 한 번에 담긴 앨범은 아니라는 점에서 조금 다르다. 한곡씩 낼 수 있는 싱글 앨범의 개념이 생긴 뒤의 일이지만 그래도 이는 내게 꽤 신선한 충격이었다. 1~2년이나 걸리는 앨범을 매월 하나씩 내는 프로젝트라니. 그는 2010년을 시작으로 아직까지도 이를 진행하고 있다. 그때부터 내게 윤종신은 근면성실의 아이콘으로 자리를 잡았다.


 힙합을 알고서는 더 충격을 받았다. 힙합 씬에서는 이렇게 힘든 작업물을 한주에 하나씩 내는 아티스트들이 많다. 한 달에 하나도 힘들어 보였는데 일주일에 하나는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래퍼 기리보이는 2020년 한 해 동안 60곡 이상을 작업했다. 이는 일주일에 하나를 넘는 꼴이다. 그 외에도 릴러말즈, 로스, 최근에는 신인 아우릴고트까지 일주일에 최소 한곡 이상 작업하는 래퍼들이 많다. 이는 해외 힙합 아티스트도 마찬가지다. 다작은 힙합에서 일반적이며 일종의 문화다.


 나에게 힙합의 이미지 중 하나는 성실한 다작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힙합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은 가장 유명한 힙합 프로그램인 '쇼미더머니'만을 통해 힙합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들에게 힙합에 대한 이미지는 돈에 대한 부정적 느낌이 지배적이다. 돈을 자랑하고 뜯고 맛보고 뿌리는 화면이 그들에게 일시정지처럼 마음속에 콕 박혀 있을 것이다. 게다가 래퍼들의 헐렁한 바지와 몸을 뒤덮은 문신을 보고 껄렁껄렁하고 불성실할 것이라 편견을 갖기 쉽다. 딴따라 짓을 해서 번 돈을 흥청망청 쓰는 천박한 사람들이 래퍼다.


 그러나 이는 반쪽만 아는 것이다. 이들이 돈돈하는 데에 앞서 허쓸이라는 힙합 문화의 개념을 알아야 한다. 허쓸(Hustle)은 직역하면 '분투, 재촉하다.'라는 뜻이다. 게토에 사는 흑인들이 돈을 벌기 위해 마약을 열심히 파는 것을 의미한다.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동으로 확장해서 쓰인다. 힙합에서는 래퍼나 비트메이커들이 작업물을 열심히 다량으로 내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일주일에 하나씩 곡을 발표해 1년에 50곡 이상 발표하는 것을 '허쓸한다'고 표현한다. 그 행위를 하는 사람은 '허슬러' 라고 부른다.


 이들이 이렇게 다작하며 허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돈 때문이다. 돈을 벌고 성공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허쓸을 하는 것이다. 래퍼들에게 돈은 중요한 동기부여 요소다. 그러나 힙합에서 돈은 로또 같은 일확천금이라기보다는 근면성실의 대가라는 인식이 더 크다. 이런 미덕이 저변에 깔려있고 이게 '힙합이네요'의 한 모습이다. 그래서 래퍼들은 꾸준하고 성실한 것에 대해 리스펙트한다. 허쓸을 하지 않는 래퍼들은 디스리스펙트된다.


 래퍼들은 벼락부자를 꿈꾸지 않는다. 노력하는 만큼 성공으로 돌아온다고 믿는다. 곡을 많이 내면 그것이 고스란히 저작권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많이 생산해내면 낼수록 히트곡이 터질 확률이 커진다. 그리고 그것은 더 큰돈이 된다. 큰돈의 맛을 본 래퍼는 더 허쓸한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고 빌게이츠나 워렌 버핏 급으로 돈을 벌지 않는 이상 허쓸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돈 자체가 자본주의에서는 내적 동기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본다.


 돈에 대한 열망은 MZ세대도 마찬가지다. 스스로를 가난하다고, 경제적 자유를 외치며 동학 개미를 선택한 MZ세대에게도 금전적 보상은 충분한 소구력을 갖는다. 기업에서도 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보상을 생산해낸 결과물만큼 무한대로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이렇게 돈이 사람을 움직이는 작동원리를 차용해서 고민해 볼 가치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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