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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민재 Nov 22. 2017

도움을 구하는 법 배우기

내게 무언가를 딱 한 가지의 삶의 기술을 새롭게 배운 상태에서 내 인생을 다시 살아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면  ‘도움을 구하는 법’을 배우고 다시 살아보고 싶다.

     

어린 시절부터 혼자 생각하고 아파하고 결정하고 감당하는 것이 익숙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구하고 물어보고 그 생각을 받아들이고 적용하는 것이 편하지가 않았다.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하여 가능하면 독립적이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결정적인 순간에 혼자 의사결정을 하고 뒤에 후회하는 일이 늘었다.

     

그런데 몸이 아파서 꼼짝을 못하게 되니 그렇게 꼿꼿하게 나 잘났다고 혼자 견뎌내기가 불가능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결국 부모님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되었다. 며칠 동안 엄마가 차려주시는 밥과 반찬을 먹으며 우리 집에서 함께 지냈다.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기 전까지는 엄마하고만 같이 있다 보니 그동안 엄마에게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하게 되었다. 엄마의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지만 내가 내 힘들었던 이야기를 해 본 적은 처음이었다. 이렇게까지 아프지 않았다면 이야기하지 못했을 것 같은 것들이었다.

     

이야기를 하고 나니 엄마는 진심으로 미안해하셨고 나대신 화를 내기도 하셨다. 그리고 전과는 다르게 ‘가볍게 살자’고 하셨다. 너무 많은 걸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하루하루 즐겁게 살면 그걸로 족하다고 하셨다. 자신은 너무 생각이 많아서 많이 아프게 되었던 것 같다고 하시면서 너는 그러지 말라고 하셨다. 그 뒤로도 오랜 시간 동안 내 몸과 마음을 걱정하고 함께 회복하자고 격려해주는 가족들을 보면서 그동안의 내 응어리졌던 마음의 한 구석이 풀어지는 걸 느꼈다. 그러면서 ‘내가 왜 진작 도움을 구해보지 않았던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때 그 때 이야기를 하고 풀고 하는 과정을 거쳤더라면 좀 더 많은 시간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을 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건강을 거의 회복한 지금은 그날들처럼 서로에게 애틋하진 않다. 전처럼 다시 서로의 욕구로 갈등이 생기고 화도 나고 비난도 하고 그러고 있다.

     

위기의 순간에 가족은 평소와는 다른 속내를 드러내게 되는 것 같다. 생존본능인가? 서로에게 도움이 되려고 애를 쓰게 되고 결속을 다진다. 그러다가 위기가 어느 정도 해결이 되면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는 느낌이다. 그렇더라도 이전과 똑같진 않다. 언제든 다시 위기가 오면 서로에게 도움을 구할 수 있는 든든한 언덕이 되어 주리라는 신뢰가 생겨서 인 것 같다.

     

이 든든함이 주는 안정감이 좋다. 비록 이런저런 사건들로 흔들릴 때도 찾아오지만 이전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소통하려는 시도는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일본의 심리치료사 고코로야 진노스케는 <더 이상 참지 않아도 괜찮아>에서 ‘너무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것은 주위 사람들을 신뢰한다는 뜻’이라고 이야기한다.

     

자신의 힘을 과신하지 말고 자신의 매력을 과소평가하지 말고 그러면서 주위의 힘도 과소평가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면 ‘흐름’을 타고 모두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커다란 행복을 불러옵니다. 만약 내가 100퍼센트가 아니라 40퍼센트의 노력만 한다고 해볼까요? 그러면 60퍼센트는 주위 사람들의 몫이 됩니다. 이럴 경우 주위 사람들은 타인에게 도움을 주고 공을 세웠다는 기쁨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당신이 너무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되

는 이유입니다. 말하자면, 당신이 너무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것은 주위 사람들을 신뢰한다는 뜻입니다.

< 더 이상 참지 않아도 괜찮아> 중에서

     

위기를 겪고 있는 당신이라면 누군가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에 대해 고려해보기를 바란다. 밑져야 본전이다. 거절의 위험이 있지만 ‘거절당해도 괜찮다’는 주문을 미리 걸어놓고 시도해본다면 충격이 덜할 수 있다.  그러려면 거절당하는 연습을 미리 꾸준히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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