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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드 Aug 29. 2023

23년 상반기 좋아했던 국내 힙합 (2) 카모

여성 아티스트도 듣습니다,,,


카모는 최근 몇 년 사이 떠오른 신예 힙합 아티스트다. '카모'라는 랩네임은 Cash와 Money의 앞자를 땄다고 한다. 돈을 많이 벌고 싶나 보다. 내게 카모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화려한 비주얼이다. 처음 봤을 때 인상적이어서 그건 것 같다. 우선 네일이 눈에 들어왔다. 카디비 같은 해외 여성 힙합 아티스트처럼 손가락을 두 배로 늘인 길이만큼 길고 뾰족하다. 나도 네일을 꽤 해봤기 때문에 웬만한 네일로는 머리를 감는 데 지장이 없는 것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저 정도로 긴 네일은 말이 달라진다. '머리는 어떻게 감을까,,, 머리도 보통 긴 게 아닌데,,' 늘 궁금증이 생긴다. 그래도 본인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네일이다.



그녀의 인조 속눈썹은 촘촘하고 길고 풍성하다. 책을 얹어도 버틸 수 있을 것만 같다. 건조한 립스틱을 바른 도톰한 입술 사이로는 교정장치가 힐끗 보이고 노래할 때 웅얼거리는 느낌이다. 교정을 해서인지, 입술이 도톰해서인지 입을 크게 못 벌리는 이유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지만 그녀만의 느낌이 있어 그게 좋다는 생각이 든다. 패션도 트렌디한데 노출도 국내 정서 치고 많이 하는 편이다.(언더붑 장인급,,) 일반 회사원 입장에서 익숙지 않기는 했지만 개성이 확실해 긍정적으로 보인다. 여러모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는 힙합 하는 아티스트야'라고 주장하는 그런 비주얼이다.


평소 과한 스타일은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그렇다고 화려한 차림새를 무조건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화려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이 없는 그것이 싫은 것이다. 그런 아티스트들에게 자연스레 기대를 낮춘다. 하지만 나는 항상 옳은 선택을 하는 사람은 못 된다. 자세히 들여다보기 귀찮아 편견으로 속단하고 퉁친 뒤 머리속에서 떠나보낼 것을 합리화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지나친 편견에 사로잡혀 실수도 하고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경우도 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편견도 귀차니즘의 나를 정당화하기 좋은 편견 중 하나인데 카모의 경우도 그랬다. 극과장됐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비주얼이 음악에 대한 기대를 낮춰 놓았다. 그런데 음악이 생각보다 마음에 들었다. 이번에도 실수했다.


카모는 트랩 비트 위에 멜로디컬한 싱잉랩을 주로 얹고 잘한다. 보통 오토튠을 사용하는데 목소리와 잘 어울린다. 최근 노래하는 여성 아티스트들은 보통 공기 가득한 톤을 특징으로 한다. 나는 이를 좋아하지 않는데 카모는 이와 다른 길을 가서 좋았다. 다만 랩을 못해서 싱잉을 하는 것인지 의심이 됐다. 랩을 찾아 들어보니 랩도 잘했다.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이었다. 다각도로 의심하고 검증한 결과 나는 카모를 실력파라고 결론 내렸다. 그녀의 비주얼도 처음에는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점차 알려지고 돈을 벌고, 하이엔드 패션을 접할 기회가 많아지고, 전문가를 만나게 되었는지 점점 자기 스타일을 찾고 정돈돼 가는 느낌이다. 카모의 극대화된 비주얼은 자신을 알고 표현하는 과정에 있었던 것이다. 카모는 음악도, 비주얼도 자기 색깔이 확실하고 실력 있는 아티스트다.




카모의 노래 중 처음 이목을 끌었던 곡은 <Life is wet>이었다. 이후 나온 곡들 중에서도 <생각해봤어>, <애초에사랑하지말자>, <freak like me>를 좋게 들었다. 카모가 인정받았던 이유 중 하나는 외국 힙합을 듣는 것처럼 세련됐다는 이유에서였다. 나는 외국 힙합을 잘 모르고 즐겨 듣지도 않아서 그에 잘 공감하지 못했다. 멜로디컬하고 듣기에 좋다는 것만 공감할 수 있었다. 나에게 특히 <Life is wet>, <freak like me>는 외국 힙합보다는 싸이월드에서 한때 많이 들었던 느낌이 나서 아련하게 잘 들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내게 팬이 될 만큼 확 끌어당기는 매력은 느껴지지 않았다.


 https://youtu.be/vadat46yfwg?si=xstxVTs0K-2R9wTC

카모 <Life is wet>


카모 첫 정규 앨범 "Pressure Makes Diamonds"



음악도 비주얼도 또래 래퍼 중에서 눈에 띄게 훌륭한데 내게 크게 한방을 주지 않던 카모였다. 그런데 올해 2월 나온 앨범 ‘Pressure Makes Diamonds’에는 내 취향을 저격하는 노래들이 많았다. 특히 <그대에게>, <Like Me>, <Bitchy> 세 곡이 내 취향이었다. 비트도, 랩디자인도 그루브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날이 갈수록 발전하는 카모이기에 비주얼도 점점 더 다듬어졌다. 좀 더 편안해졌지만 힙에서 멀어지지 않았다. 뮤직비디오도 좋았지만 딩고 프리스타일에서 하얗고 포근한 버킷햇과 상의, 에어포스 올백을 착장하고 부른 <그대에게> 라이브도 좋게 들었다. 카모는 이제 정규앨범을 내기 시작한 신예 아티스트, 98년생으로 앞으로 더 많이 기대된다.


https://youtu.be/UR1I4mPE2oo?si=iMxMZ6XZ47Pgz5G1

카모 <그대에게> 라이브


https://youtu.be/w_-OdMYDsbo?si=_X__GhMdrC7Od3ku

카모 <Like Me> 라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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