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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드 Oct 16. 2023

강민경은 힙합이다

멀미약 먹어가며 차에서 영상편집하는 허슬러



‘연예인 강민경의 목소리 변화’라는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제목은 정확하지 않지만 내용은 이랬다. 원래 그녀의 목소리는 허스키하고 굵었는데 여성스럽고 얇은 목소리로 변했다는 것이다. 증거자료 화면들이 여럿 이어져 있었다. 나로서는 신기한 일이었다. 물론 가수이기에 노래할 때의 목소리톤의 변화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변화에 평상시에 말하는 목소리까지 포함됐다는 점은 이해할 수 없었다. 타고난 목소리를 다르게 바꾸다니? 인위적으로 느껴졌다.


이후에도 그녀에 대해 내가 접했던 자료는 인위적인 것들이 많았다. 강민경 엉뽕, 성형.. 여기에 추가로 익룡짤까지 더해졌다. 연기를 못해 소리 지르는 모습이 익룡을 떠올리게 하다니. 그녀는 이런 논란들을 예능 ’라디오스타’에 나와서 직접 해명했다. 자신의 치부를 굳이 드러내면서 잊고 살 수 있던 흑역사를 굳이 공중파에서 영상까지 리플레이하면서 굳이 해명하는 모습이 어리석어보이기도 했다. 무능력한 이미지까지 더해져 점점 비호감이미지로 굳어졌다. 무능력한데 진짜가 아닌 모습으로 연예인 생활을 하고 돈을 벌고 있다? 힙합의 keep it real을 삶의 십계명중 하나로 삼고 있는 나에게 좋게 보이지 않았다. 가짜 같았다.


인간이라면 모두에게 장단점이 있고 장점이 과하게 발현되면 단점이 되기도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어떤 장점이 단점으로 발현됐는지 이해했을 때야 비로소 그 사람에 대해 이야기할 정당성이 생긴다고 믿는다. 그러나 먹고살기도 바쁜데 누군가를 다방면으로 이해하기 위해, 그것도 연예인을 샅샅이 살펴보기란 쉽지 않다. 여느 연예인에게 그렇듯 나는 그녀에 대한 정보들의 진위여부라거나 배경과 맥락, 그녀의 성격에 대해 깊이 살펴보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내게 쭉 부자연스럽고 꾸며낸 것 같은 이미지로 남아있었다.


그러다 그녀를 다시 만나게 된 것은 유튜브였다. 강민경은 나때의(라떼 ㅎㅎ) 싸이월드 얼짱으로 유명했는데 당시에도 워낙 옷을 잘 입는 것으로 유명했다. 다른 감각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에 그녀의 브이로그에 관심을 가졌다. 브이로그는 2018년부터 일주일에 한 개 정도 올라왔다. 영상은 직접 편집을 하는데 썸네일 디자인도, 자막도 예뻤다.


그녀는 내가 로망 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한남동 고급빌라에 혼자 산다. 테라스 화단에 물을 주며 하루를 시작한다. 인테리어도 예쁘게 해 놓았다. 미드센추리모던 시대의 유명 디자이너들의 유명하고 비싼 가구로 채워져 있었다. 그 정도 집을 꾸미려면 인테리어와 가구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고 그것들이 오랜 시간 쌓여 안목이 생긴다는 것을 알기에 대단하게 느껴졌다. 취향이 듬뿍 담겨 있었다는 점이 제일 부러웠다.


그녀는 가수이자 패션브랜드의 CEO였다. 다비치로 앨범도 꾸준히 내고 방송도 하고 콘서트도 한다. 여기에 추가로 패션사업을 한다. 사업도 잘 되는지 계속 확장해 나갔다. 건물을 사서 본인의 브랜드 쇼룸으로 인테리어를 했다. 쇼룸이 합정에도 있고 성수에도 있다. 시즌 컬렉션 화보 촬영장도, 인테리어를 위해 회의하는 장면도 영상에 많이 나왔다. 하나하나 전부 그녀가 손대지 않은 곳이 없는 것 같다.


일상생활도 균형 잡혀 있었다. 일단 밥을 잘 챙겨 먹었다. #내몸내챙(내 몸은 내가 챙긴다)이라며 바쁜데도 집밥을 자주 해 먹는다. 다비치 행사를 마치고 녹초가 되어 집에 와서는 고급 위스키에 송이 같은 고급안주를 먹는다. 요리도 수준급인데 언제 그렇게 요리를 배웠는지 모르겠다. 애호박 찌개부터 각종 솥밥, 텐동, 문어요리까지 직접 요리해서 먹는다. 집에 있는 테라스에서 소고기를 구워 먹으며 와인과 위스키와 하이볼로 반주를 한다.


자기 관리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아침에 일어나 방탄커피를 마시고 운동을 간다. PT를 일주일에 몇 회씩이나 받고 자이로토닉도 개인레슨을 받는다. 다녀와서는 맛집에서 사 온 호밀빵과 고급 올리브오일, 닭가슴살 식단을 챙겨 먹는다. 영상에는 나오지는 않지만 마사지도 받고 피부과도, 성형외과도 부지런히 다니며 외모 관리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 같다. 돈 많은 것도, 부지런한 것도 부러웠다.


휴가도 해외로, 장기로 턱턱 잘 간다. 뉴올리언스, 하와이, 프랑스 등 세계 곳곳으로 일등석을 타고 간다. 좋은 숙소에 묵고, 좋은 술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예쁜 옷을 입고 예쁜 사진을 찍는다. 장기간 호화스럽게 여행 갈 수 있는 여유도 부러운데 같이 갈 돈과 시간이 있는 이해리라는 친구가 있는 것도 행복해 보인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한 팀을 이뤄 20년 가까이 활동을 하는 것에도 노력이 느껴졌다.


이런 아름다운 갓생으로 채운 유튜브는 진작 100만 구독자를 넘겼다. 그녀는 일도, 놀기도, 먹기도 모두 야무지게 자기 스타일대로 살고 있었다. 아니 그런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었다. 나도 열심히 해서 저런 삶을 살고 싶었다.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하는 점에서 자유로워 보이면서도 갓생을 사는 모습이 자유롭지 않아 보이기도 했지만 결론적으로 자유가 더 커보였다. 그녀의 영상은 늘 내 허슬 버튼과도 같았다. 나태해질 때 그녀의 영상을 찾았다. 확실히 동기부여됐다.


그러나 그녀의 삶은 역시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유튜브에서도 암초를 맞는다. 뒷광고 논란으로 유튜브를 몇 개월 쉬었다. 얼마 뒤 본인이 운영하는 브랜드에서도 사고가 일어났다. 회사 채용공고에 열정페이로 직원을 뽑는다는 것이었다. 초봉이 박봉인데 요구하는 역량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네티즌들로부터 뭇매를 두드려 맞았다. 강민경과 논란은 떼놓을 수 없었다.


여기서 내게 인상 깊었던 것은 그녀의 잘못이 아니었다. 그것을 돌파하는 그녀의 태도였다. 정공법이었다. 빠르고 솔직하게 사과했다. 스스로 정말 무지했다고, 제 불찰이고 실수라고, 면목없다고 했다. 회사 초창기, 의욕만 앞서서 불필요한 채용조건들을 많이 나열했었다며 문제 인지하고 전면 수정했다고 한다. 본인이 여러모로 많이 부족하다고 하며, 많은 실수를 하고, 잘못을 깨닫고, 반성하고, 다시 고민하는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성장했다고 한다. 이후 노무컨설팅, 채용컨설팅을 받으러 다니는 모습을 보여줬고 회사 내부의 인사복지제도를 수정했다. 이번에도 그녀는 성장했을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그녀의 성격과 성품이 느껴졌다. 그녀의 인스타그램 소개에는 ‘강민경(행동파)’라고 적혀있다. 강민경은 한 인터뷰에서 갓생을 살게 된 계기에 대해 “뭔가 생각하지 않고 움직이는 성향 때문인 것 같다. 좀 깊게 고민을 안 하고 일단 저지르고 본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꾸준히 하다 보니 그런 것들이 많아지고 '열심히 하게 되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밝혔다. 사실인 것 같았다. ‘라디오스타’에서의 흑역사 해명도 어리석다기보다 정면돌파했던 것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행동하지 않으면 사고도, 욕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런 사고를 감수하고도 성장하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행동파의 의사결정이다. 연예인인 그녀는 본인 말처럼 깊은 고민을 하는 빈도가 적고, 자신과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을 만나 이해의 폭을 넓히거나 책을 통해 간접경험을 하려는 노력은 적기에 실수를 하게 된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는 연예인이기에 그 실수는 더 많은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이런 과정에서 더 구설수에 많이 오르게 된 것이다.



다방면으로 그녀에 대해 접하게 되자 초창기의 목소리 변화, 엉뽕 등의 인위적인 노력도 연예인으로서 더 좋게 보이기 위해서 한 행동으로 이해되었다. 인테리어도, 요리도, 사업도 모두 노력을 통해 일구어낸 것들이었다. 직장인으로 혼자 살아보니 그 모든 것을 해내기에 녹록지 않음을 누구보다 더 잘 안다. 그런 노력들로 그녀는 아직도 가수로도 롱런하고 있고 콘서트도 하고 사업고 하고 100만 유튜버가 됐다.


이는 또래 연예인들에 비해 독보적인 행보다. 강민경과 동시대에 활동한 소녀시대, 원더걸스, 카라, 티아라, 동방신기, 2pm 등은 아이돌로 수명을 다한 뒤 배우로 전향해 고전하고 있거나 연예계 생활을 소소하게 이어가고 있거나, 쉬는 데에 비해 그녀는 할 수 있는 가장 많은 것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화제성면에서 강민경만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연예인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이는 그녀가 기획사나 외부에 흔들리기보다는 주체성을 가지고 삶을 꾸려나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2~3년간 주 1회 브이로그를 통해 본 그녀는 행동하는 허슬러였다.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 사람이었고 늘 노력하고 발전하려는 사람이었다. 지방 행사를 다니며 차 안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먹방 영상 ‘차밥 열 끼’에서 그녀는 멀미약을 먹으면서 유튜브 편집을 했다. 이해리와의 대화에서는 생산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다고 했다. 그녀는 내 상상보다 더 넘치는 허슬러였다. 유튜브 채널 ‘걍민경’을 보면서 동기부여가 되는 이유가 이해되는 대목이었다.


세상에 완벽한 인간은 없다고 믿는다. 그녀도 나와 비슷한, 부족한 점이 있는 사람이었다. 나 또한 행동부터 저질러놓고 수습해 가면서 생산성과 성과를 높인 경험이 많았다. 행동파에 가까운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변화와 발전을 이루었다. 강민경도 여러 일을 겪으며 많이 성장했고, 앞으로도 많이 성장할 것이다. 진심과 진실은 언제나 시간이 증명해 줄 것이다.


나보다 어린 그녀이지만 그녀로부터 많이 배운다. 10대 때부터 가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20대에는 대중의 뭇매를 맞으며 자신의 색깔을 찾고, 30대에 들어 자기만의 취향과 관점으로 오리지널리티를 가진 생산자가 되었다. 그 과정은 성공적이었고 솔직했다. 그녀는 부족함을 인정하고 보완하면서 성장했다. 이런 모습에서 좋은 영향을 받았다. 그녀를 보면서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그녀의 삶의 모습과 닮아가기 위해,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나만의 방식으로 더 허슬을 하게 된다. 그녀는 자기만의 색으로 삶을 정면돌파해 나가는, keep it real한 허슬러다. 강민경은 힙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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