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주드 Jul 30. 2023

학교 밖은 게토다

야너두 게토 탈출할 수 있어!


11년 차 직장인인 나는 아직도 회사에 있는 시간이 고통스럽다. 우선 일이 잘 맞지 않는다. 처음에는 그 와중에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만들어서 했다. 그러나 점점 갈수록 나의 일은 내 의도와 직원들의 니즈로부터 멀어져 갔다. 나는 인사팀에서 근무중인데 보통 인사팀이 하는 일은 직원보다 회사가 원하는 방향의 일을 해야 하는 것이 대부분인 탓이겠다. 게다가 내 선택권이 많지 않고 사소한 것 하나까지 상사의 컨펌을 받아야 진행할 수 있기에 더 그랬는지 모른다. 어쨌든 하루종일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은 엄청난 고역이다. 그리고 손해다. 어떠한 성장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의 보수적인 문화 또한 괴로움의 이유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입사하면 신세계가 펼쳐진다. 눈치게임이 하루종일 이어진다. 일부 스타트업을 제외하고는 탈색 머리도 못하고 여름에 반바지도 못 입는 회사가 다반사다. 복장규정으로 고통받던 고등학교에 다시 돌아온 것 같다. 9시까지 출근이라고 들어서 59분에 가면 뒷얘기가 나오고, 퇴근도 6시에 땡 하면 욕먹을 수 있다. 점심, 회식 메뉴도 눈치껏 정해야 하고 경조사에 얼마를 낼 것이며, 참석은 해야 하는지도 다 눈치껏 해야 한다. 더 환장할 노릇은 이것이 법칙도 규정도 아니고 조직마다 다 다르다는 것이다. 어느 조직에서 통했던 룰들이 다른 조직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상사 스타일에 따라 맞춰야 한다. 한 가지 변하지 않는 사실은 어느 것 하나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점이다. 자유를 내어주고 월급을 받는 곳이 회사다.


가장 괴로운 점은 고통을 받아도 쉽게 그만둘 수 없다는 점이다. 이 또한 자유가 없다. 돈 때문이다. 물론 그냥 그만두면 된다. 그런데 돈 나올 구멍이 없이 그만둔다면 대책은 없다. 내 능력을 팔아서 돈을 벌어야 되는데 회사를 오래 다니다 보면 내가 어떤 능력을 가졌는지도 잘 모르게 된다. 체제에 순응하며 내 개성을 다 깎아먹어야 되는 곳이 회사다. 그나마 알던 장점도 잊게 되는 것 같다. 이런 이유들로 회사가 힙합에서 말하는 '게토'처럼 느껴졌다. 자유가 없는 곳이 게토가 아니면 무엇일까. 학교 밖은 게토다.




게토란 무엇인가?


“뉴~~욕~~~~~” 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노래 <Empire State Of Mind(Feat. Alicia Keys)>를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Alicia Keys의 노래가 아니고 래퍼 Jay-Z의 노래다. 그는 2019년 6월, 힙합 아티스트로는 최초로 억만장자에 등극했다. 뉴욕의 왕 자리를 다툴 정도로 음악적 성공을 거둔 그는 사업적으로도 성공했고 세계적인 팝가수 비욘세의 남편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그를 보고 모든 걸 다 가졌다고 표현한다. 정말 그렇다.


https://youtu.be/ED9SeyQ3PVc


그가 더 인상적인 이유는 자수성가이기 때문이다. 그는 1969년 미국 브루클린 빈민가에서 태어났다. 공공기관에서 만든 저소득층을 위한 주택에서 자랐다. 이런 곳을 게토라고 부른다. 정상적으로 돈을 벌기 어려워 대체로 마약과 총이 난무하는 곳이다. 그의 형 역시 마약중독자였는데 형을 총으로 쏴버린 적도 있었다고 한다. 학교도 세 번이나 옮겨 다녔다. 결국 졸업 못하고 거리의 생활을 시작한다. 코케인 거래를 하다가 총에 세 번이나 맞은 적도 있다. 그런 그가 마약대신 음악을 팔기로 결정한다. 그렇게 지금의 Jay-Z가 됐다.


Jay-Z가 살았던 게토에서의 삶은 위험하고 자극적이라 드라마에나 나올 법해 보인다. 그러나 많은 흑인들에게는 태어나마자 공기처럼 맞이하는 일반적인 현실이다. 더 절망적인 것은 이 무서운 곳을 탈출할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교육 환경도 당연히 낙후돼 있는데 그래도 한 가지 희망이 있다. 성공한 흑인들이다. 보통은 NBA 농구스타와 랩스타를 보고 그들처럼 되고 싶다고 마음먹는다. 책이 아니라 성공한 흑인이 교과서다. 그들이 인터뷰나 노래에 남긴 성공에 도달하는 방법에 귀를 기울인다. 그 안에 역경을 이겨내고 자기 삶을 개선하려는 태도는 기본이고, 좋은 환경으로 나아가려는 방향성이 담겨있다. 성공의 비결이다. 이것이 힙합의 근본적 태도다. 힙합은 게토에서 가장 쉬우면서 강력한 자기 계발서다. 그렇게 힙합은 세를 넓혀 왔다.



Empire State Of Mind(Feat. Alicia Keys)


Yeah, Imma up at Brooklyn, 나는 브루클린 출신. (뉴욕 빈민가지역)

now Im down in Tribeca, 지금 나는 Tribeca에 살지. (Tribeca : 미국 연예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나 부유한 지역)

right next to DeNiro, 로버트 드니로 바로 옆에 살지.

But i’ll be hood forever, 그치만 난 영원히 브루클린 출신이지.

I’m the new Sinatra, 나는 새로운 시나트라 같지.

and since i made it here, 내가 이렇게 성공을 했기 때문에

i can make it anywhere,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지.

yeah they love me everywhere, 모든 사람들은 나를 좋아해.

i used to cop in Harlem, 난 할렘에서 마약을 사곤 했었지.

all of my dominicanos 내 도미니칸 친구들은

right there up on broadway, 브로드웨이 근처에 있는

brought me back to that McDonalds, 맥도날드로 데려갔지

took it to my stash spot, 그리고 그걸 들고는 내 마약 은닉소로 갔지

Five Sixty Stage street, 560 Stage 스트리트.

catch me in the kitchen like a simmons whipping pastry, 부엌에서 나는 밀가루 반죽을 하는 것 같았지.

cruising down 8th street, 8번가를 쭉 내려가

off white lexus, 하얀 렉서스에서 내려

driving so slow but BK is from Texas, 천천히 운전하지만 BK는 텍사스에서 왔지.

me I’m up at Bedsty, 나는 Bedsty에 있지.

home of that boy Biggie, 비기의 고향

now i live on billboard, 이제 난 빌보드에 이름을 올리지.

and i brought my boys with me, 그리고 내 친구들을 데려왔지.

say wat up to Ty Ty, still sipping Malta Malta를 아직도 마시는 내 친구 Ty Ty에게 인사해.

sitting courtside Knicks and Nets give me high fives, 닉스에선 코트사이드에 앉고 네츠 선수들과 하이파이브를 하지.

I be spiked out, i can trip a referee, 내가 화나면 난 심판한테 개길 수도 있어.

tell by my attitude that I most definitely from 내 태도로 보아 난 분명히 이곳 출신이라고 할 수 있지


번역출처: 삐까빤짝님, https://m.blog.naver.com/yoonmooon98/100158973548





우리나라의 힙합도 다르지 않다. 여러 가사와 인터뷰에서 래퍼 도끼는 어렸을 적 컨테이너 박스에서 살았다고 했으며, 더콰이엇도 광명의 가난한 집에서 자랐다고 했다. 최근 게토 키즈로 많은 인기를 얻은 호미들도 노래 가사와 뮤직비디오에서 한국형 게토를 보여줬다. 알코올 중독인 아빠가 엄마를 때리고 자동차 정비소와 식당에서 일하는 고등학생이 뮤직비디오에 등장한다. 극화되고 과장되기는 했지만 그들이 겪은 실화를 기반으로 했다고 한다. 호미들은 이 노래로 돈방석에 앉았다. 이처럼 가난했던 래퍼들은 힙합으로 돈을 벌어 게토를 탈출한다. 인생역전이다.


https://youtu.be/vvTO3c-h0ZI

호미들 <사이렌>


가난한 동네만 게토일까? 한국 사회도, 회사도 내게는 게토다. 총도 마약도 없는 한국, 게다가 화이트 컬러들이 모였다고 하는 회사와 게토가 웬 말인가. 래퍼 빈지노가 근거를 보탠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한국에 살고 있는 예술가로서 갈증이 너무 커요. 속박받으며 살아야 하고... 저를 구속하는 것들이 너어어어어어무 많아요." 힙합 저널리스트 김봉현은 한국이 예술가 빈지노에게 게토나 다름없다고 했다. 그리고 한국의 젊은 이들에게 한국이란 총과 마약만 없을 뿐 게토나 다름없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했다. 험악한 입시 시스템, 폭력적인 집단주의, 보수적인 서열 문화, 전쟁 같은 취업 등 한국의 젊은이들에게도 역경은 너무나 많다. 게토는 탈출하고 싶은 현실 그 자체다.


이렇게 고통을 받던 내가 지금은 달라졌다. 희망이 보인다. 힙합을 듣고 게토에서 탈출할 동기부여를 얻었다. 특히 회사를 탈출하지 못하는 이유는 돈을 벌어야 하기 때문인데 이는 흑인들이 처한 현실과 다르지 않다. 돈이 없으면 벗어나지 못하는 회사, 살아남지 못하는 삶에 많은 사람들이 갇혀 있다. 물려받을 재산도 없고 특출 나게 가진 재능도 없다. 래퍼들도 그렇다. 게토를 탈출한 래퍼들은 열심히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심지어 그들은 나보다 더 가진 게 없어 보인다. 그래서 나도 해볼 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어떻게 게토를 탈출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20대로 돌아가면 하고 싶은 것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