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6. Try everything (주토피아 OST)
OTT 디즈니+(디즈니플러스)가 거의 1년간의 눈치게임 끝에 2021년 11월 한국 시장에 출격했다. 디즈니 팬으로서 국내 런칭을 기다리며 월트디즈니 주식까지 매수하는 열정이 있었지만, 정작 런칭 당일에는 개인적으로 정신없는 일정이 몰려 바로 구독하지 못했다. 디즈니+ 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독점작인 <완다비전>, <로키> 등을 메인으로 내세우며 요란한 첫걸음을 알렸으나 디즈니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힘은 역시 애니메이션에서 나온다.
<Try everything>은 2016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영화 <주토피아> 삽입곡으로 영화의 흥행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찾아 듣는 노래가 되었다. 문명화된 동물들이 어울려 사는 세계관의 거대도시 주토피아. 한 도시 안에 사계절이 다 들어있고 토끼 경찰부터 사자 시장까지 다양한 동물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간다. 차별과 편견이 한층 소거된 유토피아인 셈이다.
이 노래는 주토피아 세계관의 인기 팝스타 '가젤'의 곡으로 영화에서 총 2번 삽입되며, 가수 샤키라가 가창을 맡아 짧은 목소리 연기도 함께 소화했다. 첫 번째는 신입 경찰이 된 토끼 주디가 첫 출근을 위해 주토피아로 떠나며 음악을 듣는 장면이다. (토끼라서 기다란 귀에 이어폰을 꽂는다.) 토끼 형제들로 복작복작하던 푸근한 버니빌에서 낯선 주토피아로 가면서 만난 처음 보는 동물들과 멋진 경관에 흠뻑 빠진 주디. 이 장면을 보며 우리는 각자의 지나간 처음들을 떠올렸다. 첫 출근, 첫 등교, 첫 만남, 처음 가는 여행. 그래서 <Try Everything>은 뭐든지 해보자는 순수한 에너지가 필요할 때 찾아 듣는 노래 중 하나가 되었다. 두 번째 등장은 영화 엔딩의 가젤 콘서트 씬이다. 초식동물인 가젤이 육식동물 호랑이 댄서들과 춤을 추고, 여러 동물 관객들이 환호한다. 인간으로 치면 인종과 성별이 다양한 이들의 축제일 것이다. 우리가 어떤 모습이든, 서로에게 어떤 편견을 가졌든 포기하지 말고 'Try' 해 보자고 즐겁게 외치는 그런 축제.
45대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주요 공약에는 멕시코 장벽으로 대표되는 반이민 정책이 있었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미국 밖의 모든 것들을 배척하고 폄하하는 모습을 미디어로 지켜 본 어린이들과 젊은이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래서 <주토피아>와 같은 이야기와 <Try Everything>같은 음악을 만드는 것은 미국을 대표하는 콘텐츠 기업인 디즈니의 사명이어야 한다. 우리는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으며, 무조건 안 되는 것도, 되는 것도 없다는 것을 누군가는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디즈니는 다행히 그 가치를 지켜냈고 멀리 한국에서 나고 자란 MZ들도 이 노래를 들으며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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