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 Ne-yo So Sick
헬조선으로 대표되는 자조의 정서가 대한민국을 뒤덮기 직전, 2000년대는 개성있는 나에게 취해도 조금은 괜찮은 시대였다. 사회 전반적으로 자신들을 돌볼 여유가 좀 더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싸이월드 사진첩에서 퍼가고 퍼온 고등학생 얼짱들의 패션이 전국적으로 대유행했고, 어깨만큼 부풀려진 헤어스타일을 하고서 다들 잔뜩 멋을 부렸다. 인터넷 말투마저 특수문자를 과하게 집어넣어 외계어를 창조해냈다. 물론 눈물 셀카는 그때도 오글거렸지만, 그만큼 자신의 정서를 충분히 표현하는 시기였다. 이런 2000년대 대한민국의 감성을 딱 한곡으로 기록하면 주저없이 <So Sick>이다. 그 시절 늦은 저녁 버스 안에서 mp3 이어폰을 끼면 바로 흘러나와야 할 것 같은 노래. 사랑의 아픔으로 쓸쓸하지만 그렇다고 또 멋은 포기할 수 없을 때 플레이 해야하는 노래. 간결하게 반복되는 멜로디와 언제 들어도 부담 없는 미디엄템포의 비트. 몸을 살짝 들썩거리며 가볍게 춤을 춰도 어울리고 기운이 없어 축 늘어져 있을 때 들어도 어울리는 마법의 템포다. 여기에 프로듀서로 음악을 시작한 다재다능한 R&B 보컬 Ne-yo의 그루비한 음색을 얹으니 긴 생명을 지닌 말끔한 히트송이 되었다.
<So Sick>과 '싸이월드'를 모두 아는 사람이라면 이 곡을 친구 미니홈피에서 들었거나, 내 홈피에 직접 걸었거나 무조건 둘 중 하나다. 2010년대 이후 사람들은 얻고 싶은 정보와 콘텐츠에 따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클럽하우스 등 다양한 SNS 계정을 보유하게 됐지만 2000년대 한국인의 SNS는 싸이월드로 통일이었다. 도토리(싸이월드의 충전식 화폐)로 산 BGM을 싸이월드 미니홈피 좌측 화면 잘 보이는 곳에 딱 걸어줘야 했다. 단 한 곡의 노래로 작금의 나의 정서와 심리 상태와 연애 문제 등 일일히 말로 하기 복잡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었다. 이렇게 음악으로 자신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포맷은 2010년 초 싸이월드의 쇠락으로 잠시 사라졌다가, 2016년부터 멜론에서 제공하는 카카오톡 프로필뮤직으로 맥을 잇고 있다.
후렴구에 반복되는 "So Sick of Love song (사랑 노래는 질렸어)" 라는 시크한 가사에서 So Sick 만 똑 떼서 제목을 붙이니 마치 너무 아프단 것처럼 들린다. 사실 속으로는 마음이 너무 아프고 괴로우면서 말로는 "...질렸다" 라고 무심하게 내뱉는 감성. 이것조차 완벽하게 2000년대 '간지'다.
- 싸이월드부터 틱톡까지, SNS 히트송
010. Ne-yo - so sick
011. Jennifer Lopez - Brave
012. Marron5 - This Love
013. Doja Cat - Say So
014. Salem ilese - Mad at dis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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