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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드 Jul 30. 2023

20대로 돌아가면 하고 싶은 것

20대에 힙합을 만났더라면


취업을 준비하는 많은 대학생들은 출근하는 것이 소원일 것이다. 그런데 막상 취업을 하면 그 소원은 곧허상이 된다. 나와 내 친구들이 증거다. ‘내일 출근 실화냐..’ 지난주 일요일 입사 동기가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직장 생활 10년이 넘어가니 이 말이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다. 출근하기 싫다는 말은 공기처럼 당연한 사실이고 그동안 너무 많이 해온 말이라 굳이 이야기할만한 말일까 싶은 거다. 오죽 답답하면 아직까지 올릴까 안타까웠다. 또 다른 지인은 일요일에 불을 끄기 싫다고 했다. 불 끄고 잠이 들면 바로 출근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나 또한 이들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 그리고 다른 많은 회사원들도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퇴사 브이로그, 경제적 자유, N잡, 스마트 스토어 같은 키워드들이 한마음으로 말하고 있다. 대학생들에게 회사원의 출근은 정말 괴로운 경우가 많다고 말해주고 싶다.


왜 출근하기 싫을까? 물론 출근이 괴롭지 않은 분들도 있을 것이다. 부럽다. 그런데 내 주위에는 출근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앞으로 10년 더 회사에서 받아줄지도 의문이지만 다닌다고 해도 너무 괴로울 것 같다. 내가 출근하기 싫은 이유는 20대 때의 내가 자처한 일이다. 유구무언이다. 20대 때 하고 싶은 일에 천착해 고민하는 것을 미뤘다. 좀 더 편하고 안정적인 길을 먼저 택한 죄다. 대기업에 입사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가장 합리적이고 해 볼 만한 선택지로 판단했다. 대기업에 들어가면 먹고살만한 연봉을 받기에 꿈꿨던 일이 아니더라도 꿈을 이룬 것과 비슷하게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러나 오산이었다.


대기업에 들어가자마자 괴로웠다. 보수적인 문화도 문제였지만 일이 재미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괴로울 정도였다. 재미가 없으니 잘하고 싶지도 않았다. 회사에서는 특출 난 인재도 아니고 그저 꾸역꾸역 하루하루를 존버하고 있다. 퇴근 이후에야 눈빛이 돌아와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뭔지, 잘하고 싶은 일은 뭔지 탐구하고 있다. 그렇게 산지 10년이 넘었다. 아직까지도 진로 고민에 몸서리치고 있다. 이 고민은 대체 언제 끝날까? 고민 없이 산 벌을 참 오래 받고 있다. 일과 직장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중요했다. 하루에 가장 중요한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내는 것이고 라이프스타일 그 자체였다. 그래서 20대에 '나'와 '업'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중요하다. 취업준비를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나는 그것을 생략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고민의 끝이 보인다는 점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조금은 알게 됐다. 모두 힙합 덕분이다. 힙합은 좁게는 음악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알고 보면 문화와 삶의 태도까지도 확장될 수 있는 더 큰 개념이다. 자기 계발서 같기도 하다. 힙합의 매력과 자기 계발적 요소를 알고 내면에 받아들이게 된 후 나는 크게 바뀌었다. 우선 부정적이던 내가 긍정적이 됐다. 힙합은 원래 가난한 흑인들로부터 시작했기에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 방향성이 힙합의 본질이다. 즉, 역경을 이겨내고 자기 삶을 개선하는 것이 힙합이다. 이런 메시지의 힙합 음악을 들으며 나 또한 현실이 괴롭더라도 개선해 보기로 마음먹어졌다. 그 과정에서 나를 믿게된 점도 힙합 덕이다. 나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찾아 활용하고 남의 눈치 보지 않는 것이 힙합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본성을 거스르지 않는 방식이기에 자연스럽고 흥미를 느끼는 중이다. 나답게 사는 것은 복이다.


한 가지 고백하자면 나는 회사의 리더십 교육담당자면서 자기 계발서를 믿지 않는 사람이었다. 리더십 교육담당자는 직원들을 동기부여하고 몰입시키고 생산성을 높이는 교육을 기획해야 한다. 보통은 자기 계발적 요소를 가진 책이나 강의로 그것들을 한다. 그런데 자기 계발서를 믿지 않으니 그때마다 자아분열(?)이 왔다. 공감하지 못하는 것들로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내적갈등이 심했다. 그런 내가 어떤 유명 자기 계발서도, 동기부여 연설가도 아닌 힙합으로 인해 스스로를 찾고 동기부여하게 된 점이 신기하다. 더 나아지고 싶지만 어떤 자기 계발서도 싫어했던 사람이라면 힙합을 추천하고 싶다. 힙합은 나 자신을 찾고, 눈치 보지 않는 행복한 삶을 찾으라고 말한다. 제이지, 칸예웨스트, 박재범 등 많은 아티스트들이 보여주고 증명했다.


30대 내내 힙합을 열심히 들었다. 그리고 힙합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개성으로 먹고 사는 래퍼들처럼 나의 개성을 또렷이 하기 위해 애썼다. 퇴근 후 여러 가지 일들을 벌이면서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 잘하고 못 하는 것을 탐구했다. 눈치 보지 않으니 랩 학원에 가서 랩 레슨도 받고 글쓰기 학원에 천만 원도 쓸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내 길을 알게 됐다고 생각한다. 30대에 이런 작업을 하지 않았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40대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더 괴로울 것이다. 30대 중반인 지금의 나는 40대가 기대된다. 나의 재능과 역량을 가장 펼칠 수 있는 시기가 될 것 같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힙합을 더 빨리, 20대 때부터 좋아하고 많이 듣지 못한 점이다. 그래서 20대로 돌아간다면 힙합을 더 열심히 들을 것 같다. 그때부터 힙합적 태도를 내면에 받아들였다면 지금쯤 벌써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주관을 또렷하게 하지 않으면 나를 잘 모를 20대 초반, 힙합처럼 나만의 오리지널리티를 찾고, 남의 눈치 보지 않고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일찍부터 허슬한다면 당신의 30대는 나보다 훨씬 더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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