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팝송을 좋아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선 장르를 가리지 않고 영어로 된 노래를 좋아했다.
초등학교에 가기 전 집에서 비디오로 <미녀와 야수>, <알라딘>, <뮬란> 등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항상 돌려 본 기억이 난다. 지금까지 리메이크되며 사랑받는 OST 명곡이 담긴 애니메이션들이다. 엄마가 좋아하셔서 함께 자주 봤던 <사운드 오브 뮤직>의 음악도 자주 들었다. 테이프가 늘어질 때까지 거실 카세트 기계 안에서 돌고 있었던 추억의 올드팝 콜렉션도 기억난다.
그 이후론 평범하게 저녁밥 먹으며 가요톱텐을 보는 초등학생으로 자라다가 일찍 사춘기를 겪으며 세상 다 살아본 것 같은 조숙한 6학년이 되었는데, 그 해 (2003년) 운명의 K팝 덕질이 시작된다. 지금 정도의 메인 스트림은 아니었던 YG 패밀리에 입덕하게 된 것이다. 당시 YG는 세븐, 거미, 휘성, 빅마마를 메인으로 <Color of Soul Train>이라는 브랜드의 전국 투어 콘서트를 펼쳤고 굉장한 인기를 끌었다. (어른이 되면 꼭 저 콘서트에 가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어른이 되니 아무도 YG에 남아있지 않다.)
앞에서 언급한 팀과 더불어 지누션, 원타임, 렉시 등 힙합 장르적 특색이 짙은 아티스트들로 라인업을 꾸렸던 2000년대 초반 YG는 지금보다 더 뚜렷한 음악적 정체성을 가졌던 것 같다. 좋아하는 언니 오빠들이 커버하는 영어로 된 노래, 미국의 힙합과 알앤비를 조금씩 듣던 초등학생은 중학생이 되어 음원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자의로 팝을 찾아 들으며 좋아하게 되었고, 2021년인 지금도 팝송이 플레이리스트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000년대에도 90년대 팝송을 들었으니 나름 9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의 팝송을 사랑해 온 사람인 것이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라디오에서 새 팝송을 많이 알 수 있었다. 20대 초중반에는 카페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며 좋은 노래가 들리면 즉시 SHAZAM 앱으로 곡명과 가수명을 찾아 멜론 플레이리스트에 저장하곤 했다. 30대가 된 요즘은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의 자동추천 기능으로 새로운 팝송을 디깅한다. 낯선 아티스트더라도 한 곡이 좋으면 앨범 전체를 다 들어보고, 그래도 좋으면 다른 앨범 (데뷔 앨범 또는 가장 최신 앨범)을 들어본다. 그러다 특별히 선호하게 된 아티스트는 개인이나 레이블의 SNS를 팔로우해두었다가 발매 소식을 빠르게 챙겨 보기도 한다.
최근 우연히 문화평론가 임진모 선생님의 <한국인의 팝송 100>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1950년~1990년대의 명곡 중 한국인이 사랑하는 곡들에 대한 스토리와 팝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한 주석을 달아놓은 책이다. 이 책을 읽은 많은 독자들의 리뷰도 보았다. 시대가 사랑한 노래 100곡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있는 책이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 세대가 들었던, 그리고 지금도 듣고 있는 팝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다. 에버노트를 켜고 생각나는 팝송을 무작위로 쭉 써봤는데 금새 100곡이 넘었다. 이 정도면 연재를 시작해봐도 괜찮겠지 싶었다. 한국인이 사랑한 팝송 100의 MZ세대 버전 연재를!
올림픽, 월드컵, 슈퍼볼 등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에서 울려 퍼졌던 노래들,
슈퍼스타X슈퍼스타 조합의 클라스를 보여주는 콜라보레이션 싱글들,
동아시아의 유교걸 놀래키는 매운맛 섹슈얼리즘을 다룬 가사들,
인종과 젠더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새 시대의 히트송 등 MZ세대는 격하게 공감하고 다른 세대는 새로운 시각을 접할 수 있는 카테고리로 묶어 총 100곡의 팝송 이야기를 풀어 보려고 한다.
그런데 100곡 포스팅...정말 할 수 있을까? 영화 <줄리&줄리아>에서 전설의 셰프 줄리아 차일드(메릴 스트립 역)의 100가지 레시피를 블로그에 포스팅하던 줄리의 마음으로 일단 시작해보자... 해쉬태그는 앞으로도 쭉 건방지게 #임진모비켜 라고 달 것이다. 진짜로 임진모 선생님께 Mnet의 그래미어워즈 시상식 중계 자리를 물려받는 그날까지!
[MZ세대 한국인의 팝송 100] 다음 편 미리보기
# 그룹에서 솔로로, 새로운 슈퍼스타의 탄생
001. 비욘세 (Beyonce) - Crazy In Love
002. 카밀라 카베요(Camila Cabello) - HAVANA
003. 저스틴 팀버레이크(Justin timberlake) - SEXY BACK
004. 해리스타일스 (Harry Styles) - Watermelon Sug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