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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드 Sep 26. 2023

브런치 운영 방향에 역행 중입니다

‘주제’가 아닌 ‘관점’으로 기억된다는 것



브런치 크리에이터 제도가 생긴 이후 생각했던 것은 두 가지다. 한 가지는 전문가에 대한 나만의 정의였고 나머지 하나는 앞으로 내 브런치를 운영하는 방향이다. 방향성은 늘 하고 있던 고민이었는데 좀 더 뚜렷하게 잡을 수 있었다.


전문가에 대한 생각을 토해낸 글

https://brunch.co.kr/@beibringen/92


브런치 크리에이터 제도는 브런치가 지향하는 방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브런치는 타 플랫폼 대비 밀도 있는 콘텐츠를 보유한, 특히 밀도 있는 ‘전문가’들이 모인 플랫폼이 되려고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전문가에 대한 증표가 크리에이터 인증 표식이겠다. 그래서 그 인증을 원하는 사용자들은 그것을 받기 위한 콘텐츠를 생산해 낼 것이다. 브런치의 인정으로 신뢰를 얻을 수 있을뿐더러 그 인증을 가진 사람들만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익창출에 대한 요구는 그동안 브런치에서 많이 봤던 글의 주제 중 하나였다.


그래서 나에게 브런치 크리에이터 제도는 앞으로 브런치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싶다면 한 가지 주제로만 글을 쓰라는 것처럼 느껴졌다. 특히 크리에이터 앞에 붙은 분야의 태그 때문이었다. 태그는 에세이, 건강, 자기 계발, IT, 커리어, 여행, 맛집, 스타일, 가족, 연애 등이었는데 이를 통해 작가가 어떤 글을 쓰고 있는지 예측할 수 있었다. ‘에세이’를 제외하고는 주제가 명확했다. 한 가지 주제에 전념해야 태그를 단 의미가 있을 것 아닌가.


한 가지 분야의 콘텐츠만 올리세요


이는 많은 퍼스널 브랜딩 강의에서 강조됐던 내용이다. 사람들이 특정 계정에 들어왔을 때 ‘이 사람은 이런 분야의 전문가구나’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많은 강의에서는 심지어 콘텐츠 포맷도 통일하라고 했다. 색깔을 동일하게 지정한다든지, 제목 형식이라도 통일한다든지였다. 심지어 다른 종류의 컨텐츠를 올리고 싶으면 채널을 별도로 개설하라고 했다. 이렇게 물리적으로 분명하게 하나의 계정에 하나의 주제를 올리면 접속자가 이 사람이 올리고자 하는 주제를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알 수 있다. 또한 전문가라는 인식을 주기에도 좋았다. 떠먹여 주는 방식이었다.


그래서 나 역시 하나의 주제로만 쓰기에 도전했었다. 한동안은 힙합 리더십에 대해 올리기도 하고 한동안은 글쓰기에 대해서만 올렸다. 그러나 간헐적 중독자의 삶을 살고 있는 나로서 이를 지속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관심사가 많아 다양한 분야를 간헐적으로 덕질하기에 글감을 한 가지로 한정하면 평생 지속할 만큼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콘텐츠를 쥐어짜게 되거나 자기복제의 늪에 빠진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글의 퀄리티가 낮아지는 느낌도 들었다. 나아가 나 자신이 만족하는 글이 아니다 보니 글을 올리는 빈도도 줄어들었다. 이는 나와 구독자님들 모두 원하는 방향이 아니었다.


이와 비슷한 경험은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로서도 있었다. 좋아했던 패션 유튜버가 있었는데 최근 예전만큼 원하는 영상이 올라오지 않아 시들해졌다. 특정 몇몇 패션 브랜드 하울 영상을 시즌 초입에 자주 올려줘서 좋아했는데 요즘에는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의 옷으로 분야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퀄리티가 예전만 못해졌다는 것이다. 유튜브 운영이 몇 년 되어 특정 몇 개의 브랜드 영상만 올리려니 콘텐츠의 한계가 있기도 하겠고 신진 브랜드로부터 협찬이 많이 들어오니 기존 올리던 스타일로는 올릴 수 없었을 것이다. 이해한다. 그러나 나는 이제 더 이상 그녀의 영상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녀의 콘텐츠를 기다리지 않는 이유는 하나만 올리던 콘텐츠에서 분야가 확장돼서 그런 것은 아니다. 많은 옷 중에서 취향을 기준으로 선별해 내는 관점이 좋았던 것인데 그것이 변했다. 예전에는 많은 브랜드 중에서도 그녀의 취향이 담긴 브랜드를 선별하는 기준까지 적용됐다면 최근에는 협찬받은 브랜드의 틀 안에서 골라야 하니 기준이 달라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만약 그녀가 패션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의 물건으로 확장했다면 어땠을까. 더 다양한 업체로부터 협찬이 들어왔을 것이고 그중에서 협업할 브랜드를 더 까다로운 기준으로 선별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 기준은 그녀만의 독보적인 관점이었을 것이다. 어쩌다 보니 브랜딩 강사와 반대되는 생각을 해보게 됐다.


결국 그녀의 콘텐츠를 기다리지 않는 이유는 관점은 약해지고 주제만 남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옷에 관련된 영상은 계속 올리지만 그 관점이 예전에 내가 좋아하던 방향성과 달라지니 나는 더 이상 그녀의 관점을 신뢰할 수 없게 됐다. 퍼스널 브랜딩 강의에서는 한 가지 주제로 올리는 방법, 콘텐츠 양식을 맞추는 방법, 사람들에게 한 가지 주제에 대한 전문가로 보이는 방법을 열심히 설명한다. 그러나 진짜 전문가로 만드는 ‘전문성 높은 웰메이드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은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 같다. 결국 전문성이 높아 ‘보이는’ 경우를 양산하지 않았을까.


한 가지만 올리는 방식은 또 다른 문제도 있었다. 나는 콘텐츠 소비자로서 무지성 구독을 누르고 있었다. 구독을 누르고는 나중에 봐야지 미뤄두는 경우가 많았다. 미루고 나서는 잘 보지 않았다. 구독 버튼은 게으른 나에게 빛 같은 존재였다. 게으름뱅이에게 위안이 되었다. 이는 나뿐만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유튜버의 구독자와 조회수의 차이가 큰 경우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실제로 내가 구독한 한 인기 유튜버의 경우도 구독자수는 60만 정도인데 영상의 조회수는 주로 1만~3만 정도 나온다. 3만이라고 쳐도 시청률이 0.05%인 것이다. 60만을 진짜 구독자라고 할 수 있을까.


주제로 기억될 것인가
관점으로 기억될 것인가


한 가지를 올리는 것은 누군가가 어떤 콘텐츠를 올리는 사람이구나 명확하게 알 수 있지만 ‘채널 주인‘이 아니라 ‘주제’에 대한 구독일 가능성도 있다. 나의 경우 그가 올린 다른 콘텐츠를 꼼꼼히 볼 확률보다 주제에만 관심이 있었거나 구독버튼으로 'keep'하는 경우가 많았다. 주제가 명확한 채널은 채널 주인이 어떤 콘텐츠를 올리는 사람인지 단번에 파악하는 데에는 더할 나위 없이 효율적인 방식이지만 그 ‘사람’에 대해 다각도로 알아볼 시간을 단축시키는 것 같다. 이런 과정들이 단면만 보고 얕게 파악하게 되는 습관을 만들었다.


물론 이는 지극히 내 경험이고 내 성향과 행태에 기반한 생각이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한 콘텐츠를 올리는 크리에이터로부터 양질의 정보를 흡수하는 구독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콘텐츠를 소비하는 나의 성향, 전문가도 많고 비전문가도 많은 현 세상이라는 조건 하에서 나는 만족할만한 콘텐츠를 찾는 데 지친 것 같다. 전문성이 크게 필요 없는 분야에서는 넓고 얕게 알지만 신뢰할만한 추천 기준을 제공하는 사람에게 더 신뢰가 간다.


결국 내가 오래 보고, 올라올 때마다 보는 반가운 콘텐츠는 계정 소유자를 온전히 신뢰하게 된 경우다. 한 사람의 관점으로 다양한 분야가 양질로 큐레이션 된 채널을 찾고 싶다. 그 사람의 관점이라면 무조건 따르는 게 아니라 무엇을 하든 나의 의사결정 선택지에 넣어 고민해 볼 가치가 있는 사람, 그로 인해 내 의사결정의 퀄리티를 올려줄 사람이 나에게는 필요하다.


내가 생산자로서 가져야 할 태도 역시 마찬가지라고 믿는다. 나에게는 어떤 분야의 크리에이터 인증을 붙일 수 있을까? 모르겠다. 힙합, 음악, 글쓰기, 유머, 가구, 식단 등 중구난방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는 나만의 기준과 원칙이 있다. 내 취향과 기준을 분명히 하고 알리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최근 나는 간헐적 중독자라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내 특성을 정의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내 취향과 생각의 기준을 내 브런치에 알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브런치 매거진 중 하나의 이름이 ‘시선 에세이’인 것도 이런 활동 중 하나다. 나와 같은 기준을 가진 분들이 있을 것 같다. 고 믿고 싶다,, ㅎㅎ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나를 지속적으로 찾아주길 바란다. 검색이든 어떤 경로든 내 글 하나를 접하고 내 브런치에서 내가 쓴 다른 글을 여럿 살피고 구독까지 눌러주시는 분들이 가장 고맙다. 내 기준에 공감해 주시는 분들이라 느껴지기 때문이다.(물론 다른 구독자님들도 고맙읍니다,,ㅎ) 최근 이런 분들이 적지만 많아지고 있어서 뿌듯하다. 다 좋은데 구독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번거롭고, 브런치에서 지향하는 바와 멀다는 것이 단점이다. 사실 치명적인 단점이다. 그럼에도 나는 나만의 스타일대로 브런치를 운영하려고 한다. ‘주제’가 아닌 ‘관점’으로 기억되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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