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1. Jennifer Lopez - Brave
니요의 so sick 이 싸이월드에서 사랑받은 남성 보컬곡이었다면 대표적인 여성 보컬 인기곡은 Jennifer Lopez의 <Brave>다. <Brave>는 섹시한 댄스와 보컬을 무기로 빠른 템포의 음악 스타일을 주로 선보였던 로페즈의 얼마 안되는 미디엄 템포 팝 트랙이다. 훗날 카밀라 카베요로 계보가 이어지는, 2000년대 대표 라틴계 디바였던 그의 일탈과도 같은 싱글 앨범이었다. 빌보드에서는 큰 주목을 받지 못한 곡이지만, 한국인의 싸이월드 차트에서는 최상위권의 영예를 누렸다. 아마 아시아 유통을 담당하는 음반사에서도 한국에서의 인기에 깜짝 놀라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이라면 인스타그램을 통해 제니퍼 로페즈가 직접 "I Love you KOREA~"를 외치는 영상편지를 보내줄 수도 있겠지만. 이 노래가 누군가의 싸이월드에 걸려있다면, 그의 미니미는 뒤통수를 보여주고 있을 확률이 높았고 방명록에는 미니홈피 주인의 안위를 걱정하는 '비밀이야'가 넘쳐났다. <Brave>는 용기를 가지고 더 적극적으로 사랑하라는 가사지만 꼭 연애의 상황이 아니라도 듣는 사람에게 충분한 응원을 전한다.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적인 비트가 흐르며 낮았던 텐션을 서서히 끌어올린다. <Let's get loud>, <Get Right> 등 화려하고 신나는 댄스곡에서 매력적으로 빛났던 제니퍼 로페즈의 페미닌하면서도 파워있는 보컬이 이 곡에서는 한층 호소력을 자랑한다.
2000년대는 정말 감성 과잉의 시대였다. '울지말고 강해져라 그게 니 목표다'로 대표되는(특히 저런 문구는 눈물을 닦는 여성 일러스트 위에 흘려쓴 듯한 붉은색 폰트로 적혀있어야 한다) 누군가의 미니홈피에 쓰여진 일명 '감성글'들이 여기저기로 옮겨지고 때로는 그림, 음악과 만나며 시대의 정서를 대변하는 콘텐츠로 빌드업되었다. 이런 콘텐츠는 특히 시험기간에 무한대로 생성되곤 했다. 2000년대에 10대를 보내며 참 많은 날들이 불안했다. 30대가 되면서 비로소 눈물이 나면 울어도 되고, 누구나 강해질 수도 없다는걸 깨달았다. 이 시리즈로 이 곡을 처음 알게 된 새로운 세대가 자기만의 <brave>같은 음악을 꼭 만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그 노래가 아마 평생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될 '나'의 자아를 만드는 시기를 용감히 버틸 수 있도록 도와 줄 것이다.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어렵다고 하고, 연애-결혼-출산-육아를 포기한다고 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화살을 돌리다가 결국 소수자 혐오로 이어지고 마는 온통 뾰족한 세상이라고 해도 우리는 결국 살 것이고 웃을 것이고 반드시 몇 번은 행복할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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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가 사랑한 한국인의 팝송 100곡에 대해 씁니다. 이 글에 공감하셨거나 다음 곡 선정이 궁금해지셨다면, 작가나 매거진을 구독해주세요. 혼자서 100편까지 달리는 외로운 여정에 큰 도움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