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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품위있는 그녀 Jul 15. 2024

당신은 좋은 사람일거예요

인간관계를 받아들이는 태도

- 누군가에게 기대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 깊이 친해지지 않으면 상처받을 일도 없다. 등


인간관계에 회의적이고

기계적인 말들이 불편하게 느껴진다.

몇 년 전이었다면 물개박수를 치며 공감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와닿지 않는다.


상처받기 두려워 사람에게 기대하지 않고,

감정을 빼고 대하는 삶이 정말 행복한 삶일까?

관계가 심플해져 편안하더라도,

외롭진 않을까?

그렇다고 내가 대인관계의 폭도 넓고 누구와 쉽게 친해지는 사람도 아니다.

혼자인 게 즐겁고

모임이라도 있는 날엔 집에 돌아와 기진맥진해 몇 날 며칠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하는

내향형 중에 극내향형 인간이다.

.

.

누군가에게 상처받았을 땐 '다시는 사람에게 기대하나 봐라!'라고 마음을 닫아 버릴 때도 있었다.

그렇게 자진해서 혼자 있다가도 이따금씩 외로움이 밀려왔다.

수시로 sns에 들어가 다른 사람들의 소식을 접하고, 내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안부를 들여다봤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좋은 사람이 어딘가엔 있겠지'라는 기대가 있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즐겨도 보고 사람을 그리워도 해봐서인지

이제는

괜스레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도 작아지고 있다.

'나'라는 인간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당신은 좋은 사람일 거예요'라는 마음을 갖고 누군갈 대할 때

덜 외롭고 덜 슬프다는 걸 알았다.

.

.

요즘도

마음을 준 직장동료가 내 험담을 하다 들키기도 하고

매일 하하 호호 떠들던 사람과 어느날 갑자기 어색한 사이가 되기도 한다.

시간과 돈을 써서 챙겨줬는데, 손톱만큼도 돌아오지 않을 땐 서운함이 밀려오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럴 때면 "다시는 사람에게 기대 안 해"라고 마음먹었다가도

또 금세 잊고 좋은 마음으로 사람을 대한다.

그러다 보면 생각지도 못하게 나와 맞는 사람이 생기기도 한다.

1년 동안 직장에서 눈인사만 했던 동료가 퇴근 후 맥주 한잔 하는 사이가 되기도 하고,

까칠하게만 봤던 사람과 우연히 나눈 대화가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들 때도 있다.

.

.

이러다 또

생각과 잘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나면 상처를 받겠지...

돌아오지 않는 마음에 슬퍼도 하겠지.

그래도 나는 이게 좋다.

로봇처럼 감정을 빼고, 입력한 값만 출력하는 것보다

인간에게 상처받기도 위로받기도 하고

분노하다 기뻐하기도

멀어졌다 가까워지기도 하는 지금이 좋다.




                    그림: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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